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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야수 ㅣ 블랙 캣(Black Cat) 24
마거릿 밀러 지음, 조한나 옮김 / 영림카디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익숙한 '마가렛 밀러'라는 작가의 이름에 끌려, 이 여름을 다 보내기 전에 추리 소설하나는 읽어야 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 구매해놓고 읽어내지 못하던 책이었다. 몇 장 넘기긴 했지만 빠르게 전개되는 현란한 수식어구를 동반한 요즘 소설에 비해 극의 전개가 매우 느리고 마치 '햄릿' 대사를 오버하며 내뱉는 과장된 연극을 한 편보는 느낌의 책이어서 한 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는 데도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사실 초반에 주인공이 강박증을 가진 심상치 않은 여인임을 이미 눈치챘고 그로 인해 극의 재미가 반감되어 지루하기 까지 했다.
그렇게 느릿한 걸음으로 조용히 스멀 스멀 다가와 읽는 둥 마는 둥 했는 데 어느 순간, 급작스럽게 사건을 한번에 쏟아 놓으며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들더니 결국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조용히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만드는 간결한 추리소설이었다.
클라보 양은 급작스럽게 떠오른 기억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듯이 오른팔로 얼굴을 가리고 침대에 누웠다.
천장이 무너져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사방의 벽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주는 것 같았다.
그 모든 것들이 그녀를 꽉 막힌 관속에 영원이 봉인하려는 것 같았다.
그녀의 기억들도 그녀와 함께 묻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네가 받게 될 벌은 네 모습 그대로 사는 거다.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것도 벌이지.'
'에비 같은 딸이 없는 것이 유감이에요.'
이 작품은 1955년 작품이다.
그 시대에 이렇게 인간의 성장환경에 따른 콤플렉스와 자기애를 다중인격자로 표현하여 추리소설화한 작가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어린 성장환경은 너무도 중요하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던 간에 성인이 되어서도 그 그림자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면서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어느 순간 또다른 자아를 형성하여 그 동안의 욕구불만과 사랑 받고 싶었던 마음을 한번에 분출하고 만다.
그 표출된 유형이 다중인격일수도 있고 사이코 패스일수도 있는데 작가는 피튀기는 잔인한 장면 하나 연출 하지않고 간단한 대화만으로도 두려움과 시기심으로 가득찬 인간의 심리묘사를 그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세기가 다른 지금의 독자들까지 사로잡는다.
그림이든 글이든 명작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하는데 이 소설이 바로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래서 고전은 항상 읽어야 한다고 얘기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