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우영 서유기 세트 - 전3권
고우영 글.그림 / 자음과모음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같은 영화, 같은 책을 읽어도 보는 이에 따라 각자에게 각인되는 내용은 180도 달라지기도 하고 비슷해지기도 한다.
서로 다른 성장 환경의 사람들이 생각 또한 다르듯이 동일한 것을 보더라도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갖는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도 같은데 어느 새 사람들은 '맞다 or 틀리다', 'yes or no', '블랙 & 화이트' 등 서로 상반되는 이분법에 맞춰 각자의 생각을 그룹화하고 일반화하여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것 같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에 대해서는 안일함과 편안함에서 나오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나와 상반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불편함과 이질감을 느끼며 날카롭게 대립의 각을 세우기도 한다.
이러한 풍토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 나름의 기준을 정해 답을 만들어버리고 일반화하는 사회풍속이나 문화에서 비롯된 것도 같은데 이것은 결국 사람들에게 창의성이 결여된 일반화된 사고를 하게 만들어 '나만의 유일함'이 없는 몰 개성화를 생산해낸다.
,,,,,,, 생각해보니 핑계인가?
이것저것 갖다대며 내가 이러는건 결국 이래서야라는.
내 창의력의 한계성에 대한 배경을 그다지 큰 개연성이 없는 사회적인 풍속을 들이대며 합리화하고 있다. (아니다, 어쩌면 영향을 크게 받았을 수도)
반짝 반짝 빛나는 굿 아이디어가 필요했더랬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나 트위터를 만든 <비즈 스톤> 만큼은 못되더라도 그들의 발바닥에 묻은 때만큼의 아이디어라도 나오길 바랬더랬다.
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나름의 검색과 관련된 책3권을 몇 시간만에 읽어냈으나 위대한 아이디어는 고사하고 나름 쓸만한 아이디어도 떠오르지를 않으니 시간이 갈수록 나라는 인간의 '발상의 무능함'과 '우물 안 속에서 시간만 잡아먹은 경력'에 대해 한숨을 동반한 위축된 마음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다 '그래, 다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자'라는 심정으로 읽어본 <고유영>의 '서유기' 는 진정 창의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었다.
특히 술에 만취해 죄를 지은 후 혀꼬부라진 말을 하는 외국 요괴로 환생해 벌을 받게된 사오정의 컨셉을 보노라면 정말 그 기막힌 재치와 독특한 창의력에 새삼 놀라 그것을 갖지 못한 나로선 허탈감까지 느껴진다.
고우영은 정말 천재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그 뻔한 '서유기'의 내용을 어찌 이리 완전히 새롭게, 그리고 너무 웃기고 재치있게 만들었을까?
그렇다. 완전한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익숙하고 뻔한 것을 다르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도 참 대단한 창의력이다.
어디 재미있고 웃기기만 한가, <고우영>식 화법으로 살짝 비틀고 흔들어서 풍자도 곁들였다
만화는 아이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렇게 실천하고 있었던 것을.
왜 그때는 그렇게 일본만화에만 주력했고 국산 만화를 수준낮게 보았는지..(부끄럽지만 무지의 힘이다,ㅡㅡ;)
그가 살아 있을때 팬이 되지 못한 것에 새삼 미안함을 느끼며 그의 다른 책에 대해서도 구독과 소장의 열의를 불태워 본다.
이렇게 독특한 발상의 책을 읽다보면 굳어진 나의 창의력도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하는 티끌만큼의 가능성에 희망을 빌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