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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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데에 신비로운 나무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저자의 의도대로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된다.

정작 신비로운건 책장 안에서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전작들이 '순식간'에 읽혀 내려가고 책속의 시간은 더 빠른 속도를 지닌다는 점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마치 나미야 잡화점 내부의 시간과 외부의 시간차 처럼. 그렇다고 이 신작이 몰입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신비롭고도 몰입력있는 느림을 만들어내는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건 뭐 소설의 달인? 글로써 상대성이론을 체험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여러작품을 읽을수록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들을 자신이 짜놓은 왼벽한 설정에 가두는 느낌이다. 인간성의 통찰에 있어 전지적 시점으로.

녹나무는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저 전달의 매개체이다. 이런 설정은 마음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한정적인가를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 말로는 표현이 안돼. 이런 상투적인 문장이 참 공감이 된달까.

살인도 다양한 등창인물도 특별한 사건 없이도 느슨한 긴장과 추리를 이어가는 신비로운 책.
읽는 이의 심성을 착하게 만드는 영험한 책.
전세계 동시 출간을 위해 쓰면서 번역을 진행했다는 특별함을 지닌 책.
발행일 하루만에 내 손에 들어와서 참 감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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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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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들 스쳐가는 인연으로 연결된 여러점의 그림을 시간과 장소에 따라 시리즈로 그려보면 재미있겠다. 생각만 하다가 붓과 멀어지고 20년이 흐르고, 그러고도 그걸 그려보고싶다는 생각을 지금도 가끔 한다.
정세랑님도 그런 생각을 했으나 그는 그걸 글로 옮겼다.
피프티 피플은 특정 주인공이 없는, 50명 모두가 주인공인 병원을 중심으로한 50개의 이야기다. 하나의 스토리가 아니라 아무래도 몰입이 다소 떨어지고 끊어읽게 되지만 그래도 따땃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그들은 소설 속에서 각자의 사연으로 얽혀있다. 남루하든 화려하든 모질든 수월하든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고, 모든 인생은 소설이 될 법한 것이다.
.
. <문우남>편을 읽으며 한대 콕 쥐어박힌 느낌이 들었다. 예민하고 조심시키고 미리 걱정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달까. 남편은 내가 애들에게 너무 빈틈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빈틈 많고 허술하며 덤벙대고 사람 좋아하던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나에게 주어진 여러 역할들이 나를 잠식한 건 아닌가 순간 두려움이 밀려온다. 문우남의 아내 진선미처럼 '비극을 비극이 아닌 것처럼 처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
<김혁현>편을 읽다 큰소리로 웃음이 터졌다. 둘째녀석이 왜 웃냐고 옆에서 같이 그 페이지를 읽더니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부끄러워서 말을 잘 못하지만 표정을 보면 알수 있다고. 이럴 때가 있다. 나는 분명 누군가에겐 위트있는 사람인데 또 다른 누군가 앞에선 "아, 네..." "아, 정말요?" 밖에 말하지 못하고 마는. 정세랑의 이런 세심한 위트 참 좋다.

웃지 않지만 친절한 사람... 저 하이브리드 차 얘기는 내차 얘기인가... 아 여러모로 공감된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모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들을 한 곳에 두고 하나의 사건을 경험시키고 같은 기억을 공유하게 한다.
읽으며 내내 판타지 없는 정세랑은 처음이군 싶었는데.
판타지 없어도 정세랑스러운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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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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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여행 경험을 모두 사용한 여행의 이유에 관한 뻔하지 않은 다차원적 접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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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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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잡으면 끝을 보게 되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내용과 명료하고 간결한 문체와 편안하고 따스한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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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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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글을 너무 잘써서 감탄했고
다음엔 너무도 마음이 아렸다.
모두가 노란 얼굴들인 곳에서 살아온 내가
검은자들의 마음을 감히 짐작이나하겠는가.
미드에서, 헐리웃 영화에서 보아오던
인종을 초월한 사랑과 우정의 범위는 얼마일까.
과거의 미국에 대한 분노와
현재의 미국에 대한 의구심.
오랜만에 소설에서 느끼는 고전을 읽는 듯한 완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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