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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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데에 신비로운 나무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저자의 의도대로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된다.

정작 신비로운건 책장 안에서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전작들이 '순식간'에 읽혀 내려가고 책속의 시간은 더 빠른 속도를 지닌다는 점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마치 나미야 잡화점 내부의 시간과 외부의 시간차 처럼. 그렇다고 이 신작이 몰입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신비롭고도 몰입력있는 느림을 만들어내는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건 뭐 소설의 달인? 글로써 상대성이론을 체험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여러작품을 읽을수록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들을 자신이 짜놓은 왼벽한 설정에 가두는 느낌이다. 인간성의 통찰에 있어 전지적 시점으로.

녹나무는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저 전달의 매개체이다. 이런 설정은 마음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한정적인가를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 말로는 표현이 안돼. 이런 상투적인 문장이 참 공감이 된달까.

살인도 다양한 등창인물도 특별한 사건 없이도 느슨한 긴장과 추리를 이어가는 신비로운 책.
읽는 이의 심성을 착하게 만드는 영험한 책.
전세계 동시 출간을 위해 쓰면서 번역을 진행했다는 특별함을 지닌 책.
발행일 하루만에 내 손에 들어와서 참 감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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