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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유적의 기둥에 '요즘 애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 라는 낙서가 새겨져 있다고요. 그 이야기를 읽었던 때는 마침 대학교에서 막 신입생 후배들이 들어온 시기였습니다. 저는 그 새로 들어온 후배들이 참 버릇없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가득 채우고 있었지요. 그 글을 읽으면서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을 옛날 그리스 사람들도 똑같이 했다니 참으로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더군요.
'지금 사람들이 아기를 낳으면 참 좋아하고 기뻐하지. 우리 부모님들도 나를 낳고 아주 기뻐하셨을테고. 우리 부모님들의 부모님... 아주 오랜 부모님들도 아기를 낳으면 기뻐 하셨을거야.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그럴까? 중국 사람들도, 미국사람들도 아기를 낳으면 기뻐 할테고.. 그들의 부모님들도 역시 그랬을 것이야'
저는 그 생각을 정리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느끼는 것들 중에는 시간을 넘어선, 그리고 공간을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을것이란 확신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때부터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알고 싶은 마음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을 넘어서고 공간을 넘어선 어떤것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어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어떤것이란, 바로 사람의 감정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죠. 화내는 것, 즐거워 하는 것,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 같은 이런 사람의 감정은 예전의 부모님들도 저와 똑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고 지금의 우리들도 똑같이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옛날 부모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사람의 감정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 그리고 이런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리스.로마 신화란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
이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모두 감정이 풍부합니다. 사랑을 하고 질투도 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욕하는 것을 참지 못하기도 하지요. 신들의 이런 감정 표현은 재미있는 이야기안에 함축되어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온 것이죠. 그러면 저는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감정을 읽어내고 그것에 감동을 받는 것이지요.
신화를 통해 저는 저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는 먼 옛날 낮선땅의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제가 일상에서 느끼는 수만가지 감정들을 먼저 겪고 느낀 부모님들은 신화를 통해 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되지요.
이렇게 제가 신화로 옛 부모님들과 생생한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저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있습니다. 바로 이윤기 선생님이시죠. 신화를 통해 지금을 읽으시는 이윤기 선생님 덕분에 저는 별다른 수고 없이 그냥 앉아서 그분의 책을 읽기만 해도 생생한 그 숨결을 느낄 수 있었죠.
그 중에서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는 우리가 접하기 쉬운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로 옛날과 지금을 연결해 주는 좋은 결과물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신화에 담겨있는 숨은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알 수 있지요. 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라는 답을 주지는 않지만, 읽는 사람이 나름대로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입니다.
지금도 삶의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옛 부모님들의 목소리와 숨결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신화의 세계로 뛰어 드십시오. 그리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자기만의 의미를 찾아 보십시오. 이윤기 선생님이 닦아놓은 길을 위에서 옛 부모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느끼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해야할 수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