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0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피터 하인드가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영향권을 벗어나자, 해미시는 이상하게도 그에게 혐오스럽다 할 만한 기분이 들었고, 왜 그런지 궁금했다.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의 10번째 이야기는 아도니스의 죽음이다.

 

아도니스는 그리스 신화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연인이다.

사냥을 좋아했던 아도니스는 결국 멧돼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아프로디테에 의해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아도니스가 죽어서 피어난 꽃이 바로 아네모네이다.

 

해미시는 프리실라와 약혼 상태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이다.

하지만 프리실라는 해미시를 성공시키기 위한 자신의 야망을 버리지 못하고, 해미시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프리실라에게 짜증이 난다.

 

몇 달간 조용한 로흐두 마을에서 조여오는 프리실라의 보살핌에 갑갑하던 해미시는 인근 관할 지역인 드림에 새로운 사람이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관할 지역을 둘러볼 겸, 프리실라에게서 벗어날 겸 드림을 찾은 해미시의 눈에 피터 하인드는 눈부신 미모로 호감을 주었지만 그를 만나고 난 뒤에 해미시는 묘한 불길한 마음을 느낀다.

 

평소에는 게으르고 마을 사람들에게 빌붙는 짓도 서슴없이 하는 뻔뻔함의 대명사인 해미시지만 범죄에 관한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촉'을 가졌기에 피터가 드림 마을에 몰고 올 광풍을 미리 짐작하고 주의를 기울인다.

 

게다가 피터가 로흐두를 찾아와 프리실라와 함께 저녁을 먹는 모습을 보고는 꼭지가 돌아서 프리실라의 호텔에 새로 온 소피와 저녁 약속을 한다.

소피는 노골적으로 해미시가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고 헤어질 때마다 키스를 하는데 그 모습을 꼭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게 된다.

그로 인해 해미시와 프리실라 사이에는 묘한 갈등이 시작되고, 해미시는 프리실라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왜 사람들은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아주 귀한 선물임을 깨닫지 못하는 걸까? 물론 지금 이 순간, 이 일개 경찰관의 삶은 프리실라와 소피 덕분에 전혀 행복하지 않기는 했다.

 

 

시체 없는 살인사건.

 

프리실라와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드림에서 한 소녀가 찾아와 살인사건을 신고한다.

해미시가 우려했던 피터가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림 마을 사람들은 그가 한밤중에 마을을 떠났다고 말한다.

그가 떠나는 걸 아무도 본 사람은 없지만 그는 자신의 집을 팔고 마을을 떠났다.

마을 여자들에게 무수한 상처만 남기고.

 

 

해미시는 혼자 피터의 행방을 쫓는다.

그를 눈엣가시처럼 싫어하는 블레어는 물론이고, 그를 승진시켜주고 지지해 주던 총경마저 해미시에 대한 지원을 끊는다.

휴가를 내고 진실을 쫓는 해미시.

 

드림 마을을 송두리째 들었다 놨다 했던 피터.

드림 마을 여자들의 아도니스는 과연 어디로 사라진 걸까?

살인 사건을 신고했던 헤더의 말처럼 살해당한 걸까?

그 와중에 헤더의 엄마가 해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의 죽음을 사고사로 결정 내버리는 블레어.

사고를 의심하는 해미시.

이번에도 해미시의 '촉'이 맞을까?

 

이 사건을 좀 더 파고들지 않는다면, 죽는 날까지 후회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해미시는 게을렀다. 하지만 인간의 목숨을 앗아 가는 일은 최악의 범죄였고, 그는 베티의 죽음이 사고사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감정을 조정해서 서로 반목하고 질투하게 만드는 능력도 능력이라면 피터는 능력자였다.

피터의 등장으로 로흐두보다 조용했던 드림 마을은 활기를 띠는 거 같았다.

마을 여자들은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돈을 썼고, 피터의 눈에 들기 위해 서로 경쟁했다.

그녀들의 남편들은 그런 피터에게 분노를 느꼈고, 그가 마을을 떠나기를 바랐다.

 

스코틀랜드 고지 마을의 외지인에 대한 배척은 끝을 모르고, 웬만한 사람들은 정착하기 힘들다.

그런 곳에서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며 마을 여자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아도니스의 끝이 좋을 리는 없다.

 

전편에 이어 드디어 이루어진 프리실라와 함께 아름다운 사랑을 일구어 갈 거라 믿었던 해미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사랑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춰가야 한다는 걸 프리실라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프리실라라는 상류로 가는 연줄이 끊긴 해미시는 살인 사건을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 때문에 강등되고 만다.

 

이 이야기에서 해미시에게는 시련이 겹친다.

사랑도 지위도(원래 원한적 없긴 하지만) 잃은 해미시는 예전의 그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해미시라는 캐릭터가 점점 좋아진다.

해미시가 가진 삶의 철학이 좋고, 그걸 지켜내는 그의 강단이 좋다.

출세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지켜내는 이는 드물기에 그런가 보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끝이 없는 거 같다.

매번 사람의 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담겨있다.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혜안이 가볍지만 진중하게 연결되어 있는 시리즈다.

 

그래서 가볍게 읽고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파도에서 넘어지며 인생을 배웠다 - 넘어져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법
캐런 리날디 지음, 박여진 옮김 / 갤리온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을 이 세계로 초대하려 한다.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 주는 즐거움의 세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무슨 일이건 새로 시도할 수 있는 세계로 말이다. 혹시 아는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가 넘어졌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재능을 찾게 될지? 그러나 이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최종 목표 따윈 없다.

 

 

 

하퍼콜린스의 편집장이자 영화 <매기스 플랜>의 원작자인 캐런 리날디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던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마흔 넘어 서핑을 시도하면서 그녀가 겪은 일들에서 깨달은 삶의 의미를 담은 이야기다.

 

 

 

서핑을 시작하고 5년 만에 겨우 파도를 잡았다는 그녀.

서퍼가 되려고 무수히 많은 상처를 얻고, 응급실까지 갈 상황에서도 그녀가 서핑을 놓지 못한 이유가 뭘까?

 

 

 

서핑을 아주 능숙하게 해내는 서퍼가 되었다면 이런 글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무엇이든 척척해내는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

 

 

 

서핑은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잘 못하는 일이기도 했다.

즐기지만 잘 못하는 그 일. 서핑을 통해 파도와 무수히 싸우며 얻어낸 그녀만의 생각들이 지금 나에게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잘하는 무언가를 찾아서 늘 고민하고, 도전하고, 잘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삶들을 우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노력하는데서 오는 쾌감.

잘 하지 못하지만 그것을 하는 동안은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

잘 못하지만 꾸준히 함으로써 남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

 

그녀가 끝없이 다르게 달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그것에 부딪혀 허물어지면서 깨달은 건 무엇일까?

그녀는 왜 우리에게 잘하지 못해도 시도해 보라고 말할까?

 

                            

못하는 일을 하면 삶의 어려운 순간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이를 지나게 되면 안주하게 된다.

그 안주함이 새로움을 자꾸 배척하고, 새로운 시도를 묵살한다.

해보려는 시도 대신 하면 안 되는 핑계를 계속 찾아서 스스로를 이해시키려 한다.

 

이 책엔 그런 것들이 없어서 좋다.

포기하는 것도, 나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된다는 말들이 없어서 좋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잘하는 걸 더 잘해라 하지 않아서 좋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파도와 맞서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의 끈기가 주는 용기가 실로 대단하다.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니까.

 

잘 못하는 것이라도 그 시간이 즐겁다면

나 자신을 위해 그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자.

최소한 나는 그 "못함"을 즐겼으니까.

 

새로운 도전 앞에서 늘상 핑곗거리만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 그 핑계가 사라질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후 20여 년 동안 리궈화는 자신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여학생들이 세상에 널렸다는 걸 알았다. 성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그에게는 최고의 방패였다. 여학생을 강간해도 세상은 그게 그녀의 잘못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녀 자신조차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죄책감 때문에 그년ㄴ 그의 곁으로 되돌아왔다. 죄책감은 아주 오래된 순수 혈통의 양치기 개였다. 어린 학생들은 온전히 걷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일어나 뛸 것을 강요당하는 어린 양이었다. 그럼 그는 무엇일까?

 

 

 

고통을 담아내는 그릇은 제각기 다릅니다.

이 책에 분노는 없습니다.

대신 사랑이 넘칩니다.

아름다운 문장들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픕니다...

 

 

팡쓰치는 13살 나이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원 선생 리궈화에게 강간 당합니다.

아이는 그것이 강간인줄도 모르고 선생님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게끔 리궈화는 팡쓰치를 세뇌시킵니다.

 

 

13살 어린 소녀는 끝없는 고통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선택을 합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하고, 고발하지 않습니다.

"사랑"

팡쓰치는 그 모든 걸 사랑으로 만듭니다.

그래야 자신이 덜 더럽혀지고, 덜 상처받는다고 생각하니까요.

 

 

"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그물을 쳐 어린 소녀를 가둬놓고 끝없이 유린하는 리선생에게 죄의식은 없습니다.

쓰다 버리면 그뿐. 이니까요...

 

 

 

이원은 모든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그녀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소녀들 이팅과 쓰치와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자신의 어둠을 감추느라 쓰치에게 드리워진 어둠을 볼 수 없습니다.

 

 

이원은 또 다른 팡쓰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원과 쓰치는 서로 모습이 참 많이 닮았습니다.

쓰치는 어린 이원이고, 이원은 어른 쓰치였습니다.

어쩜 이원은 작가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걸 잊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 해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과거의 악몽이 남편의 폭력으로 표현된건지도 모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는 많은 신호가 담겨 있습니다.

잘 포장하고, 완벽하게 단도리 했어도 결국은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징후들이 있습니다.

알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 징후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의 필독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단 하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악마가 어떤 덫을 놓고 어린 소녀를 유인해서 자신의 욕심을 끝없이 채우는지

왜 아이는 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왜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지

우리가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위대해졌을 작가를 잃었습니다.

그녀가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은

작가가 모든 폭력에 무지한 우리 모두에게 주는 선물 같은 "경고"의 책입니다.

가장 지독한 폭력의 희생자인 그녀는 가장 시적인 표현으로 그 아픔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치열하게 담담한 말로...

 

 

 

이 대한민국에서 살아오는 동안 자잘한 성폭력을 한 번도 안 당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더러워서 잊고 싶지만 살면서 문득 떠오를 때의 그 치욕과 수치심은 그 폭력의 수위에 의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그것에서 수치심을 받았다면 나도 희생자입니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이제야 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를 위해서입니다.

피해자를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누군가의 도움의 눈길을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 줄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녀를 잃었습니다.

그녀와 같은 그녀들이 다시는 희생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우연한 사랑, 필연적 죽음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박이서 등 16명 지음 / 푸른약국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낯선 이름들이 늘 보던 이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처럼 이 소설들엔 얼굴은 모르지만 익히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는 걸 알고 읽는 느낌은 스릴있습니다. 누구일까? 를 추리해보는 시간이 즐거울 거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소리 없이 누운 자리만 남았다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지안 등 13명 지음 / 푸른약국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궁금해하던 책입니다. 익명의 작가, 무명의 작가들이 쓴 이제 막 독립한 글들. 알처럼 품고 있던 이야기들이 세상에서 어떤 빛을 발할지 기대되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