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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도에서 넘어지며 인생을 배웠다 - 넘어져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법
캐런 리날디 지음, 박여진 옮김 / 갤리온 / 2020년 5월
평점 :
당신을 이 세계로 초대하려 한다.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 주는 즐거움의 세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무슨 일이건 새로 시도할 수 있는 세계로 말이다. 혹시 아는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가 넘어졌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재능을 찾게 될지? 그러나 이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최종 목표 따윈 없다.
하퍼콜린스의 편집장이자 영화 <매기스 플랜>의 원작자인 캐런 리날디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던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마흔 넘어 서핑을 시도하면서 그녀가 겪은 일들에서 깨달은 삶의 의미를 담은 이야기다.
서핑을 시작하고 5년 만에 겨우 파도를 잡았다는 그녀.
서퍼가 되려고 무수히 많은 상처를 얻고, 응급실까지 갈 상황에서도 그녀가 서핑을 놓지 못한 이유가 뭘까?
서핑을 아주 능숙하게 해내는 서퍼가 되었다면 이런 글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무엇이든 척척해내는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
서핑은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잘 못하는 일이기도 했다.
즐기지만 잘 못하는 그 일. 서핑을 통해 파도와 무수히 싸우며 얻어낸 그녀만의 생각들이 지금 나에게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잘하는 무언가를 찾아서 늘 고민하고, 도전하고, 잘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삶들을 우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노력하는데서 오는 쾌감.
잘 하지 못하지만 그것을 하는 동안은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
잘 못하지만 꾸준히 함으로써 남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
그녀가 끝없이 다르게 달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그것에 부딪혀 허물어지면서 깨달은 건 무엇일까?
그녀는 왜 우리에게 잘하지 못해도 시도해 보라고 말할까?
못하는 일을 하면 삶의 어려운 순간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이를 지나게 되면 안주하게 된다.
그 안주함이 새로움을 자꾸 배척하고, 새로운 시도를 묵살한다.
해보려는 시도 대신 하면 안 되는 핑계를 계속 찾아서 스스로를 이해시키려 한다.
이 책엔 그런 것들이 없어서 좋다.
포기하는 것도, 나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된다는 말들이 없어서 좋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잘하는 걸 더 잘해라 하지 않아서 좋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파도와 맞서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의 끈기가 주는 용기가 실로 대단하다.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니까.
잘 못하는 것이라도 그 시간이 즐겁다면
나 자신을 위해 그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자.
최소한 나는 그 "못함"을 즐겼으니까.
새로운 도전 앞에서 늘상 핑곗거리만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 그 핑계가 사라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