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클래식
차무진 지음 / KONG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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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다른 음악과 다른 점은 들을 때마다 상념을 다르게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작곡가나 연주자가 누구이고, 음악의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굳이 알지 못해도 됩니다. 각자가 알아서 들으면 됩니다. 지루해지면 듣기를 그만두어도 되는 것이 클래식 음악 감상법입니다. 단, 하나 팁을 드리자면요, 겨울이 클래식을 감상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라는 것만 말씀드리지요.



<어떤, 클래식>으로 처음 차무진 작가의 글을 만났습니다.

클래식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그래서 늘 공부하고 알아가고 싶은 영역이죠.

클래식에 관해 읽은 책도 여럿 되지만 생활 속에서 클래식을 접하는 시간은 많지 않네요.

이 <어떤, 클래식>은 차무진 작가의 일상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들과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치 콩트를 읽는 거 같아요.

스스로 클래식 초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클래식 초보들도 편하게 읽고 들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클래식

평소 잘 듣는 클래식

뭔가 사연 있는 클래식

남의 사연이지만 그 사연이 꾸며낸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했던 이야기라 재밌습니다.

아마도 차무진 작가님의 책들이 다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 더 백>에 대한 리뷰를 읽은 날 이 책에서 <인 더 백>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었습니다.

차무진 작가와 김민섭 작가가 처음 만난 날 서로 덥석 손을 잡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채 소주잔을 앞에 두고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에서 찡한 기운이 들었네요.

아버지의 무게란...

말러의 <죽은 아이를 위한 노래>를 이렇게 들어 봅니다.

슈만의 유령 이야기로 CD를 강매한 음반가게 사장님이 뜬금없이 보고 싶어집니다.

치맥은 알아도 치간은 몰랐던 나는 이제 치간의 여러 버전을 들어봤습니다.

저도 지네트 느뵈의 곡이 좋아요. 영상이 없어서 아쉽지만...

작가님이 옛 애인과 싸우고 뛰쳐나간 그 새벽에 옛 애인분께서 혼자 들었다는 자클린의 눈물.

듣다 보니 그분은 새벽에 많이 울었거나, 냉정하게 마음을 정리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펜바흐의 미발표곡인 <자클린의 눈물>에 담긴 사연을 읽다 보면 조용한 분노가 스밉니다.

베르너가 자클린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이 곡을 헌사했음에 감사했어요.

누군가는 그녀의 슬픔과 고통을 알아줬다는 사실이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이 곡은 슬프면서도 따스한 느낌이 들었어요..

클래식을 이렇게 다정하고 가깝게 느낀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차무진 작가님이 자신의 에피소드에 클래식 음악을 담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작가님의 감정을 느껴보다가 결국은 내 감정이 되어 버리는 경험을 했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어떤, 클래식>으로 클래식에 입문해 보시면 어떨까요?

클래식이 그리 어렵지도 전문적이지도 않다는 걸 깨닫게 되실 겁니다..

이 책을 받고 #그믐 에서 함께 읽기에 참가했었는데 같이 읽으신 분들의 수다가 너무 좋았어요.

제가 많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올려주신 글들 읽으며 음악 찾아 듣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 이 책에 담긴 클래식 음악들을 찾아 들으며 책을 읽으니 더 집중이 잘 되어 좋았습니다.

차무진 작가님의 클래식 리스트였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이 리스트의 곡들은 또 다른 기억으로 저장될 거 같네요.

같은 음악에 저장된 서로 다른 기억들...

언젠가는 그 기억들이 서로 만날 날이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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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인 밤 모호
파스칼 키냐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난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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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던 그림들과 본 적 없는 그림들의 향연.
동서양을 아우르는 밤의 세계~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동시에
지적 충족까지 만족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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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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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기로 발사된 돌덩이처럼 완전히 다른 삶 속에 처박히게 되면, 아니 적어도 얼굴이 유리창에 닿아 짜부라질 정도로 심하게 등 떠밀려 남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미 비포 유>가 개정판으로 새로 나왔다.

몇 년 전 영화로만 보았을 때랑 원작 소설을 읽은 지금 마음은 같은 듯 다르다.

그때는 윌의 결정에 대해 반감이 있었다고 해야겠다.

그래도 더 노력해 보지. 루가 있으니 전과는 다를텐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좀 더 견뎌보지...

지금은 윌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한다.

안타까운 마음은 넘치도록 들지만 그의 결정을,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거 같다..

나 자신이 루이자를 설득하는 마음이었으니까...





윌 트레이너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설득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117일이었다.



죽음과 친해지는 나이가 되면서 다양한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상황이 온다면 나도 윌과 같은 생각을 할 거 같다.

아니, 나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몸에 갇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그저 숨을 쉰다는 이유로 살아야 할까?

태어나는 건 선택지가 없을지라도 죽음에 대해서는 인간으로서의 선택지가 있어도 되지 않을까?

루이자의 모든 노력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 믿으며 영화를 봤던 내가 떠올랐다.

영화는 잘 만들어졌지만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는 디테일한 감정은 덜 담겨있었다.

루이자의 감정으로 윌의 마음을 짚어 볼 수 있어서 나는 윌의 결정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마음이 든다..

"어젯밤에 그 친구를 보면서 그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생각했어요.... 그 친구가 행복하기를 세상 그 무엇보다 바라지만, 나는.... 나는 도저히 그가 하려는 일을 감히 내 잣대로 판단할 수가 없어요. 그 친구가 선택할 일이에요. 자기가 선택해야 된단 말이에요."

네이선의 말에 백 배 공감한다.

나아지지 않을 장애.

늘 느껴지는 고통.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그걸 견뎌내라고 말하는 건 어쩜 가장 무례한 짓인지 모른다...

다른 생각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고 노력했다. 오로지 그 순간을 살고자, 사랑하는 남자를 삼투압처럼 빨아들이고자, 내게 남아 있는 그를 내 몸에 새기고자 전력을 다했을 뿐이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가까워서 그가 말하자 소리가 내 몸을 관통해 진동했다.

루이자의 고통이 너무 생생해서 잘 참았던 눈물보다 터져 버렸다.

이렇게 감정이 격해져서 운 건 오랜만인 거 같다.

영화 보면서도 펑펑 울었는데 그때와는 다른 짠한 마음에 더 많이 울었다.

끝을 알면서도 그다음 페이지에 다른 게 있기를 갈망하는 마음이라니....

여전히 다른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호사스러운지 모릅니다.


루이자가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서 윌과 함께 한 6개월 동안 가장 많은 변화를 느꼈다.

그녀에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윌.

루이자의 꺾인 날개를 다시 펼 수 있게 만들어 준 윌의 마음이 한없이 깊게 느껴져서 윌을 보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었던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

사랑하기에 떠나야 한다는 걸 알았던 사람...

<미 비포 유>

보통은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러나 이 이야기는 죽음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존중되어야 한다.

어설픈 논리로 윌의 결정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거 같다.

모두가 묻어두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가슴 아프고 아름답게 이야기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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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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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언 고닉 이름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 이름을 언급하는 분들마다 글에 대한 신뢰가 무한했다.

그래서 문동북클럽 선택도서로 비비언 고닉의 #짝없는여자와도시 를 골랐다.


골랐던 책이 아닌 <끝나지 않은 일> 티저북으로 비비언 고닉을 먼저 만났다.


나는 여전히 대문자 L로 적힌 Life,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읽는다. 여전히 제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기운들에 얽매이고 휘둘리는 주인공을 보려고 읽는다.


80이 넘어서도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비비언 고닉의 글을 읽는데 

마치 내 삶 어딘가에서 내팽개쳐뒀던 자신감이 되돌아오는 기분을 느꼈다.







"신경증에 시달리는 젊은 우대인 여자에다 1년에 글을 한 편밖에 안 쓰는데 내가 어떻게 일자리를 주겠습니까?"

그녀가 빌리지 보이스 편집부에 무작정 뛰어들어 일자리를 달라고 했을 때 편집장이 한 말이다.


그 자신만만함이 아름다웠고

여성해방 취재를 하다 각성하는 부분에서 짜릿했다.


드디어 나는 깨달았다. 일하는 인간이라는 자아 관념을 일차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무능력, 이제 보니 그것이 바로 여자라는 존재의 핵심적 딜레마였다.

신랄하고

당차고

활발한 에너지가 넘치는 필력이지만

결코 우아함을 잃지 않는 비비언 고닉.


읽는 것만으로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여성으로서 무지하지 않지만

제대로 '감'을 잡지 못했던 나 같은 사람들에게 

비비언 고닉의 글은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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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집
리브 앤더슨 지음, 최유솔 옮김 / 그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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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게임이야. 기다림에 지친 나 스스로를 다독였다. 상대보다 한 수 앞서면 승자가 되는 마지막 룰만큼은 확실했다. 우리 중 단 한 사람만 이 집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고, 그가 최후의 1인이 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과거 90년대의 이브와 현재 코니의 이야기가 번갈아 이어지면서 수 십 년 동안 자행된 연쇄살인범을 찾는 이야기다.

이브는 자신의 딸 켈시를 찾아 뉴멕시코주 닐라를 찾아온다.

켈시의 흔적이 딱! 닐라에서 끊겼기 때문이다.

닐라의 주민들은 이브를 경계하고 켈시처럼 난잡한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자신들은 모른다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마을 사람이든 경찰이든 판사든...

그러나 이브는 안다.

켈시가 문제가 많은 아이이긴 해도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아이는 아니라는걸...

코니는 엄마 이브가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향한다.

이브와의 '생존게임'이 이제 끝난 것이다.

각 주에 버려져서 며칠 동안 거리를 전전하며 살아남아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과거는 끝났다.

그러나 이브는 코니의 쌍둥이 리사에게는 돈과 저택을 물려주고, 코니에게는 알지도 못하는 뉴멕시코주 닐라에 있는 빨간 집을 물려준다.

두 쌍둥이는 만나서는 안 되고, 리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으며, 일 년에 5천 달러만 지급받을 수 있다.

코니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기에 닐라로 향한다.

그래도 집이라도 받았으니 어디냐~

그러나 코니가 도착한 그 집은 온통 망가지고 사람 손이 거의 닿지 않아 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이브는 별채에 관리인을 들였다. 한 달에 5천 달러를 받으며 그곳에 살고 있는 관리인은 집 관리는 전혀 하지 않았다.

게다가 닐라에서는 여성 살해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빨간 집 지하실에서 코니는 절대 발견되어서는 안 되는 것을 발견하는데...

도대체 이브는 무덤 속에서 무슨 게임을 벌이는 중일까?






닐라에 있는 누군가는 여전히 이 살인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까 봐 걱정하고, 무고한 사람은 피해를 보고 있었다.

납치, 강간, 살인으로 얼룩진 닐라라는 마을.

그 마을을 쥐고 흔드는 사람들.

부모의 권유로 15살에 결혼해서 15살에 딸을 낳은 이브.

부잣집 사모가 되었으나 아버지뻘 남자의 성 노리개가 된 이브.

그 상황에서 살아남은 이브.

이브에 의해 여기저기로 보내져서 생존게임을 해야만 했던 코니.

이브의 그 게임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나는 소름이 끼쳤다.

이브는 이 쌍둥이를 왜 입양했을까?

왜 유독 코니에게만 그런 일들을 시켰을까?

과거와 현재의 닐라에서 벌어지는 이브와 코니의 연쇄살인범 찾기!

그러나 마지막 반전은 아무도 예상 못 하지!

이브가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알게 된 순간의 경악스러움이라니~

집은 여전히 황량했다. 황량하면서도 동시에 악의적이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은 전개가 꽤 스릴 있었다.

하지만 마무리는 살짝 맘에 들지 않았다.

코니가 그거보다는 잘 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이렇게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은 악의 근원이 되기 쉬운 거 같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모른척했던 이유.

그 누구도 끈질기게 파고들지 못하게 하는 마을 분위기.

수많은 여자들이 사라져도 모두가 모르쇠로 상대하는 그곳 닐라.

한 사람이 움켜쥐고 있는 권력

비뚤어진 악마의 행동을 지켜보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하는 비겁

그 공포가 악마에게 점점 더 힘을 준다는 사실을 그들은 정말 몰랐을까?

에로틱하다고 했지만 에로틱하지 않은 하드 고어.

내 독서 인생에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범인만 추가된 이야기.

빨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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