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클래식>으로 처음 차무진 작가의 글을 만났습니다.
클래식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그래서 늘 공부하고 알아가고 싶은 영역이죠.
클래식에 관해 읽은 책도 여럿 되지만 생활 속에서 클래식을 접하는 시간은 많지 않네요.
이 <어떤, 클래식>은 차무진 작가의 일상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들과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치 콩트를 읽는 거 같아요.
스스로 클래식 초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클래식 초보들도 편하게 읽고 들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클래식
평소 잘 듣는 클래식
뭔가 사연 있는 클래식
남의 사연이지만 그 사연이 꾸며낸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했던 이야기라 재밌습니다.
아마도 차무진 작가님의 책들이 다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 더 백>에 대한 리뷰를 읽은 날 이 책에서 <인 더 백>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었습니다.
차무진 작가와 김민섭 작가가 처음 만난 날 서로 덥석 손을 잡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채 소주잔을 앞에 두고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에서 찡한 기운이 들었네요.
아버지의 무게란...
말러의 <죽은 아이를 위한 노래>를 이렇게 들어 봅니다.
슈만의 유령 이야기로 CD를 강매한 음반가게 사장님이 뜬금없이 보고 싶어집니다.
치맥은 알아도 치간은 몰랐던 나는 이제 치간의 여러 버전을 들어봤습니다.
저도 지네트 느뵈의 곡이 좋아요. 영상이 없어서 아쉽지만...
작가님이 옛 애인과 싸우고 뛰쳐나간 그 새벽에 옛 애인분께서 혼자 들었다는 자클린의 눈물.
듣다 보니 그분은 새벽에 많이 울었거나, 냉정하게 마음을 정리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펜바흐의 미발표곡인 <자클린의 눈물>에 담긴 사연을 읽다 보면 조용한 분노가 스밉니다.
베르너가 자클린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이 곡을 헌사했음에 감사했어요.
누군가는 그녀의 슬픔과 고통을 알아줬다는 사실이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이 곡은 슬프면서도 따스한 느낌이 들었어요..
클래식을 이렇게 다정하고 가깝게 느낀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차무진 작가님이 자신의 에피소드에 클래식 음악을 담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작가님의 감정을 느껴보다가 결국은 내 감정이 되어 버리는 경험을 했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어떤, 클래식>으로 클래식에 입문해 보시면 어떨까요?
클래식이 그리 어렵지도 전문적이지도 않다는 걸 깨닫게 되실 겁니다..
이 책을 받고 #그믐 에서 함께 읽기에 참가했었는데 같이 읽으신 분들의 수다가 너무 좋았어요.
제가 많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올려주신 글들 읽으며 음악 찾아 듣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 이 책에 담긴 클래식 음악들을 찾아 들으며 책을 읽으니 더 집중이 잘 되어 좋았습니다.
차무진 작가님의 클래식 리스트였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이 리스트의 곡들은 또 다른 기억으로 저장될 거 같네요.
같은 음악에 저장된 서로 다른 기억들...
언젠가는 그 기억들이 서로 만날 날이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