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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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아홉 명과 생존자 여덟 명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불특정 다수>라는 작품을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염유창 작가를 다시 만났다.

작품을 읽고 나니 많은 장치들을 잘 숨겨 놓은 영리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작가로 저장해야겠다.


묻고 싶다.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나 살자고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과연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평온한 일상에서는 답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 닥치면 옳다고 생각했던 일들조차 무용지물이 된다.

동물적 생존 본능은 이성을 마비 시키니까.


1년 전 포레그린뷰 아파트에서는 산사태로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어 인명 피해가 있었다.

1명이 죽고 여덟 명이 구조됐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엮어 책으로 내고 싶어 하는 심리상담센터 원장은 각종 범죄의 반성문을 대필해 주는 작가 기시윤을 콕 집어 대필을 의뢰한다.


시윤은 생존자들과 집단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죽은 전경식의 죽음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게 되고,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예민해지는 생존자들을 보며 전경식의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죽음.

그런 찰나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남정운이 자살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전경식의 죽음은 사고사일까? 타살일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차 부풀어 오르며 뒤죽박죽되고 있었다.

재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일반적인 인터뷰보다 힘들 거라 예상하긴 했다. 그렇지만 죽을 사람을 뽑는 투표와 살인이란 키워드가 튀어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점점 침수되는 지하 주차장.

비상 엘리베이터는 8명이 정원이다.

9명의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내가 그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나를 희생할 수 있을까?


극한 상황에 당면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바로 사람의 행동이다.

<마이너스 인간>은 그런 상황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상황 속에 내던져진 게 아니라 상황이 끝난 후에 모든 것이 다 덮였다고 생각되는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책을 집필하기 위함이라는 설정에 단체 인터뷰라는 상황이 생존자들을 뭉치게 했지만 결국엔 그들이 묻고 살았던 진실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그들이 보이는 끝없는 이기심.

죄를 묻기 위한 또 다른 죄.

그 어디에도 정상적인 것은 없는 데 정상적인 척하는 사람들의 모습.

진실되어 보이며,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못할 거 같은 사람도 단체라는 익명성이 주는 힘 앞에서 자신의 껍질을 벗어버린다.


생존자들이 일말의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랐던 기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살기 위해 모른 척 외면했던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되었다.

그래서 더 갈등하게 된다.


또 다른 의문이 든다.

선택지를 주었다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을 사람이 있었을까?

과연 누가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생존자들이 아무런 자책없이 잘 살아내고 있다는 그 사실이 진짜 소름 끼쳤다.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렇게 전처럼 살아내고 있다는 그 사실이 진정으로 두려웠다...



몰입감있는 이야기와 함께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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