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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 어느 요양보호사의 눈물콧물의 하루
이은주 지음 / 헤르츠나인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수십개의 간판을 만난다. <요양원. 요양병원. 노인주간보호센터....>
길을 걷다보면 현수막을 만난다. <치매노인을 찾습니다. 노인을 모십니다...>
나에게는 저런 것들이 무슨 상관이야? 하며 지나가던 날도 있었지만 언젠가 늙어버린 나의 외할머니도 한 요양병원에서 꽤 오래 계시다가 올해 초, 요양원으로 옮겨드렸다.
그런 할머니를. 또 함께 생활하시는 할머니들과, 하루종일 같이 생활하는 요양보호사님들을 볼 때면 수십 수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난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우리 나라에서 요양보호사는 꼭 필요한 사람이구나.' 또 '삶이 수 십권의 책 보다도 더 알찬 지혜와 이야기로 가득찬 노인들의 삶이 쉬이 지지않기를' 바라게 된다.
한 걸음마다 노인 관련 병원과 센터가 즐비할 만큼 우리나라에 노인들이 많구나.
자식들이 미처 돌봐드리지 못 하는 노인들이 너무 많구나. 그녀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자식을 기다릴까. '나는 일 하고, 지독한 시집살이에도 너를 업고 안고 키웠는데, 자식놈들은 제 먹고 살기 바빠 나를 여기 두었구나.' 하며 가슴앓이 하시진 않을까. 지금은 누군의 도움 없이 화장실 가고 밥먹는 것조차 힘든 저이들도 젊어서는 누구보다 경쾌한 청년들이었을텐데, 그 세월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오만가지 신기한 일들로 가득차 있었으리라. 그 꿈많던 사람들이 이제는 굳어버린 육신에 갇혀 허우적 거리는 동안을 보살피는 요양보호사님들은 저 어르신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 내가 미처 돌봐드리지 못 햇던 나의 엄마를 기억할까. 아니, '오늘도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만드는거야! 좀 가만히 계시지!' 원망하고 계실까.
이 참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을 받자마자 한 번에 읽을 수가 없었다. 눈물이 왈칵 날까봐.
이은주 번역가님도 돌아기신 외할머니에 대한 마음이 계기가 되어 요양보호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그 마음이 왜인지 더 와닿아서 자기 전 하나씩 하니씩 꺼내 먹었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문장문장 마다 느껴지는 이은주 요양보호사님은 참 따뜻하다. 다정하고 예쁘다.
타인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며 참 사랑을 보여주신다. 언제 어디서 만났을지어도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신들의 요양보호사>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오히려 더 다정한 여신의 모습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인다. 이런저런 요양원 안에서의 생활이 자세하고 따뜻하게 적혀 있어서 내가 자주 요양원에 못 가더라도 '아, 우리 엄마는, 우리 할머니는 지금쯤 이런 활동을 하고 계시겠구나' 마음을 놓게 된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만감이 교차했다. 첫 장을 열 때는 이 책을 다 읽게 되면 "그래! 당장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어!" 라는 마음이 들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책장을 덮으니 외할머니를 뵈러가기에 앞서 할머니가 일하던 엄마를 대신하여 나와 내 동생을 키워주시던 모습이 생각났고, 젊었던 외할머니와 더 어렸던 내가 손잡고 공원을 산책하던 일. 놀이동산에서 회전목마를 타면 너머에서 엄마랑 같이 손 흔들고 있던 할머니, 꽃구경가면 먼저 가서 사진찍을 포즈부터 취하던 모습.
오만가지 생각이 뒤섞이면서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부풀었다.
사실, 읽는 내내 몇 번이고 울다가 덮고, 진정해서 다시 읽고 하느라 이야기를 주욱- 읽지 못 했다. 며칠 후에, 조금 더 차분하게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할머니를 봐주시는 요양보호사님께 감사의 이야기를 꼭 전해드려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겠지. 그 때에는 외할머니를 만나러 갈 용기가 생겨서 당장 요양원으로 달려가지 않을까를 기대하면서..
요양원에 누군가를 모셨다면, 아니 누군가의 자식이라면 이 책을 읽고 가슴이 부풀것이다.
그리고 묵묵히 제 역할을 다 해주시는 요양보호사님을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 이다.
만약, 요양보호사가 그저 직업군 중의 하나. 또 변변치 못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졌었다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보호사님들의 어려운 근무환경과 부조리하고 열악한 처우들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요양원과 그 외 노인관련기관에 계신 모든 지혜와 온기의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건강하시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