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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원작자 황선미 작가님의 신작 「마음에 심는 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저자 황선미 작가님의 데뷔작이지만 그 실체가 24년만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프로필에는 적혀 있지만 문장은 없었던 책. 그러나 이렇게 내놓고 보니 너무나 예쁜 이야기.
사실 나 또한 태어나서부터 도시에서 살았고, 친척 어른들도 도시에 계셔서 시골 고향이 없다.
아주 어릴 때, 과수원을 운영하시던 먼 친척 할머니댁, 젖소를 키우고 우유를 만들던 큰 아버지 댁에 종종 가본 적이 있지만 이미 공장화 된 곳이어서 시골 느낌도 아니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커다란 나무 아래 쉬고, 꼬부랑 허리를 세웠다 굽혔다하며 밭을 가꾸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만 같다.
'저게 시골의 모습이지!' 하면서. 내게 시골은 나쁜 사람도, 나쁜 일도 없도 없고 좋은 사람들만 모여사는 햇살이 가득한 공간이다. 우리 사는 현실에서 천국을 찾자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어지는.
그럼에도, '시골은 택배가 잘 안 올거야 , 아니 편의점도 없잖아?' 하고 금방 도시의 편리를 찾는 내가 우습다.
이 책의 첫 인상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기자기 그려진 삽화가 너무나 예쁘다는 것.
내가 생각하던 천국의 모습을 한 시골을 그리며 한참 바라보고 있디고 했다.
꽃과 나무의 화사함과 푸르름이 너무나 예쁜 삽화 그리고 꼭 어울리는 풋풋한 아이들의 이야기.
읽는 동안 든 생각은....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의 남자아이 버전 같다는 것.
몸이 약해서 치료와 요양을 위해 꽃과 나무가 아름다운 시골마을로 내려온 민우.
시골에서 온 식구가 함께 살며 비어있던 파란 지붕 집의 화단을 가꾸는 게 즐겁던 수현이.
둘이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쌓는 모습이 참 귀엽고 예쁘다.
꽃밭을 잘 가꾸면 선물을 준다는 삼촌의 말에 예쁜 옷, 머리띠, 동화책을 받고 싶다는 수현이와
꽃밭을 가질 거라는 민우를 보면서 나라면...? 곰곰히 자문해본다. 내게도 순수함이 남아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