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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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나방이 왜 친숙하게 느껴지나 했더니

영화 '양들의 침묵' 포스터에서 얼굴을 익힌 아이다.

해골나방. 아케론티아 아트로포스.

" 그 흉부 뒷면에는 인간의 두개골을 닮은 무늬가 있으며,

날개 길이는 십이 센티미터에 이르고, 색깔은 거무스름하다....

우리는 이것을 아트로포스, 즉 죽음이라고 부른다. " p.232

 

늘 다양한 주제로 설정된 실험을 펼쳐온 작가는

이번 책에서는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실험을 선보인다.

 

이 분 특유의,

따옴표 없이, 의문부호 없이 길게길게 이어지는 서술방식이나,

인간의, 심지어 개의 심리묘사가 너무도 치밀한 나머지

어려운 철학책을 읽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특징에도 불구하고

이 '죽음의 중지'는 이전의 작품들보다

눈에 보기에도 얇았고 읽기도 수월했다.

 

같은 제목의 두 이야기를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똑같은 문장으로 끝이 남에도,

그 두 문장이 주는 의미와 떨림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 두 문장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난 아직도, .. 사실은 그걸 생각 중이다.

 

이 나라(포르투갈이겠지?)에서, 어느 날부터 아무도 죽지 않는다. 몸이 두 쪽이 난다든지 하는, 죽어 마땅할 상황에서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님을,

그 사회적 혼란을, 소설 앞부분에서 열심히 보여준다.

정치가들, 종교인들, 생명보험사, 마피아..

7개월 째, 일손을 놓아버린 '죽음'은

어느 날 실체를 갖고 나타난다.

방송사 사장에서 편지를 써서

내일부터는 다시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알려온다.

또다시 혼란.

 

죽음의 활동을 중단했던 이유를 잠시 들어보면,

" 그건 나를 그렇게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언제까지나 산다는 것 영원히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맛을 좀 보게 해주려는 것이었어요. " p.133

 

대신, 죽음은 앞으로 사람들에게

죽기 전 일주일의 시간을 주기로 한다.

죽음을 준비하라는 의미에서.

하지만 죽음이 의도한 바대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차분히 준비하고 정리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쯤에서 갑자기 실체를 갖게 된, "죽음"이라는 주인공.

작가가 만든 이 존재는

이전에 내가 읽었던 '사신 치바'나 '책도둑'에 나오는 사신들과

그 이미지와 역할이 비슷하지만, 훨씬 더 구체적이다.

"수의로 몸을 감싼 해골이며..

낡고 녹이 슨 낫과 함께 추운 방에 살고,

방에는 거미줄과 더불어 서류 정리용 캐비닛이 수십 개 있는데..." p.192

그리고, 놀랍게도..이 책에 나오는 사신, 아니 죽음은

여성성을 갖고 있다.

 

소설의 뒷부분은 죽음 자신의

개인적인 분노와 의문, 의무, 업무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점이 날 혼란스럽게 한다.

물론, 뛰어나게 흡인력있고 재미있지만,

작가는 갑자기 실험 중에 실험실을 뛰쳐나가 버린걸까?

아니면, 그와 관련된 또다른 실험에 빠져들어 버린걸까?

 

죽음은 너무나 당연하게 수천년간 이어져 온 자신의 업무에서

딱 하나의 예외에 맞닥뜨리고 당황한다.

한 첼리스트가 죽음의 통보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았다.

일주일 후의 죽음을 알리는 자주색 편지봉투가

알수 없는 이유로 죽음에게 자꾸만 되돌아온다.

 

죽음은, 그 예외적인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로 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첼리스트의 삶에 뛰어든다.

그리고, 서서히 첼리스트의 삶에 동화되어 간다.

아름다운 음악과 부드럽고 따뜻한 첼리스트의 개.

 

그리고,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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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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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짐이 된다는 이유로

잠시나마 내 책들을 헌책방에 팔아넘기려고 했던 사실,

그리고 이 책을 꽤 오랜시간 고민하다 구입하게 된 사실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느끼게 됐다.

 

책에 대한, 심지어는 활자로 찍혀 나온 것들에 대한

걱정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내 집착이

이 책을 읽고나서 정당화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날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껴안은 듯한 느낌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듯이

 책을 사랑하는 방법도 하나가 아님을 깨달았다. " p.64

 

물론이다. 그리고 자기 방식을 남에게 강요해서도 안된다.

예전에 나는 책을 아주 깨끗하게 봤다.

그리고 아직은 책에 대한 그런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듯도 하다.

그러다가 내 친구 m양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준

책 몇 권을 읽게 됐다.

그 책들에는 누군가의 헌사 뿐만 아니라 밑줄, 자기 생각,

어떤 때는 책하고 아무 관련없는 메모도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 난 그 책의 정체성을 발견했다.

그건 'm양의' 책이었다.

이제 내 책장에 꽂기 위해

난 그 밑줄에다 덧칠을 하고 새 메모를 덧붙여 내 것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의 손때가 묻고 책 가운데가 쩍 갈라진 그 책이

이제는 내 소유라는 사실이 뿌듯하다. 

책을 그렇게 '내 것'이 된다.

그리고 당연히,

내 흔적이 남은 책들은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않는다.

 

" 전자제품에 비유하자면, 책갈피를 끼우고 책을 덮는 것은 '멈춤'

단추를 누르는 것이고, 책을 펼친 채로 엎어놓는 곳은 '일시정지'

 단추를 누르는 것이지. " p.66

 

저 글이 적혀 있는 책장의 여백에 스마일을 그려 넣었다.

내 주변의 사려깊은 누군가가 날 위한답시고

나 대신 펼쳐놓은 책으르 덮어주는 건 너무너무 싫다.

읽고 있던 책과 나 사이에 그렇게 불쑥 끼어드는 짓은

아무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내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것은 당신의 책이기도 해.

내 삶 역시 당신 것이듯이. " p.93

 

작가가 최고로 꼽는 헌사이다.

이 책의 작가 만큼 그녀의 남편도 책벌레인데,

저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남편도 저렇길 빌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과도한 내 집착을 너그러이 이해해주고

먼 미래에 사다리까지 갖춘 서재를 갖겠다는 내 꿈을

격려해주는 것만으로도 난 내 남편에게 감사한다.

참, 책을 팔지 말라고 끝까지 말린 것도 남편이었다.

 

" 나처럼 책을 사랑하여 죽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비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 p.96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너무 늦게 태어났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든 누군가 이미 다 한 이야기다. " p.148

 

가끔 글을 쓰고 싶다고 느끼다가도

슬며시 손을 놓아버리는 내가

가장 잘 하는 변명이다.

쓸 이야기가 없어. 누군가가 다 써버렸기 때문에. ㅋㅋㅋ

 

"장서를 흩어놓는 것이 꼭 시신을 화장해 바람에 뿌리는 것과 같았다고나 할까...  

책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소유한 다른 책들과 공

존할 때에만 가치를 얻게 된다는 것, 그 맥락을 잃어버리면 의미도

잃어버린다는 것을 깨달았지. " p.208

 

내 아이들이 먼 미래에 엄마의 서재를 보면서

엄마가 무슨 생각을 했고, 뭘 좋아하고 사랑했는지

내 책들을 통해 알게 되길 바란다.

그 책 속에는 스무 살의 엄마, 서른 살의 엄마, 엄마가 된 후의 엄마가 있을 것이며,  

가족을 떼어놓은 상태의 온전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난 서재를 갖고 싶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아버지를 빼놓을 수가 없다.

늦게 퇴근하시는 날이면, 자는 내 머리맡에 책을 사 놓으셨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야기 명심보감', '어린이 삼강오륜'

이런 책들이 베개 위에 단정히 앉아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다소 지루한 책일지 몰라도

그때의 백지같은 내 상태에서는 그 내용들을 쏙쏙 빨아들였다.

 

초등학생 때의 어느 해 생일에

아버지는 우리를 서점에 데려가서

갖고 싶은 만큼 책을 고르게 해주셨다.

당시 책이 2500원쯤 할 때, 나는 10만원 넘게 책들을 골랐고,

서점주인 아저씨가 덤으로 '몽실언니'를 준 기억이 난다.

(그 때 산 책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몽실언니만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지금은 늙으신 아버지를 위해 내가 책 선물을 드린다.

아버지는 책을 받으시면 속지에다

날짜와 누가 준 선물인지를 꼭 기록하시고,

책 중간중간에 메모도 하신다.

피는 못 속이나 보다. ^^

 

책을 팔지 않기로 했다.

죄책감 없이 책에 낙서를 해댈 것이고, 헌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래의 내 서재는 요새 유행하는 거실 서재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서재가 아닐 것이다.

오로지 책과 책읽는 사람만을 위한

편안한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다.

일회용 책이라는 건 없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이란 것도 없다. 적어도 내게는.

 

남편이 활자중독자라고 부르는 나는

정 읽을 게 없으면 내가 활자를 만들어내서 읽고야 만다.

살아있는 동안 적어도 책 만큼은 내 맘대로 사랑하며 살고 싶다.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노쇠하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눈과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손가락 하나쯤은

무사하게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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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22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6
조지프 헬러 지음, 안정효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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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번 리뷰는, 이 소설책 두 권의 두께만큼이나 길어질지도 모른다.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듯, 뭔가 개운치 않으면서도

그게 썩 기분나쁜 것만은 아닌, 그런 뒤끝을 남기기 때문이다.


사실 이 소설을 알게 된 경위도, 그리고 마침내 내가 이 책을 주문해서 손에 넣었다는 사실도 좀 우습다.

오빠의 영어선생님(캐나다인이라나?)이 이 책을 소개했다고 한다.

원래 소설제목이지만, 그 소설이 너무나 유명해져서

결국 보통명사화 되어 사전에 올라갔다고.

catch-22는 딜레마, 진퇴양난..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소설의 분량을 보고는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했지만,

1권의 앞 부분을 읽는 일은 진심으로 고역이었다.

주인공들이 다 미쳐버린 듯 했고, 상황도 미친 듯 돌아가고,

오죽하면 소설가 안정효씨가 번역을 잘못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했더랬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탈리아의 작은 섬, 피아노사가 소설의 배경이다. 피아노사의 공군부대에서는 출격 횟수를 40회, 50회, .. 늘려가면서 군인들을 귀향시키지 않는다.

캐치-22라는 조항 때문인데, 미치지 않는 한 전역할 수 없다는 조항이란다. 하지만 자기가 정말로 미쳤다면 미쳤다고 판단할 수 없으므로 여전히 복무해야만 한다. 내가 미쳤으니 집으로 보내줘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몇몇 인물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부자 아버지를 둔 수줍음 많은 샌님 네이틀리는 로마의 한 창녀에게 집착한다. 하지만 비행기 추락으로 그가 죽어버리고, 창녀는 그 소식을 전한 요사리안에게 원한을 품고 죽이려고 덤벼든다.


취사병이지만 수완좋은 사업가인 마일로는 사실 어떤 인물인지 알쏭달쏭하다. 적국과도 거래를 트면서 적군으로 하여금 자기 부대를 폭격하게 하는 사업가라니.. 그것을 단순히 비윤리라고 말해야 할지, 자본주의의 냉혹함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마일로 자신이 정말 원했던 바가 그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흥미로운 인물이다.


다네카 군의관은 이제 막 의사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할 무렵에 군대에 끌려왔다. 의무비행일수를 채우기 위해 비행일지에 이름만 올렸다가 그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멀쩡히 살아서 ‘전사자’가 되어 버린다. 이 행정절차와 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정신나간 인물들인지, 그 자체가 캐치-22이다. 한편, 아름다운 다네카 부인은 본국에서 사망통지서를 받고 남편이 그 누구의 말도 믿지 말라는 편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위로금과 연금으로 남편의 사망을 ‘잘’ 받아들이게 된다.


보잘것 없이 생긴, 요사리안으로 하여금 마음 짠한 보호본능을 일으키면서도 요사리안을 미치게 만드는 오르. 비행을 나갈 때마다 격추당하거나 바다에 불시착하는데도 잘만 살아남다가 어느 날 격추당해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엔 엄청난 반전이 있었다. 평소, 요사리안에게 자신과 함께 출격을 하자고, 그러면 격추 당해도 살아남는 법을 배울거라고 끈질기게 권하던 오르의 말을, 요사인안은 들었어야 했다.


비행기 안에서 고사포 파편을 맞아 끔찍하게 죽어간 스노든. 겨우 소설 말미에 가서 밝혀진 ‘스노든의 비밀’이란 건, 결국 ‘인간이란 물질이다’라는 사실이었다. 스노든은 온 몸으로 그 비밀을 알려주고, 비참하게 죽는다.


그 외에도, 멍청한 기회주의자인 캐스카트 대령, 그 밑에서 일하는 똑똑하지만 비열한 콘 중령, 늘 자는 얼굴 위에 고양이가 올라가 있던 헝그리 조, 스노든 못지 않게 끔찍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키드 샘슨, 간호사들, 군목,.. 정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그게 정상일지 모르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긴긴 소설을 이루고 있다.


요사리안. 그의 첫인상은 나에게, 고만고만하게 사기 잘 치고 겁 많은 미국인일 뿐이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보여주는 그의 주인공다운(?) 면모에, 나중에는 요사리안이 느끼는 감정들이 내게 전혀 거리낌없이 이입되는 걸 느꼈다.

돌아오지 않는 오르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나,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창녀의 어린 여동생이 길거리로 내쫒겼다는 소식을 듣고 그 아이를 찾으려고 애쓰던 모습, 그리고 캐스카트 대령과 콘 중령이 내민 ‘더러운’ 협상 카드를 용감하게 차 버리고 차라리 위험으로 뛰어든 점, 그리고 “난 강렬한 후회가 없는 삶은 바라지 않아요.” ...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전쟁에 관해 생각했고, 인간에 대해 생각했고, 마지막으로 책이라는 것 자체와 작가라는 것 자체에 대해 생각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책이 이렇게 두꺼워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캐치-22가 너무도 간명하고 뚜렷하게 그 뜻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사전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이 소설을 칭찬하는 이유. 모든 것에 나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책 읽는 것 자체가 그렇게 짜증나고 고통스러울 수가 없었다. 너무도 긴 문장, 미친 등장인물들과 미친 대화, 참아 줄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왜 이 책이 지난 반세기 동안 그렇게 유명했는지 그 이유를 알기 전에는 책을 덮고 싶지 않았다. 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참을성을 갖고 1권의 반쯤을 읽었더니, 그 다음부터는 감탄과 놀람의 연속이었다. 방금 책을 덮으면서는 이 책의 리뷰를 가능한 한 빨리 남겨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내가 받은 뚜렷한 인상이 조금이라도 흐려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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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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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인도의 인구 중

16%를 차지하는 달리트, 즉, 불가촉천민들.

내가 몰랐던 종교적인 폭력의 희생자들.

 이 책의 저자인 나렌드라 자다브(위 사진의 사람좋아보이는 아저씨) 역시 달리트 출신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적 명성을 지닌 경제학자이고 인도의 한 저명한 대학의 총장이며

나아가 인도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그를 만든 그의 아버지 다무와 어머니 소누의 이야기다.

종교가 사람들에게 계급을 지워놓고 신전에 발도 못 들여놓게 한다면?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만 하는 불가촉천민들의 지위가

신에 의한 것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죽을 때까지 끌고 살아가야 한다면? 신의 이름으로?

 

난 힌두교를 잘 모르고, 인도에 대해서도 보통 사람들이 아는 정도밖에 모르지만,

수많은 인도의 달리트들이 힌두교가 아닌 다른 종교로 개종할 수 밖에 없었다는

그 뼈아픈 과거에 분노를 느낀다.

 

우리 모두가 평등해진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평민의 평등, 남녀평등,. 그런 걸 쟁취해온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카스트에 따라 평생을 노예처럼

개보다 못한 삶을 산다는 건 당사자가 아니라도 화가 나는 현실이다.

 

저자의 아버지 다무는 그런 현실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를 일깨운 건 바바사헤브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암베드카르 박사였다.

그는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카스트제도에 저항하도록 달리트들을 이끈 지도자였다.

저항운동을 조직하고 달리트를 교육시키기 위해 강연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달리트'라는 신분의 굴레를 벗기 위해서는

자식들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가르쳤다.

 

다무는 그의 열렬한 추종자였고, 그의 말대로 자식들을 교육시켰다.

그는 자신의 아내인 소누에게도 글을 가르치고 일깨우려 노력했고,

오랜 세월 신분에 의해 몸에 배어든 관성과 타성을 깨부수기 위해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노력했다.

 

힌두 사회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찾기 위해 열심히 싸워왔지만, 

바바사헤브는 결국 힌두교를 포기하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카스트를 카르마로 여기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힌두 사회에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힌두교도로 죽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고

기본적으로 평등한 인간의 지위를 인정하는 불교로 개종한다.

다무와 그의 가족들 역시 바바사헤브의 개종과 함께 불교로 개종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인도인에 대해 생각해봤다. 

인도인들은 특히 우리 분야(공학)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단다.

미국 드라마만 봐도 어떤 분야의 드라마든 인도인들이 등장한다.

인구가 많은 만큼 그들이 전 세계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도 무한하다.

 

가끔씩 우리나라에 유교가 없었더라면

'열린' 사고방식이,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더 빨리 자리잡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뭐, 지금 그런 사고방식이 완벽히 뿌리박았다는 뜻도 아니고,

유교가 완전히 나쁜 점만 있다는 뜻도 아니다.)

만약 인도인들에게 카스트제도가 없었더라면?

인도인들의 저력은 엄청났을 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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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ㅣ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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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빌 브라이슨 아저씨. 

책을 덮고 나니 이 분의 얼굴이 너무 궁금해져서 

미국 야후를 통해 빌 브라이슨씨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책 앞표지 그림이랑 너무 똑같이 생기셨다. -_-;
 

그리고, 책 속에 나타난 이미지처럼,

기계치에, 뭘 잘 까먹고, 어디 잘 부딪치고,

친절하지만 잘 투덜거릴 것 같은 인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인이지만 영국에서 20년을 보내고

영국인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성인이 되서'  

미국으로 돌아와서 겪게 되는 일들을 칼럼 형식으로 소개한다.

 

특히, '삶의 미스터리'에 관한 장은 


웃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전깃불이 생기기 전에는 밤에 벌레들이 무얼 했을까?

전화벨이 울리면 왜 항상 누군가가 "전화야?"하고 물어보는 걸까?

엘리베이터에는 왜 '정격하중 550킬로그램' 같은 문구가 씌어있을까?

그리고 그 문구는 왜 엘리베이터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 부착되어 있는가?

내가 늦으면 비행기나 기차, 버스 등이 정시에 도착하고

내가 정시에 도착하면 비행기, 기차, 버스가 늦어지는 것은 왜일까?

 

 

또한 '삶의 규칙'

 

2. 제조회사의 이름이나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난 옷을 입은 사람들은

'나는 얼간이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배지를 달고 다녀야 한다.

3. 차를 주차할 때 하얀색 선으로 표시된 주차 공간 안에 차를 넣는 시간이

심장 수술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더 걸리는 사람은

그 주차공간에 차를 주차할 수 없다.

7. 호텔방의 모든 조명은 문이나 침대 근처에서 끌 수 있게 되어 있어야 하며

스위치가 조명기구 자체에 부착되어 있는 경우에는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있어야 한다.

만약 고객이 침대에 누워서 스탠드 불을 끌 수 없다면

그 날 밤 숙박료는 면제되어야 하며....

10. 모든 자동차는 양쪽 측면과 후면에 주유구가 있어야 하며,

주유구의 호수는 적어도 2미터는 되어야 한다.

15. ...한꺼번에 10명이 들어가는 거대한 회전문은

그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서로 아는 사이고

사전에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로

합의가 되어 있지 않은 한 불법이다.

 

저자가 이렇게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을 단순히 '재미있다'라고만 하기에는

어쩐지 아쉽고 석연치 않다.

 

이 속에는 비판도 있다.

너무너무너무 풍족하고

너무너무너무 융통성 없으며

너무너무너무 불합리한 미국의 단편도

빌 브라이슨의 글 속에는 재미있게 녹아있다.

하지만, 내가 가보지 않고서야

미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수야 없지 않은가.

 

사실, 조금은 겁이 난다.

미국땅을 밟기 두 달 전인 나로서는

빌 브라이슨의 이런 꼬집음과,

그 특유의 과장의 대상이었던 것들이

어마어마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미국은 좋은 곳이기도 하다.

삶의 기회와 가능성에 대해 본능적으로

긍정적인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지 않은가.

그 외에도 미국이 좋은 점은 많다.

 

하긴....

한국도 그렇다.

어딘들 안 그렇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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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하니까

얼마전에 읽었던 '행복의 지도'가 생각난다.

그 책의 서평에 빌 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의 절묘한 조화?

정확하진 않지만 뭐..그 비슷한 말이 적혀있었기 때문에

빌 브라이슨이 더 궁금해졌는지도 모르니까.

(알랭 드 보통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서

그 통찰력 운운..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다.)

 

'행복의 지도'와 관련해서 이 책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행복의 지도'의 서평이 꽤나 정확했다는 점이다.

빌 브라이슨은 너무 깊이 들어가진 않는다.

'가볍다'는 말이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기에 사용하기 조심스럽지만,

아무튼, 빌 브라이슨의 이야기는 가볍고..유쾌하다.

행복의 지도는, 이보다는 약간 무거웠다.(표현이 과연 이것밖에 없는지..-_-)

아무래도 '행복'이란 주제 자체가 '여행'과 어우러졌을 뿐,

그 자체로는 철학적인 주제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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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됐건,

담번엔 이분의 다른 책들을 읽어볼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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