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젊어서 아직 인생 모를 때.

밤을 새는 술과 목을 타게 할 만큼의 담배면 그럭 저럭 고민이 치유된다고 믿었던 그 때.

내겐 슬픔도 과시용이었던 때가 있었다.

과시할 마음이 있었으니 아마 그 슬픔은 아주 미약한 경도1의 활석 정도였던게다. 슬픔을 과시할 때면 그에 동조해주는 지극히 주관적인 내 친구들이 같이 거들며 밤을 즐겼다. 술을 마시고, 싫컷 울고, 아픈 머리를 툭툭 때리며 노래를 부르러 가서 술이 깨도록 노래를 하고....

그러다 정말 처절한 슬픔을 만났다.

이 놈은 정말 무섭다. 뭉근하게 내 폐를 조여온다. 내 잠을 빼앗고, 내 식욕을 앗아가고, 급기야 내 삶의 희망까지 "쓸데없는 망상"이라는 말을 외쳐대는 스피커를 뇌 속의 알수 없는 어딘가에 숨겨놓고 나날이 방송해 댄다.

이건 경도 10의 금강석이다.

어휘가 부족해 과시따윈 생각도 못한다. 입이 떨어져야지....

나는 게으른 문자 중독자다. 하루종일 무언가 너무 쓰고 싶고, 책만 보면 심장이 벌렁 벌렁 거리는 아주 깊은 중독 증세를 가진 문자 중독자다. 요즘 가계 사정으로 잠시 이야기를 끊은 관계로 금단 증세가 나타나는데, 나의 금단 증세는 슬픔과 비례 관계다.

그야말로 처참한 슬픔과 지독한 금단 증세를 섞어 겪고 있다.

슬픔이 과시용이었던 그 때가 되려 그립다.....

그것은 진정한 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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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를 쉬었다.

그저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쉰 것이 아니라,나 자신에 대한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한채 2주를 쉬었다. 내가 한 것이라곤 아이를 추스르고 친정 가족들과 이야기 비슷한 것들을 하고 목적없이 TV를 보며 밥을 먹고 잠을 잔 것 뿐이다.

태어나서 처음이다, 손에서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2주란 긴 시간을 쉬었던 것은.

그랬더니...

서재가 엉망이다.

기억이 사라졌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리스트를 내가 다 없앤건지, 아니면 서재를 개편하면서 알라딘에서 모두 삼킨건지 알 수가 없다. 이유를 모르기에 화가 나도 혼자서 쩔쩔 맨다. 뭐...알라딘에서 삼켰다면 나름 이유가 있을테고 아니라면 내 실수겠지.

책 조차 읽지 않고 2주를 쉬었다니 그건 기적에 가까운, 어찌보면 초자연적인 현상이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 책 욕심이 가라앉았다는건 우울함과 의기소침, 무의욕을 뜻하는 것이므로.

나처럼 투쟁적이고 돌진하는 성향의 사람은 매사에 이렇게 초연(무관심?)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 속에서 뭔가 또 변화가 있으려하는 걸까?

읽지 않은 책들을 거꾸로 꽂아 두었다.

그 책들이나 바로 해야지.

TV에서 가끔 "뜬 블로그"의 임자들이 자신들의 정보와 기술을 책으로 펴내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얼마전에도 봤다.....

이젠 그런 일들조차 지루해지려고 한다. 너무 많아.....

무더운 여름, 갑자기 쏟아지면서 더위를 순간 없애버리는, 힘넘치는 소나기처럼 어디서 그런 책 한권 안 나오는지...

매니아 성향의 것들 말고..........

나같은 일반 성향의 독자들을 위한..........

이러한 사람들에게조차 기가 막히게 인상 찍히는 그런 이야기.....어디 한 권 안 나올까...?

.........아.........찾았다, 나의 옛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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