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스티븐 C. 런딘 외 지음, 유영만 옮김 / 한언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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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긴 학생 생활을 끝내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어간다. 신입사원 간담회가 끝나고 전무님이 읽어보라고 이 책을 한 권씩 주셨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두 가지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만 할 때 늘 그러듯이, 작년 말 외국에 나가 모자란 공부를 더 할 것인지, 회사에 취직할 것인지 고민하며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적어보고 어느 쪽이 더 그 가치를 실현시키기에 적합할지 생각해 보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스스로의 성취감과 행복이었다. 또한 건강, 경제적 여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들은 학교와 회사 어느 쪽을 선택하든 큰 차이 없이 이루어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큰 비중을 두어 결정한 가치는 도전과 활력이었다.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에 갇혀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나, 학문은 순수해야 한다는 핑계 하에 사회와 미래가 원하는 연구에 무지한 나, 효율적인 시스템 하에서 조직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워보지 못한 나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도전과 활력이기도 했다.

스스로의 학문적 호기심을 만족시킨 것으로 뿌듯해 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 내 연구의 결과가 한 부분을 이루어 제품이 생산되고 그 제품으로 돈이 벌어지는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치열한 진짜 시장에서 살아남아 보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이제 새내기 사회인이 되었다.

유쾌한 어시장을 구경하며 누구나 활력을 느끼고 삶의 새로운 의지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휴일이 끝나고 다시 회사에 출근했을 때 그 감흥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서 느꼈던 바를 그대로 실천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한 사람들만 즐겁고 활력 넘치는 회사생활이라는 단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지금 나에게 주는 아주 중요한 교훈이기도 하다. 초심을 잃지 말 것. 결심하고 바랐던 것처럼 치열하게 도전하고 노력해서 성취의 기쁨을 느껴볼 것이다. 물론 그 과정 하나하나가 즐겁고 재미있을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울 것이다. 비록 몸은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있을지라도 가슴은 펄떡펄떡 뛰게 하자. Like a 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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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 이주의 마이리뷰에 뽑혔다. 5만원이다. 뭘 살지 곰곰히 생각해야지. 괜히 보관함에 담아놓은 책들만 반복하여 살펴보았다.

당첨(!)된 마이리뷰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 관한 것.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510013 )

처음에 이 책을 샀을 때에는 짙은 구름이 잔뜩 낀 듯한 책의 분위기도 싫고 줄거리도 잘 안 따라가지고 하여 역시 나는 프랑스 소설이랑은 안 맞나봐, 하며 접어두었는데 얼마전 다시 꺼내 남은 뒷부분을 읽노라니 예전에 몰랐던 매력에 빠져 가슴 한 구석이 시큰거리기까지 했다. 그새 내가 좀 자랐나?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고 내친 김에 리뷰까지 썼다.

기념으로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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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ce 2004-08-1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 나는 언제 소설 리뷰로 당첨이 되어 보나? ㅎㅎ
난 역시 실용서적인가...--;;

hjlee 2004-08-20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지혜 멋있다. 축하허이~ ^^
 

이렇게 막막한건가. 주어진 대로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내 앞에 놓인 여러 갈래의 끝이 안 보이는 어지러운 길들. 나는 어디로도 선뜻 발을 옮기지 못하고 겁만 내고 있다.

안개에 가려져 있는 그 길의 끝을 알아내는 것이, 조사하고 물어보아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그래서 가장 달콤한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길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휘어지고 거친 길이라 어려움이 예상되는 길이라도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길이라면 과감히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뭘까. 내 가장 소중한 사람 곁에 있어주는 일이 아닐까.

아, 어쩌면 이건 너무 거만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위로받고 사랑받고 싶은 건 나일텐데.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는 게 만만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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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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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나 영화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기억의 전부 혹은 일부가 상실된 사람의 이야기는 오래되고도 다양하게 변주된 소재 중 하나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는 빛바랜 한 장의 낡은 사진을 들고 낯선 거리를 헤매거나 스스로의 몸에 잊지 말아야 할 말들을 새기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또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기억들은 정말 휘발성이 강해서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내가 그런 적이 있었나. 내가 정말 그랬단 말이야. 어떤 기억들은 정말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일을 찍은 사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일에 대해 얘기해준 엄마의 말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옛 집의 모습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고 믿었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결국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오래된 사진 속의 집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카메라 앵글 바깥 부분의 집의 모습은 조금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 기록되지 않은 기억이란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사실 나는 국경을 넘어야했던 2차대전 당시 프랑스 거주 외국인들의 급박한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눈 덮인 산에서 그는 애인을 잃고 기억도 잃어버렸다. 너무 큰 충격이라 상실되었을 이 기억을 찾기 위해 그는 내내 고군분투한다. 그 여정은 조각 몇 개를 잃어버려 도저히 완성할 수 없는 커다란 퍼즐을 맞추는 일처럼 고단하고 안타깝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는 여전히 마지막 한 조각은 찾지 못했다. 모두들 어디로 가버린걸까. 내가 누구인지 말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놀랍도록 매혹적이고 유려한 소설이다. 건조한 문체 속에 주인공의 안타까움과 절망감이 고스란히 녹아서 잔뜩 흐린 파리의 뒷골목 같은 느낌을 준다. 나 역시 묻는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있나. 모두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생각한다. 잊지 않기 위해 기억의 영속성을 위해 기록하자.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사소한 사실도 이렇게 기록하여 기억하자. 매혹적인 프랑스 소설. 고풍스러운 번역.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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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진주와 노래방에 갔다가 진주가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있으니 어쩐지 가슴 한 구석이 저릿했다. 다 그런 걸테지. 애틋하고 지겨워지고 미워하고 후회하고 그리워하고 그러다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우연히 마주치고 어쩐지 가슴 한 구석이 저릿하고.

그 노래들을 생각했다. 사람도 가고 추억도 잊혀져가도 머릿속에 단단하게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노래들. 혼자 몰고 가는 차 안, 갑자기 라디오에서 흘러나와 다시 옛일을 들춰내는 집요한 노래들.

그리고 이제, 잠 못 이뤄 뒤척일 때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을 생각했다. 다정한 노래를 불러주고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을 생각했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만 미안해 하자.

언젠가 마주칠 거란 생각은 했어
한눈에 그냥 알아보았어
변한 것 같아도 변한 게 없는 너
가끔 서운하니 예전 그 마음 사라졌단 게
예전 뜨겁던 약속 버린게 무색해진데도 자연스런 일이야
그만 미안해 하자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 믿으며 흘러가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
멋 훗날 또다시 이렇게 마주칠 수 있을까
그때도 알아볼 수 있을까
이대로 좋아보여 이대로 흘러가
니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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