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막막한건가. 주어진 대로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내 앞에 놓인 여러 갈래의 끝이 안 보이는 어지러운 길들. 나는 어디로도 선뜻 발을 옮기지 못하고 겁만 내고 있다.

안개에 가려져 있는 그 길의 끝을 알아내는 것이, 조사하고 물어보아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그래서 가장 달콤한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길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휘어지고 거친 길이라 어려움이 예상되는 길이라도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길이라면 과감히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뭘까. 내 가장 소중한 사람 곁에 있어주는 일이 아닐까.

아, 어쩌면 이건 너무 거만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위로받고 사랑받고 싶은 건 나일텐데.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는 게 만만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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