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9, 10월 독서정산


두 달 동안 참 많은 책을 붙잡았다가 놓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1. 라스무스 호가드 등 저, "1초의 여유가 멀티태스킹 8시간을 이긴다", 불광출판사

 2. 손창섭 저, "잉여인간", 민음사"

 3. 타사 브랙 저, "받아들임",불광출판사

 4.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라는 적", 흐름출판

 5. 요한 하리 저, "도둑맞은 집중력", 어크로스

 6. Carlo Rovelli, "The order of time", penguin books

 7. E.B.White, "Charlotte's web", Harper

 8. Walpola Sri Rahula, "What the buddha taught", oneworld

 9. 진태원 저,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그린비

 10. 스피노자 저, "에티카", 비홍출판사

 11. J.토마스 쿡 저,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서광사

 12. 존 로페 저, "질 들뢰즈의 저작 1 : 1953~1969", 도서출판b

 13. 나카마사 마사키 저, "현대 철학의 최전선", 이비 등.


놓친 책이나 전자책도 있을 테고 훑었던 이런저런 논문들도 빠졌으니 실제로는 더 많은 걸 붙잡았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확실히 이렇게 정리해보니 책을 향한 내 마음 상태가 어떤 지 명확히 보인다. '너무 많다. 산만하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관심가는 주제, 하고 싶은 공부가 너무 다양하고 많다. 읽고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도 감당 못 할 범위인데 일개 직장인인 지금은, 좀 줄일 필요가 있는 건 맞다. 아니면 체계를 잡고 꾸준히 읽고 쓰는 일을 갈무리까지 하도록 하게 하던가.

읽고 싶은 좋은 영어 텍스트들이 많은 탓에 영어 공부를 조금씩 시작한 건 자리를 잘 잡았다. 문제는 읽고 쓰는 일이다. 꾸준히, 체계적으로 읽고 쓰는 활동을 삶에 만들어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네이버 블로그를 없애버린 뒤로 계속 방황 중인 느낌이랄까. 그나마 간간히 알라딘에 이런 글이라도 써서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독서 단상이나 공부 기록이라도 알라딘에 꾸준히 남기는 게 어떨까 고민중이기도 하다. 체계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안 그래도 광범위한 관심사가 제대로 통제가 안 되고 이 책을 읽다가 저 책을 읽다가 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아, 생각해보니 애초에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은 것도 문제다. 바쁜 회사 일 때문이었다고 하기엔, 분명 읽고 쓰는 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았다. 피로, 스트레스 등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아깝게 낭비한 시간이 많았을 뿐이지. 그나마 9월부터 조금씩 시작해서 10월 중순부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시행했고, 이제 어느 정도 루틴대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읽고 쓰는 일을 어느 정도 체계화하려면, 일단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을 조금 범주화해서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 


1. 일상 에세이 : 뭐 이건 내 삶의 정서적 지진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글이다. 내 내면의, 나와 타인 사이에서의, 나와 세상 사이의 다양한 사건, 생각, 감정을 구체적으로 쓰면 쓸 수록 더 평안하게 잘 살게 된다는 건 그동안의 경험이 증명했다. 대충쓰면 일기고 특정 주제를 가지고 짜임새있게 쓰면 일상 에세이가 되겠다.

2. SBNR : 철학, 과학 등 세분화해서 쓸까 하다가 그냥 이 단어를 언급하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Spritual But Not Religious. 이를 위해서 '실재'를 알아야 하기에 뇌과학, 생물학, 물리학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SBNR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작업을 한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스피노자도 이런 맥락에서 관심이 있는 거고.

3. 심리학 : SBNR과 겹치는 부분이 꽤 있긴 하다. 그래도 구분하자면, 심리학은 내가 평안하고, 영적(종교적인 의미로 쓰는 게 아니다)으로 살기 위한 조금 더 구체적인 지침들과 관련된 것들이다. 

4. 문학

5. 커뮤니케이션 스킬 : 읽고, 쓰고, 말하고, 요약하는 법

6. 세속의 삶을 위한 공부들1 : 정치, 정책, 법, 통계

7. 세속의 삶을 위한 공부들2 : 경제, 금융, 주식  


SBNR : 일단 스피노자 "윤리학" 1회 독 해보기로 했으니 이건 꾸준히 천천히 읽어보자. 로벨리 교수의 책("The order of time")은 이번 달이면 끝나겠다.

심리학 :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을 읽자. 10월 초에 절반 쯤 읽었던 거 같은데 까먹고 그뒤로 못 읽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 : 하나 찾아서 보자.

일단 이번달은 이정도로 목표를 세우고 여유가 되면 세속 공부1과 관련된 책 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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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우자와 히로후미 지음, 임경택 옮김 / 사월의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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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가 좀 추상적인 건 아쉬웠지만, 이 책을 읽고 내가 얼마나 자동차 친화적으로 구조화된 사회, 도시에 살고 있는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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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 어느 젊은 번역가의 생존 습관 ㅣ 좋은 습관 시리즈 3
김고명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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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산책 중 우연히 발견하고 후딱 다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책상 위를 최대한 미니멀하게 정리해 작업 공간으로 만들었더니 그 뒤로 야무지게 집에서도 할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그전에는 책상에만 앉으면 영상만 보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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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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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겪는 집중력의 문제를,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거시적으로 톺은 책. 구구절절 와닿는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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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8월 독서정산


이번 달 내 손을 거쳐갔던 책들

 1. 밀란 쿤데라 저, "소설의 기술", 민음사(2013) 

 2. 릭 핸슨 외 1명 저, "붓다 브레인", 불광출판사(2010)

 3. 단 하자비 저, "현상학 입문", 길(2023)

 4. 우자와 히로후미 저,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사월의책(2016)

 5.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저, "죽어가는 자의 고독", 문학동네(2012)

 6. 버나드 윌리엄스 저, "윤리학과 철학의 한계", 필로소픽(2022)

 7. 전기가오리의 출판물

 8. 카를로 로벨리 "THE ORDER OF TIME", 펭귄북스(2019)


참 이것저것 많이 붙잡았다. 다만, 완독한 책은 거의 없다. 산만했던 내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우선 쿤데라의 책 "소설의 기술"


저번 달에 완독한 책이다. 삶에 방향성을 잃은 듯한 요즘 10여년 전 나를 사로잡았던 작가, 작품들을 다시 가까이해보자며 붙잡았던 쿤데라의 책 중 하나. 발췌하면서 단상이라도 남겨야겠다 싶었는데 절반 정도 하다가 그만뒀다. 인간의 망각된 부분을 찾아가는 것, 실존을 탐구하는 것, 상대성과 애매성에 기초한 세계의 모델인 소설... 좋다. 그렇다 치자,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의 소설이 상대성과 애매성에 기초한 이 세계에서의 나의 갈등과 결단에 대해서 말해주는 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갈등과 결단은 내가 내 삶의 구체성, 맥락을 곱씹으며 내가 나의 내면을 천천히 들여다봐야만 갈무리가 지어지는 거니까. 사실상 나를 방기한 탓에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 또는 지금 내 위치에서 조금 더 가까이 존재하는 문제들과 관련해 쿤데라의 저 말들은 내 삶과 너무나 멀게 만 느껴졌다. 그냥, 지금 읽을 때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은 괜찮은데 이 책을 붙잡게 된 데에 대해서는 단상을 조금 남겨야겠다.

나는 차가 없다. 주위 친구들 보면 직장을 다니는 녀석들은 거의 다 차를 몰고 다니는데 나는 아직 살 생각이 없다. 차의 편안함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그 돈 주고 사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직접 걸어 다니는 데에서 오는 여러 이점이 아직은 좋기 때문인 것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대다수의 공간이 굉장히 자동차 친화적인 곳으로 계속해서 구조화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이 충분히 내부화되지 못하고 외부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동차 친화적 공간으로 도시 공간을 구조화하기 위해 들어가는 다양한 비용들(도로, 주차장, 각종 신호 체계 시설 등), 끊임없이 들리는 자동차 소음, 환경오염, 교통사고 등 이제는 마치 디폴트값인듯 되어 문제인지조차 잘 인지되지 못하는 다양한 요인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나. 자동차와 관련해서 좀 그런 상태가 아닌가 싶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붙잡은 게 이 책이다.


한 달의 독서생활을 돌아보며


악순환의 한 달이었다. 회사에서 일에 털리고 스트레스가 가득한 채로 집에 돌아오니 누워서 핸드폰을 쳐다보는 시간이 유독 더 길어졌고, 몸과 마음이 많이 망가졌다. 산만해져 이것저것 책을 붙잡았지만 정작 완독한 건 없었다. 이러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인 이상, 솔직히 돈은 좀 적게 받아도 상관없지만 워라벨이 훼손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번에 다시 확실히 느꼈다. 직장 생활에 어울리는 인간은 아니라는 것, 이 회사를 다닐 때 내 우선순위는 확실히 워라벨이라는 거.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회사생활을 하며 변해가는 내 모습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데, 가장 큰 이유는 책과 글이 삶에서 점점 멀어졌고, 그에 따라 내가 사라져가는 것 같다는, 퇴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 수 없다. 회사에서는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는 만큼으로만 하고 나머지는 크게 신경쓰고 싶지 않다. 날씨도 선선해졌으니 다시 책과 글을 삶 가까이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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