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8월 독서정산


이번 달 내 손을 거쳐갔던 책들

 1. 밀란 쿤데라 저, "소설의 기술", 민음사(2013) 

 2. 릭 핸슨 외 1명 저, "붓다 브레인", 불광출판사(2010)

 3. 단 하자비 저, "현상학 입문", 길(2023)

 4. 우자와 히로후미 저,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사월의책(2016)

 5.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저, "죽어가는 자의 고독", 문학동네(2012)

 6. 버나드 윌리엄스 저, "윤리학과 철학의 한계", 필로소픽(2022)

 7. 전기가오리의 출판물

 8. 카를로 로벨리 "THE ORDER OF TIME", 펭귄북스(2019)


참 이것저것 많이 붙잡았다. 다만, 완독한 책은 거의 없다. 산만했던 내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우선 쿤데라의 책 "소설의 기술"


저번 달에 완독한 책이다. 삶에 방향성을 잃은 듯한 요즘 10여년 전 나를 사로잡았던 작가, 작품들을 다시 가까이해보자며 붙잡았던 쿤데라의 책 중 하나. 발췌하면서 단상이라도 남겨야겠다 싶었는데 절반 정도 하다가 그만뒀다. 인간의 망각된 부분을 찾아가는 것, 실존을 탐구하는 것, 상대성과 애매성에 기초한 세계의 모델인 소설... 좋다. 그렇다 치자,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의 소설이 상대성과 애매성에 기초한 이 세계에서의 나의 갈등과 결단에 대해서 말해주는 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갈등과 결단은 내가 내 삶의 구체성, 맥락을 곱씹으며 내가 나의 내면을 천천히 들여다봐야만 갈무리가 지어지는 거니까. 사실상 나를 방기한 탓에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 또는 지금 내 위치에서 조금 더 가까이 존재하는 문제들과 관련해 쿤데라의 저 말들은 내 삶과 너무나 멀게 만 느껴졌다. 그냥, 지금 읽을 때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은 괜찮은데 이 책을 붙잡게 된 데에 대해서는 단상을 조금 남겨야겠다.

나는 차가 없다. 주위 친구들 보면 직장을 다니는 녀석들은 거의 다 차를 몰고 다니는데 나는 아직 살 생각이 없다. 차의 편안함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그 돈 주고 사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직접 걸어 다니는 데에서 오는 여러 이점이 아직은 좋기 때문인 것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대다수의 공간이 굉장히 자동차 친화적인 곳으로 계속해서 구조화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이 충분히 내부화되지 못하고 외부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동차 친화적 공간으로 도시 공간을 구조화하기 위해 들어가는 다양한 비용들(도로, 주차장, 각종 신호 체계 시설 등), 끊임없이 들리는 자동차 소음, 환경오염, 교통사고 등 이제는 마치 디폴트값인듯 되어 문제인지조차 잘 인지되지 못하는 다양한 요인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나. 자동차와 관련해서 좀 그런 상태가 아닌가 싶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붙잡은 게 이 책이다.


한 달의 독서생활을 돌아보며


악순환의 한 달이었다. 회사에서 일에 털리고 스트레스가 가득한 채로 집에 돌아오니 누워서 핸드폰을 쳐다보는 시간이 유독 더 길어졌고, 몸과 마음이 많이 망가졌다. 산만해져 이것저것 책을 붙잡았지만 정작 완독한 건 없었다. 이러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인 이상, 솔직히 돈은 좀 적게 받아도 상관없지만 워라벨이 훼손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번에 다시 확실히 느꼈다. 직장 생활에 어울리는 인간은 아니라는 것, 이 회사를 다닐 때 내 우선순위는 확실히 워라벨이라는 거.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회사생활을 하며 변해가는 내 모습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데, 가장 큰 이유는 책과 글이 삶에서 점점 멀어졌고, 그에 따라 내가 사라져가는 것 같다는, 퇴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 수 없다. 회사에서는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는 만큼으로만 하고 나머지는 크게 신경쓰고 싶지 않다. 날씨도 선선해졌으니 다시 책과 글을 삶 가까이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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