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5년 독서정산


한 해가 훌쩍 지나갔다. 올해 책을 약 80권 붙잡았고 그중 20권 정도를 완독했다. 만족스러운 독서는 아니었다. 붙잡은 책은 많았지만 끝까지 함께한 책은 적었다. 개인적인 일로 바쁘기도 했다. 다만, 더 큰 문제는 완벽주의였다. 많이 읽는 것보다 잘 읽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붙들고 매번 독서에 힘을 줬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책을 붙들지 않게 됐다. 책을 읽고 반드시 무언가를 남기지 않아도, 단정한 글 한 편을 완성하지 않아도, 그저 읽는 일이 즐거워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대했을까. 즐겁게 읽다가도 생각이 너무 많아 답답해져, 헛소리를 편하게 끼적이던 때가 그립다. 다시 그때처럼 읽고, 그때처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 기억에 남는 책들


올해는 '올해의 책'이라 부를 만한 한 권이 없었다. 삶의 지평을 넓혀 준 책을 만나지 못했다. 그만큼 책을 밀도 있게 읽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붙잡았던 책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몇 권에 대해서만 끼적여보려 한다.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저, 안영옥 역,  『돈키호테』, 열린책들, 2014














돈키호테는 내게,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비좁은 자아에 굳건한 성을 세우는, 잘못된 독서의 해악을 보여주는 하나의 반면교사였다. 그의 모습은 책과 이상에 갇혀 현실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나를 보는 것 같았으며, 죽기 전 후회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은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내게 주곤 했다. 물론 책을 읽고 보니 간접독서로 이해한 돈키호테의 모습이 실제와 아주 달랐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런 식으로만 이해하기에 이 작품은 너무나 다채롭고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돈키호테를 바라보는 시각이 큰 틀에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전에는 간과했던 '긴장'에 주목하게 됐다. 이상과 현실의 긴장 말이다.


이 책의 서사를 끌고나가는 것은 돈키호테의 욕망이다. 그 욕망은 바로 “모험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자기가 읽은 편력 기사들이 행한 그 모든 것들을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영원한 명성과 이름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 욕망, 달리 말하자면 이 이상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돈키호테의 광기어린 이상주의는 그가 데리고 다니는 종자인 산초 판사의 소박한 현실감각과 대비되며,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발생하는 현실과의 괴리가 우스꽝스러움을 선사한다. 예를 들자면 풍차를 거인으로 보고 돌진하는 것, 허름한 시골 여관을 성으로 여기는 것, 양떼를 군대로 보는 것, 대야를 맘브리노 투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돈키호테는 특정 욕망을 가진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고, 고난을 겪고 귀향하는 성장서사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돈키호테는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나? 간단히 말해 본인이 가졌던 이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성장했다. 돈키호테는 고백한다. “편력 기사도에 관한 불경스러운 이야기들은 모두 나에게 증오스러운 존재가 되었소. 그런 책들을 읽음으로써 내가 빠졌던 아둔함과 위험을 이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오.” 하지만 이렇게, 이미 당시 권위를 잃어버린 기사소설을 굳이 패러디해서, 돈키호테가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함으로써, 기사소설을 공격하려 했던 이유는 뭐였을까? 


세르반테스의 타겟은 단순히 기사소설을 공격하는 데에 있지는 않았다. 세르반테스는 종교검열을 피하고 교묘한 서술방법을 고안했으며 열린 텍스트임을 강조함으로써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함을 암시했다. 그리고 그 다양한 해석의 층위 속에서 내가 눈여겨 본 건 깔끔한 갈무리와 명확한 윤리적 결말이 아닌, 바로 '긴장'이었다.


당신은 이 책에 대한 어떠한 종류의 존경심이나 의무에서도 자유롭습니다. 그러니 보시는 대로 무슨 말씀이든 하실 수 있습니다. (15p)


얼굴을 알 리 없는 우르간다가 키호테에게 -

책 돈키호테여, 네가 조심해서

훌륭한 사람들에게 가면

경험이 없는 자도 네가 뭘 모른다는 그런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네가 바보들의

손에 들어가고자

안달할 때면

설혹 그들이 똑똑한 척하더라도

즉각 그들은 바보임을

알게 될 것이다. (21p)


긴장은 "정세나 분위기가 평온하지 않은 상태"다. 어떤 역학관계 사이에 압도적인 우위가 없어 안정보다 불안정에 가까운 상태. 그런 점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긴장이란, 이 책에는 돈키호테의 이상과 그가 마주한 현실 사이에 뭐가 더 옳고 그른지 단정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앞서 돈키호테의 이상이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지만, 모든 게 그런 건 아니다.


돈키호테는 돈키호테와 산초의 서사라는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도, 두 사람이 마주치는 여러 인물들의 사연이 덧붙는 옴니버스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에피소드들은 당대 스페인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삶의 구체적 맥락, 은유적 교훈을 풍부하게 품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돈키호테와 산초가 보여주는 모습은 때로는 우스꽝스럽지만 때로는 현실을 이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며 현실 속의 우리가 무엇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자문하게끔 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돈키호테는 기사소설 속의 덕목을 추종하며, 요즘엔 '과거 사람들이 누렸던 행복은 사라지고, 부지런함보다 게으름이, 노동보다 오락이, 덕보다 악습이, 용기보다 오만이 유행하고 있다며 한탄'한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의 입을 통해 스페인 황금시대의 절정에서 쇠퇴로 가는 길을 모두 목격하며 느낀 혼란을 이렇게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모두가 창녀를 인간 취급하지 않을 때 인간으로서 대우한 건 돈키호테였고, 모두가 바보같다며 비웃음에도 누구보다 섬을 잘 다스렸던 건 산초였다.


그렇게 읽다 보면 돈키호테와 산초가 이상한 건지 현실이 이상한 건지 헷갈리는 상황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게 바로 현실과 이상의 긴장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상은 현실의 구체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검증되어야 하고 현실은 이상이라는 기준을 통해 끊임없이 검토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라고.


2) Howard Sounes 저, 『Locked in the arms of a crazy life 』, canongate books Ltd, 2010















이 책이 기억에 남았던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완독한 책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 작년에 부코스키의 "호밀빵 햄 샌드위치"를 읽고 천천히 전집을 하나둘 읽어봐야겠다 마음을 먹었고 그 일환으로 찾아봤던 전기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질문은 이게 아닐까 싶다. 나는 왜 부코스키에게 끌렸을까.


부코스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헨리 치나스키는 부코스키의 분신이라 불릴 정도로 그의 삶을 짙게 반영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치나스키는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 품위, 정상성의 기준 밖에서 그것을 냉소와 유머를 통해 조롱한다. 바닥에서의 삶을 보여주는 이 캐릭터는 그 바닥에서 받은 상처와 고통을 글쓰기를 통해 해소, 표출하면서도 음주, 성, 관계에서의 방탕함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기혐오와 허무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마주한다. 


그러나 치나스키가 아무리 부코스키의 삶을 닮았다 해도 그는 어디까지나 소설 속 페르소나일 뿐 실제 부코스키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부코스키의 실제 삶이 궁금했다. 그의 삶을 더 알면 이 매력적이고도 한 편으로는 반면교사인 치나스키라는 캐릭터를, 나아가 그의 소설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이해는 내가 내 삶을 더 잘 사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내가 부코스키, 그리고 그의 작품에 끌림을 느끼는 이유는 아직도 명확하진 않지만 거칠게 정리하자면 '남성성에 대한 고찰 및 반면교사', '쓰기를 향한 열정' 정도로 키워드들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남성성은 특정 문화가 남성에게 요구해 온 정서, 관계, 권력의 사용 방식이며 생물학적인 성 그 자체보다 규범에 가깝지만 생물학적 요인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남성으로서 건강한 남성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다. 이와 관련해 부코스키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두 키워드에 대해서는 추후 부코스키의 책을 직접 읽고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생각을 깊게 풀어 쓸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3) 가우탐 바이드 저, 김상우 역, 『투자도 인생도 복리처럼』, 부크온, 2023














2025년은 투자 공부를 진지하게 시작한 해였다. 이 책을 처음 어떻게 집어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제목에 끌렸던 게 아닌가 싶다. 성장이 관심이 많은 내게 '투자도 인생도 복리처럼'이라는 말은 삶의 주요 좌우명으로 설정해도 괜찮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일확천금 또는 인생에서의 갑작스러운 깨달음이나 변화를 좇기보다, 지금은 작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더라도 하루하루 꾸준히, 조금씩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했다.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은 아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이 책은 "폭넓은 독서와 다양한 투자 경험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투자법, 자기관리,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한 지혜를 모두 결합하여" 수립한 총체적인 접근법을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두껍고 장황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한 번 읽고 끝낼 게 아니라, 심심하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펼쳐 읽으면 좋을,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투자습관을 기르고 마인드셋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고, 사숙할 만한 스승들의 언어를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벼려 탄생한, 본받을 만한 선배의 기나긴 조언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틀을 잡고 세계관을 확장 중이다. 

 

4) 스티븐 내들러 저, 연아람 역, 『죽음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민음사, 2022














어느 분야의 전공자가 자신의 전공 분야를(특히 철학부분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풀어쓴 대중서, 또는 연구서와 대중서 사이의 입문서나 심화서 수준의 책을 좋아한다. 이런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스피노자라는 철학자를, '자유인'이라는 개념을 자기가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자기 언어로 깔끔하게 설명한다. 스피노자는 철학자들의 그리스도라는 들뢰즈의 말처럼 그는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학자지만, 그의 이론을 정치하게 공부하는 것을 넘어 윤리적 실천의 관점에서 읽어내는 것조차 어려운 지라 이렇게 전공자가 스피노자를 해설해주는 책을 만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A free man thinks of death least of all things ; and his wisdom is a meditation not of death but of life. 자유인은 죽음에 대해 가장 적게 생각하며,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데에 있다.   


책의 원제는 'Think Least of Death'로 내들러는 에티카 4부에 등장하는 위의 문구에 착안해 책의 제목을 지었고, 이 책의 주요 키워드도 저 think의 주체인 free man, 즉 자유인이다. 내들러는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 목표를 자유인homo liber, 이성의 안내에 따라 사는 인간상의 구현으로 해석한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자유인은 오직 자기 자신의 본성에 의해 규정되어 존재하며 행동하는 자로서 이 길은 사물을 참된 인과 질서에 따라 인식하는 능력인 이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이 책에서는 자유인free man이 에티카 제5부에서 등장하는 현인wise man과 같은 건지, 자유인으로서 태어나지 못하는 인간에게 자유인이 규범적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일 뿐 실제로는 도달 불가능한 상태가 아닌지 등을 고찰하는데, 사실 학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크게 중요한 사항은 아닌 것 같다. 자유인이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상태이든, 삶의 규범 또는 이상이든 그가 제시하는 자유인이라는 개념은 충분히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태이며, 그런 점에서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해도 좋고 삶의 규범으로서 존재해도 좋기 때문이다. 붓다나 예수를 존경할 때, 그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실천이 중요한 거 아닌가.


스피노자의 자유인을 이해하려면, 그의 자유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음'이라는 개념과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후회는 'A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해서' 오는 의지와 연관된 감정이다. 하지만 스피노자에 따르면, 그런 의지를 독립적인 능력으로 보는 행위는 원인을 보지 못해서 생기는 착각일 뿐이며 그런 점에서 후회는 불필요하다. 할 수 있었다면 했을 것이며, 하지 못했다면 할 수 없었을 뿐이다. 따라서 중요한 건 할 수 있게 만드는 역량이다.


예를 들어보자. B는 좋지 않은 생활 습관으로 살이 쪄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살을 빼고자 노력했지만 여러 번 실패했다. B는 매번 폭식을 하거나 야식을 먹고는 자책한다. '나는 의지가 부족한 인간인가봐. 내일부터는 정말 먹지 말아야지.' 하지만 대개 이런 의지를 통한 다짐은 실패한다. 인과관계, 즉 원인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라면, 의지를 탓할 게 아니라 몸과 환경, 정서가 얽혀 작동하는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원인(수면, 스트레스, 동선, 유혹, 또는 유전적 요인)을 재배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렇게 어떤 상태를 지적으로 이해하고, 인과관계를 재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늘려나가는 것. 수동적인 상태에서 능동적인 상태로 이행하는 것. 이게 스피노자가 그리는 자유, 그리고 자유인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유인이 이렇게 매력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면,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아니면 규범에 불과한지, 솔직히 우리같은 일반인의 입장에선 크게 중요치 않다. 그건 마치 돈오점수냐 돈오돈수냐와 같은 갈무리되지 않는 논쟁이 아닐까. 우리에게 중요한 건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의 실질적인 이해와 행동이다.


5) 포즈랑 저, 『포즈랑의 투자 이야기』, 에디터, 2025














투자를 시작한 이후 투자와 관련해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아직 편하게 대화를 나눌 투자 메이트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사숙할 만한 스승과 선배들을 책을 통해 찾고 있는데, 올해 그렇게 책을 통해 만난 대표적인 선배가 바로 포즈랑님이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뭔가, 이런 동네형 같은(실제로는 한참 형님이지만) 투자 선배를 만나고 싶었달까. 최준철, 홍진채같은 분들은 롤모델이지만 살아온 궤적이 다르다 보니, 그보단 다른 루트를 밟다가 이후 투자쪽으로 꾸준히 자기 길을 걸어 어떤 성과를 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 니즈를 잘 충족시켜준 게 바로 이 책이었다.


기술적이거나 투자 전략을 아주 구체적으로 다룬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투자자로서 과거를 되짚어 보며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재미난 투자썰같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일반 투자자로서 갖춰야 할 마인드셋, 투자전략 등 길어낼 수 있는 좋은 팁들이 너무 많아서 가우탐 바이드의 '투자도 인생도 복리처럼' 같이 종종 한번 씩 꺼내들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6) Sam Harris 저, 『Waking Up』, Simon & Schuster, 2015














나는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종교에 관심이 많다. 각각의 종교, 상징, 체계, 교리 등이 흥미롭고 각각의 세계관이 그려내는 세상이 궁금하다. 종교를 이해하는 일이 즐거운 만큼, 무신론자로서 종교가 가진 긍정적 기능을 어떻게 세속화 할 수 있을지에도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집어들었던 책이다.


I still considered the world's religions to be mere intellectual ruins, maintained at enormous economic and social cost, but I now understood that important psychological truths could be found in the rubble. 나는 여전히 세계의 종교들을 광범위한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비용으로 유지되는 단순한 지적 폐허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중요한 심리학적 진실들이 그 잔해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해리스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UCLA에서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으로 위의 발췌 구절만 봐도 종교에 얼마나 비판적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종교라는 게 정의가 다양한 만큼, 해리스가 주로 비판하는 건 서양의 전통적인 유일신 종교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그보다는 종교에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기에 뭐라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다양한 종교들은 열심히 찾다 보면 금을 캐낼 수 있는 귀중한 금광과 같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종교 없는 영성'(spirituality without religion)을 추구하며 영성이라는 게 종교적 교의나 믿음이 아닌, 경험과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핵심 도구로 해리스가 제시하는 것이 명상이다. 명상을 통해 자아라는 환상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집착을 끊어냄으로써 의식과 고통, 정서의 인과를 더 맑게 이해하는 것. 그에 기반해 더 잘 살아가는 것, 나아가 타인과 함께 더 잘 살아가는 것. 이게 그가 말하는 종교 없는 영성이다. 여기에 어떤 종교적 믿음과 교의는 필요치 않다. 빗대어 표현하자면, 앞서 말한 스피노자의 자유인, 붓다가 말하는 깨달은 상태와 비슷한 지향을 갖는다.


물론 자아와 의식, 뇌와 인간, 나아가 세상과 우주를 과학과 이성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 그럼에도 나는 과학과 이성이 그런 제약 속에서도 충분히 잘 설명하고 있으며, 잘 설명할 것이라고 믿으며, 종교와 달리 모든 걸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과학과 이성이 제공하는 인간의 의식, 정서 등에 관한 메커니즘은 이미 실천적 관점에서 충분히 활용할 만한 수준이며, 삶의 의미 또는 자아에 관한 질문 또한 그런 과학적 성찰을 통해 탐구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 시그리드 누네즈 저, 정소영 역, 『어떻게 지내요』, 엘리, 2021














쉽지 않은 책이었다. 구조가 그랬고 작가의 의도가 그랬던 것 같다. 영화에서 시작해 호기심에 집어든 책이었고 '오 재밌어! 엄청나!' 이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아 뭐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찝찝한데?'라는 약간 불쾌한 감정을 자아내 나는 이 책을 탐정처럼 읽었다. 나도 작가처럼 의식이 흐르는 대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래의 단상이 탄생했다.


https://blog.aladin.co.kr/wintertrees/16230309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산만한 이야기를 하나의 줄기로 엮어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쉽지 않은 글이었다.


3. 2025년의 독서를 돌아보며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연말독서정산을 간략히 훑어봤다. 17년에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화두였고 18년에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가 중심에 있었다. 다만 18년을 지나며 추상적 차원에서 '좋은 삶'을 좇는 방식은 멈추기로 했다. 19년에는 먹고살기 위한 공부를 했고 앞으로 무엇을 공부할지에 관심이 있었다. 20년에는 관심을 갖고 갈 큰 줄기를 세웠고 21년에는 '나는 읽고 써야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22년에는 그렇다면 무엇을 읽고 써야 하는지, 또 '쓰는 일'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23년에는 책을 조금 더 밀도있게 읽을 수 있는 루틴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다. 24년에는 바빴던 사회생활과 망가진 루틴에 피로함을 느꼈지만, 이제는 정말 절박해진 만큼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내게 진짜 필요한 인생의 두 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난 독서정산을 훑어본 이유는, 지금까지 독서 방향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가는 게 맞을지 고민해보기 위해서다. 흐름을 따라가 보니 변화가 선명했다. 예전에는 불확실성과 위험, 고통이 두려워 안전한 곳에만 있으려 했다. 책으로 도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방구석에서 책만 본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구체적 맥락 속으로 들어가 현실을 살아내야 했다. 그건 곧 불확실성, 위험, 고통에 몸을 내맡기는 일이었다. 그래야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현실을 살아내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슬퍼했으며, 무언가를 포기했고, 받아들였고, 도전했다. 책은 그런 현실 속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할 때만 읽으려 했다.


그래서 그런가. 2025년의 독서는 뭐랄까, 밀도나 질에 있어서는 아쉬운 게 많았지만 구조적으로는 깔끔했다. 내적으로 정리된 게 있어서다.


그동안 독서와 관련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욕심이었다. 지식의 노예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본성은 여우임에도 정서적, 윤리적 혼란을 견디지 못해 고슴도치가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약간의 현상학 이야기와 이사야 벌린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후설은 '유럽학문의 위기'에서 과학적 태도를 실재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로 절대화하는 객관주의, 과학주의를 비판했다. 의식은 항상 무언가에 대한 의식 - 지향 - 이고 대상은 늘 어떤 시점, 거리, 관계 속에서 등장하는데, 과학주의는 생활세계라는 맥락을 삭제하고 과학을 절대화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과학은 우리가 이미 살아가며 경험하고, 이해하고, 의미를 만들고, 행동하는 기본 세계인 생활세계에서 특정 관심(측정, 예측, 통제)에 맞게 추상화 한 관점일 뿐, 실재를 바라보는 유일한 접근법이 아니며, 오히려 과학의 절대화가 생활세계를 잊어버리게 하는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후설은 지적했다. 


예를 들자면, 물리학자는 나무를 "물을 내부의 다공성 통로로 이동시키며, 외부와 열, 질량(수분) 교환을 하고, 중력이나 바람같은 하중에 대해 탄성, 점탄성으로 변형하는 계층적 복합재 구조물"로 바라보지만, 더운 여름철 길을 걷던 노인에겐 그늘을 제공해주는 쉴 곳이다. 제지 업체 사장에게는 종이의 원료로 보일 것이고, 가구업체 사장에게는 가구의 재료로 보일 것이다. 게다가 과학적 관점 안에서도 물리학자가 아니라 생태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나무는 다르게 다가온다.


이러한 현상학적 관점주의는 인간의 실제 삶으로 들어가면 골치 아픈 문제들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인류 역사상 이른 시기부터 인간들이 고민해왔던 것이기도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아포리아다. 아포리아는 '길이 막힌 상태,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난점'을 뜻하는데, 거칠게 보자면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 등장하는 게 이 현상학적 관점주의에 따른 아포리아의 구조다. 폴뤼네이케스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사건에 안티고네는 매장의무, 가족에 대한 의무로 오빠인 그를 매장하려 하지만, 크레온은 전후 질서 유지를 위한다는 국가에 대한 의무로 조카인 그를 매장하지 못하게 한다. 두 관점은 충돌한다.


후설이라면, 의미가 어떻게 주어지고, 가치가 어떻게 증거 있게 드러나는지 분석하며, 더 정당화된 이해와 높은 수준의 관점을 지향하겠지만(특정 관점의 절대화가 아니라는 점은 주의), 내 생각에 구체적인 삶의 맥락 속에서 그게 그렇게 깔끔하게 갈무리 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두 관점의 가치를 동시에 완전히 충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게 바로 이사야 벌린이 말하는 여우식 접근법이다.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저서에 등장한다. 


이사야 벌린은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비유를 통해 톨스토이를 해석하고 나아가 사상가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려 했다. 거칠게 읽어보면,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원리로 세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기질이다. 철학자로 예를 들자면 거대한 형이상학을 구축하려한 스피노자 같은 스타일이라고 할까. 반면, 여우는 여러 원리를 함께 다루며 맥락에 따라 사고하고자 하는 기질이다. 라이프니츠가 딱 이 스타일인 거 같다.


벌린은 톨스토이가 역사와 삶의 복잡성을 잘 그려내는 여우의 재능을 가졌음에도 개인적 신념 차원에서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해 설명하고 싶은 고슴도치의 욕망을 지녔고, 그 간극이 그에게 고통과 긴장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한다. 이걸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는 건 여기서 다루고 싶은 게 아니니 여기까지 하자. 중요한 건 그런 유사한 간극이, 내게도 고통과 긴장을 만들어 내왔고 오랜 시간 그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갈팡질팡해왔다는 것, 갈무리를 하지 못했다는 것,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모에 대한 애증을 내적으로 소화하지 못해 어리바리해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 느낌을 더 부연 설명하고 싶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자. 사족이 더 길어질 것 같다. 작년 독서정산에서 언급했던 페소아의 '비행동주의적 특성'과 '익명주의적 특성'에 내가 주목했던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 있어서다. 여하튼, 내 욕심과 내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갈등 탓에 오랫동안 나는 해석되지 않는 '나'라는 구절 앞에서 발싸심하던 인간이었는데, 소진되기만 하는 인간이었는데, 행동하지 못하는 인간이었는데, 불확실성에 몸을 잘 내맡기지 못하는 인간이었는데, 올해는 이 내적 갈등이 정말 많이 해소되었다는 게 2025년 독서를 돌아보며 느낀 핵심이었다. 이전의 내가, 겨울엔 이 오리들이 어디로 가냐며 묻던 콜필드 같았다면, 이제는 어쩔 수 없다며 내려놓은 콜필드 같달까.


아마 개인적인 사건들이 영향을 준 게 분명하다. 가정을 꾸렸고, 집을 구했고, 이런저런 자격증도 따봤고,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책을 이런 일련의 개인적인 사건들과의 관계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읽다 보니, 항상 중심이 있었고, 모든 걸 포괄하는 관점이 아니라 나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 나의 경험과 내 감정에 중요한 것에 초점이 있는 관점을 취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느낌으로 책을 읽어나가지 않을까 싶다.


4. 2026년 독서의 세가지 축


현재 내 인생의 큰 축은 '영적성장, 실용성장, 삶의기반'이다. 독서도 일단 이 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다.


1) 영적성장 : 지속적 탐구로 자기이해와 성장, 평안, 정신적 자유를 도모하며 그 과정의 통찰과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학, 철학, 뇌과학, 심리학 등의 책을 꾸준히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새롭게 책이나 작가를 또 늘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해마다 이 분야는 꾸준히 팔로우 해놨기 때문에 그만 추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2) 실용성장 : 장기적 자립과 경제적 자유를 위해 가치 기반의 투자 전략과 실행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과정의 통찰과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게 핵심이다. 투자에는 심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영적 성장의 관점에서 읽었던 심리학, 뇌 과학책들을 교차해가며 볼 수 있겠고, 매크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정치나 경제 관련 서적들을 읽어볼 수도 있겠다.


투자 책의 기본 줄기는 가투연과 버핏클럽에서 주최해 선정한 '2021 우량투자서 35선'을 메인으로 하려고 한다. 읽은 책도 여럿 보이지만 아직 대부분 읽지 않았고, 제대로 이해하며 보기에 아직 내 내공이 부족한 것들도 많다. 조금 더 눈에 들어오는 걸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철학을 공부했던 약력이 매력적인 조지 소로스의 책이나 국내의 훌륭한 투자자분들의 좋은 책들도 구미가 당긴다.

















정치, 경제는 화폐와 금융, 의사결정, 역학관계와 관련된 책들에 관심이 많다. 그동안 정당성/규범, 정체성과 감정의 측면에서 주로 관심을 두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가치저장과 보존, 나아가 가치증대의 관점에서 화폐와 금융은 알아야 할 게 많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비트코인의 이상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됐다. 가치저장과 보존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가장 순수한 화폐가, 가장 비인격적인 화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러한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여 보는 실험이라는 생각.


정치와 경제를, 특히 정치를 역학관계에서 보려고 했던 건 약간 본능적이었다. 늘 당위에 관심이 많았던 탓인가, 당위에 지쳐 당위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벗어나기 힘들어하던 때 관심을 두었던 게 바로 당위의 기저에 있는 것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근대 민주주의 및 자본주의의 발전 이후 인권 존중과 교정 중심의 형벌이라는 도덕적 진보 서사가 사실은 인간의 육체를 바라보는 권력이, 역학 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푸코의 지적같달까. 그래서 이러한 관점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봤기에 뮌클러의 "제국"이라는 책도 참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둘 다 거의 10년 전에 읽었던 책인지라, 특히 스터디를 하며 꼼꼼하게 읽었던 "감시와 처벌"과 달리 "제국"은 그냥 한 번 읽었기에 이 요약이 너무 거칠 수도 있는데, 내 기억에 뮌클러에 따르면, 세계의 질서 있는 평화, 국제 규범과 같은 당위는 사실 보편적 도덕의 승리가 아니라 하나의 제국적 권력이 압도적 우위를 가질 때 제공되는 공공재와 같은 것이다. 그때 당시 이 책을 읽으며 뮌클러의 분석력에 감탄했고 그와 동시에, 부상하는 중국을 보며 약간의 걱정 아닌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을 보니 정말 이 책의 말대로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제국이 약화되면 도덕이 사라지는가라는, 다극 체제에서 인권과 규범이 가능한가라는, 미중 패권 갈등 사이에서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는, 그리고 나는 어떤 태도를 갖고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라는 질문이 중요해졌다.


3) 삶의기반 : 신체, 정서, 관계를 꾸준히 돌보아 내 삶의 기반을 단단하게 하고, 그 안정과 평안을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나누는 게 핵심이다. 내 마음과 육체를 잘 돌보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꾸준히 읽고, 정서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숙고한 기록을 남기는 것. 내 마음과 육체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되는 루틴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결정마찰을 최소화한 상태로 밀도있게 살아갈 것. 그리고 그렇게 건강해진 자아를 바탕으로 내가 사랑하고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으며 주거니 받거니 할 것.

이 부분은 읽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한 지라, 필요한 책들을 그때그때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5. 2026년의 독서를 시작하며


요즘 계획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는 세우려 하지 않는다.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고, 호기심이 많고, 내적 상태를 중시하는 나의 특성 상 구체적인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그에 따른 심적 부담만 가중되는 탓이다. 상위 계획과 거시적인 흐름만 잡아 놓고 하위 실행은 가변적으로 하면서 변화를 흡수 할 수 있는 느슨한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26년 독서계획도 세 가지 축이라는 거시적인 흐름만 잡아뒀을 뿐, 그 이상 구체적으로 더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어떤 책을 읽겠다.', '몇 권 읽겠다'가 아니라 '지금 필요한 영적성장(or 실용성장, 삶의기반)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적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나의 판단이나 기록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재료로 쓰일까?'라는 질문에 긍정적 답변을 할 수 있는 게 중요하겠다.


ps. 1월 중순이 지나갈 무렵 지독한 독감에 걸려 한 동안 고생했다. 1월 중순에 끝내고 싶었던 2025년 연말 정산을 이제야 갈무리한다. 훌륭한 책들과 함께 더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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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 삶과 죽음에 대한 스피노자의 지혜
스티븐 내들러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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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세계의 필연을 이해함으로써 정념의 노예가 되지 않고, 이성의 힘으로 코나투스를 평온하게 확장해 가기. 그리고 이렇게 전공자가 해당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구체적으로 풀어 쓰는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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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Paperback, 미국판) Roald Dahl 대표작시리즈 1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Puffin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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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초콜릿처럼 달달하지만 권선징악형 교훈은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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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9월 독서정산


1. 시작하며

2년 만에 쓰는 월 독서정산이다. 23년 9월부터 안 썼던 거 같은데 이때 아마 사무실이 너무 바빠서 24년 하반기에 그 사무실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책을 많이 못 읽었다. 밀도있는 독서없이 억지로 적는 느낌이 들어 그만 뒀던 기억이 난다. 이제 와서 다시 시작하려는 이유는 당연히 쓸모를 느꼈기 때문. 독서 기록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Book Tracker를 만들어 사용 중에 독서정산과 함께 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정성적인 방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피드백을 하는 데에는,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에는 이만한 게 없으니까


2. 9월의 피드백

9월에는 6권의 책과 함께 했다.


 1) 돈키호테 : 8월에 1권을, 9월에 2권을 완독했다. 열린책들 판으로 읽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2) 상실 : 디디온의 저. 남편과 딸을 잃은 상실에 대해 쓴 책.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읽어보고 싶어 빌렸다.

 3) 비개념원리 : 전대한 저. 분석미학의 관점에서 쓰인 음악비평서. 분석미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4) 상실 그리고 치유 : 히크먼 저. 디디온의 책 상실과 마찬가지. 

 5) 이토록 멋진 휴식 : 피치 저. 생산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휴식. 잘 쉬지 못해 빌렸다. 

 6)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 올 해 Roald Dahl Collection 16권을 모두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아직 많이 남았다. 부랴부랴 읽는 중.


주식관련 책들도 읽었지만 알라딘 서재에는 기록하지 않기로 했다. 주식, 수학, 데이터, 통계, 프로그램과 관련된 책은 다른 블로그에 작성하고, 이 외의 인문학이나 심리학, 과학 등 기존의 내 관심사는 알라딘 서재에 적을 예정이다. /


관심이 생겨 책을 붙잡고 읽어보고 나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금 당장 끝까지 다 읽고 싶은 책.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끝까지 다 읽고 싶은 책. 별로 끝 쪽까지 페이지를 넘길 자신이 없는 책. 첫 번째 책은 지금 당장 쓸모도 있는 것 같고 재미있어서 계속 붙잡게 되니 큰 문제는 없다. 두 번째 책은 괜찮은 거 같긴 한데, 우선순위가 좀 밀리거나, 동기부여가 잘 안 되거나 당장 쓸모 있는 것 같진 않아서 backlog에 두었다가 언젠가 보고 싶은 것. 세 번째 책은 조금 읽어보니 그다지 내 삶에 쓸모는 없을 것 같아서 안 읽어도 괜찮아 보이는 것. 빠르게 분류 후 첫 번째 책에 집중하고 두 번째 책은 backlog에 모셔 놓고, 세 번째 책은 빠르게 반납 후 잊어버리는 게 중요. 세 번째 책은 어중간하게 붙잡고 있으면 머리 속에 자리만 차지하고 좋은 게 없는 듯하다. / 


완벽보다는 끝내는 걸 목표로. 책을 읽다 보면 이게 도대체 뭐지 싶은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풀어내려니 한참 걸릴 거 같아서 그냥 시도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엔 헛소리도 자연스럽게 썼는데 요즘엔 이게 잘 안 된다. 깔끔한 갈무리가 아니면 시도조차 안 하는 거. 그런 부작용을 방지하려고 알라딘 서재에는 한편의 정돈된 글보다 생각의 흐름같은 단상을 주로 남기려고 했는데도 이게 잘 안 됐다.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면 조금 더 편하게 끼적여보기로 다짐했다. / 


책을 붙잡았을 때는 꼭 이 책을 언제까지 읽을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막연하게 이거저거 붙잡고 읽는 것보다 이 책을 언제까지 읽을 거고, 그러려면 하루에 몇 페이지씩은 최소한 봐야한다는 게 정리되어 있어야 동기부여가 더 잘 되는 것 같다. /


주식, 수학, 데이터, 프로그래밍. 흥미로운 분야고 머리 쓰는 건 재미있지만 인문학이 주는 충만감과 행복감은 확실히 떨어진다. 인문학, 심리학 같은 공부는 재밌지만 나는 이거로 먹고 살 깜냥은 안 되는 거 같다. 그래서 결국 어느 하나로 정하지 못하고 투트랙으로 가기로 했다. 어중간하게 되겠지만 다 하기로 했다. /     


3. 10월의 계획

 1) 돈키호테 완독 기념 단상을 끼적이는 중이다. 10월 중 완성하자.

 2) 돈키호테를 더 깊게 읽기 위해 "돈키호테를 읽다."와 "돈키호테 성찰"을 읽을까 고민 중이다. 먼저, "돈키호테를 읽다"를 읽을 거 같은데, 붙잡게 되면 17일까지는 다 보면 좋을 듯하다. 30% 정도 읽었고 두껍지 않아 부담은 없다. 

 3) "비개념원리"는 딱 절반을 읽었고 대출기간이 만료되어 반납했다. 이건 backlog에 놓기로 했다. 나중에 보자.

 4) "상처 그리고 치유"도 좋긴 한데 손이 잘 안 간다. backlog에 놓기로 했다.

 5) "이토록 멋진 휴식"도 backlog로

 6) "상실"은 완독 후 단상까지 예정이다. 10월 16일까지 다 읽자.

 7) "찰리와 초콜렛 공장"은 우선순위가 높다. 당연히 다 읽을 예정

  

일단 "찰리와 초콜렛 공장", "돈키호테를 읽다", "상실" 세 권과 함께 가자. /


Sam Haris의 Waking Up을 읽고 있는데 이건 원서로 보는 중이라 오래 걸릴 거다. 틈날때마다 보고 있긴 하다. /


철학, 심리학, 뇌과학 분야의 책도 한 권 보고 싶긴 한데. 읽다가 backlog로 내려둔 다마지오의 느낌의 발견은 어떨까. /


조금씩 읽던 Locked In The Arms Of A Crazy Life는 잠시 backlog로. 부코스키 책을 다시 읽을 때 함께 꺼내보자. / 


요즘 국제정세를 보면 10년 전에 읽었던 헤어프리트 뮌클러의 "제국"이 자주 떠오른다. 이거 진짜 명저인데 생각보다 잘 안 알려진듯. 다시 보고싶다. 절판이네...? /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10월에는 자격증 시험 2개를 준비해야 한다.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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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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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좀 마음 같지 않을 때 나보다 더 어려웠던 사람을 보며 살아갈 힘을 얻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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