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9, 10월 독서정산


① 엘프리데 엘리네크 저, 이영애 역,『피아노 치는 여자』, 문학동네, 1판(2009), 완독 

② 모니카 마론 저,  김미선 역,『슬픈짐승』, 문학동네, 1판(2010), 완독

③ 프란츠 카프카, 권혁준 역,『소송』, 문학동네, 1판(2021), 완독

④ 헤르타 뮐러 저, 박경희 역, 『숨그네』, 문학동네, 1판(2010), 완독

⑤ 박종필 저, 『고수의 보고법』, 옥당, 1판(2015), 완독


























3달을 돌아 보며


3달이 지났다. 까먹은 건 아니었다. 동기부여가 안 되었을 뿐. 

읽은 책이 얼마 없었다. 독서에 집중하지 못했고, 퇴근 후 피로에 전 시간을 잔잔한 문장이 아닌 유튜브와 핸드폰 게임이 채웠다. 그나마 운동을 꾸준히 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래도 몇 가지 느낀 건 있었다.


첫째, 역시, 독서 후 기록하지 않으면 시간 자체가 휘발될 수 있다는 것

밑줄 치고, 옮겨 쓰고, 특정 생각을 오래 곱씹고, 2~3번 반복해서 읽은 게 아니라면, 글을 남기는 건 필수인 것 같다. (최소한 어떤 구체적인 의문점이나 문제의식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그렇게 몰입해서 읽은 것도 아닌데 글도 안 남기면 나는 그 시간 자체가 휘발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피상적인 느낌만 남고 구체성이 하나도 없으니, 차라리 그런 애매한 시간을 그러모아 책 한 권을 깊이 읽는 게 훨씬 낫다.


둘째, 소설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인간은 아닌 거 같다는 것

달에 소설은 최소 2권 보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소화가 안 된다. 읽긴 읽었고, 대강의 서사나 느낌은 머리에 남았지만, 정서적인 변화, 삶의 변화가 없었다. 이러니 의미가 없었다. 동기부여가 안 됐다. 애초에 소설을 많이 읽는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붙잡고 싶었던 이유는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때 소설을 통해 위안받고 미래를 살아갈 힘을 얻었던 경험 때문이었다. 이렇게 읽을 바에는 읽지 않는 게 낫다. 적게 보고 깊이 읽는 게 좋다.


셋째, 짬 나는 시간에는 실용서나 정보를 얻기 위한 책을 보는 게 낫다는 것 

짬 나는 시간에 소설을 읽어봤는데 좋지 않았다. 서사가 흥미롭고, 강한 책이면 상관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붙잡는 소설이 대부분 서사가 약한 책이어서, 짬 나는 시간에 조금씩 읽는 거로는 몰입이 되지 않았다. 문장도 음미하지 못했고, 작가가 의도한 정서적 효과도 맛보지 못했다. 이렇게 어중이떠중이같이 애매하게 읽어버린 터라(읽긴 읽었는데, 읽은 거 같지 않은) 생각이 영글지 않은 채로 단상을 남기려는 꼴이니 쓰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실용서를 봤는데 소설보다 훨씬 좋았다. (쓰다 보니 굳이 '실용서나 정보를 얻기 위한 책'으로 한정 짓기보다는 '작은 부분, 덩이로 쪼개 읽어도 괜찮은 책'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이런 책은 시간을 쪼개 읽어도 핵심이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으니까.


11월에 읽을 책

 제인 오스틴, "설득". 딱 이거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자. 어차피 연말 정리도 해야 하고, 내년 계획도 세워야 해서 바쁘다. 회사도 바쁘고 계속 바쁠 예정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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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번 출간 기념 리커버 컬렉션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보는 느낌.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 특히, 종교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과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며 규율과 규범을 만들고 그 사회를 조직화해나가는 모습을 소설화한 듯한 부분에 관심이 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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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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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정치, 사랑. 세 이상주의라는 트릴레마 속에 갇힌 서양인, 그리고 사랑을 택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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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여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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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진솔한 감정을 읽고, 나누면서 어떻게 남들과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지를 배우지 못한 한 여성의 슬픈 이야기. 왜? 그걸 배우지 못한 채로 딸을 대리 가부장이자 집착, 소유의 대상으로 삼아 길러버린 어머니 때문에.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도 모호해지고 남은 건 생채기 뿐인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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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독서 정산


① 필립 로스 저, 박범수 역,『휴먼 스테인 1,2』, 문학동네, 1판(2009), 완독 


역시 필립 로스다, 하며 읽었다. 어떻게 이런 좋은 글을, 그토록 자주 쓸 수 있을까? 여태 읽은 그의 책은 모두 적정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줬을 정도로 마음에 남지 않은 작품이 없었다. 읽지 않은 나머지 작품들은 또 어떨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다.

읽는 데는 좀 오래 걸렸다. 출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짬을 내 틈틈이 읽었기 때문에. 그렇게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다가 어느덧 끝장에 다다랐을 때의 그 느낌을 잊지 못하겠다. 할 말을 잃었다고 해야 할까. 머릿속 어딘가에서 부글대는 복잡미묘한 느낌을 언어로 옮겨낼 능력은 없었고, 옮겨진 언어마저도 너무나 많은 주제에 대한 것이어서 길을 잃었다. 어찌 이렇게 몰입하게 하면서도 밀도를 잃지 않는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한 개인의 짜임새 있는 맥락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구조. 그 구조가 조성해낸 힘. 그 힘이 만들어내는 서사가 나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모르겠다는 사실에서 오는 흥미로움. 작가가 의도적으로 짜낸 구조가 조성해낸 힘으로 지탱 되는 이 책은, 플로베르가 스타일의 내적인 힘 만으로 지탱 되는 글을 써내고 싶다 했을 때의 그것을 떠올리게 했다. 짬을 내 천천히 단상을 끼적여봐야겠다.


한 달을 돌아보며


바쁜 곳에서 일하며 꾸준히 읽고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으로 느낀 한 달이었다. 퇴근 후 저녁 먹고, 소화시키고 운동하고, 씻고 오면 10시다. 읽고 쓰기 위해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을 그러모으면 평일엔 2~3시간 정도가 한계다. 그것도 절반은 집중력을 밀도 있게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다. 업무 최적화를 더 달성해 회사에서 에너지 소모가 심하지 않게 하고 주말을 알차게 쓰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인데, 주말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좀 아쉽다.

나가르주나의 "중론" 강독 모임에 들어갈지 말지 고민 중이다. 솔직히 업무 최적화나 회사 일과 연관 시키자면 업무 관련 방법론에 대한 책들, 직무와 관련된 다양한 논문이나 연구서들, 하고 있는 일을 사회학적으로 확장한 다양한 담론에 대한 책이나 연구서들이 실용적으로는 더 도움이 될 것 같긴 하지만... 업무적으로도 도움 되고 나름 지적 쾌감도 있으니 나쁘진 않겠다만 으으음. 한량처럼 살고 싶었는데 버티다 보면 다시 좀 편한 곳으로 갈 수 있으려나. 1인분만 해도 이렇게 끌려오니 나 참.


8월에 읽을 책


-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 한 250페이지 정도까지 읽었다. 미하넬 하케네 감독의 "피아니스트" 영화를 봐서(훌륭한 영화) 나머지 부분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듯. (솔직히 앞부분 읽는 건 좀 고역이었다. 공감되고 밑줄 친 부분도 많긴 했지만 서사가 약해서 어쩔 수 없었다.)
- 김승옥의 '무진기행' : 전부터 계속 읽고 싶었던 소설. '헤어질 결심'과 '안개'란 키워드 그리고 노래 '안개'와 연결 지어 보고 싶다는 동기가 있어서 적어봤다.
- 프란츠 카프가의 '소송' 
- 7월에 계획하고 읽지 못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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