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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 헌법 묵상, 제1조
이국운 지음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법이 정부의 주인이고 정부가 법의 노예라면 그 상황은 전도유망하고, 인간은 신이 국가에 퍼붓는 축복을 만끽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해, 박 근혜, 최 순실의 국정농단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질서가 무너졌고,
법이 정부의 주인이 아니라, 정부가 법의 주인이었다는 것, 정부가 법의 노예가 아니라, 법이 정부의 노예였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필자는 법에 대해 관심이 없던 대학생 중 한명이었다.
그래서 누가, 어떤 원리로 국정을 운영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정치는 내 삶과 관련 없는 저 너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광화문이 촛불로 가득 메워지고, 많은 시민들이 일제히 ‘박 근혜 탄핵’을 외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 속에 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도 저 중에 하나가 되어서 내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법치국가에 살면서 헌법 1조의 의미도 제대로 숙고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헌법 1조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두 문장으로 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책은 이 헌법의 주체인 주어가 누구인지 한번 제대로 생각하게 해준다.
독재정치의 무력 아래에서 우리는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주체인 국민들은 독재정치 아래에서, 숨죽여서 살아야만 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객체가 되어갔다.
객체가 된 국민들은 그저 투표권만 행세하고, 정치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다. 목소리를 내더라도 직접적으로 정치에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헌법의 주체인 국민들은 서서히 목소리를 잃어갔다.
그러한 상황을 이용해서 정치권에서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점점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해갔다.
크고 작은 이런 저런 비리들이 정치권에서 수도 없이 터져 나왔지만, 여론은 잠시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뿐이었고, 사법부에서는 늘 솜방망이 처벌로 그들의 비리를 축소하고, 묵과하면서 넘어가곤 했다.
정치 바닥이 개판이다.
믿을 정치인이 없다.
다 거기서 거기다. 누굴 뽑아야할지 모르겠다.
늘 주변에서 들어왔던 이야기이다.
이렇게 될 때까지 우리 국민들은 대체 무엇을 한 걸까? 분명 정치에 관심 있는 많은 시민들은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국민들은 정치와 관련해서 어떤 행위를 하고 살아왔을까? ‘과연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해서 국민인 내 권리를 행사했다고 해서 나의 역할은 끝난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투표는 정치의 꽃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국민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투표’라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쉴 새 없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정치는 자연스레 쉽게 부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감시가 없으면 정말로 ‘고양이한테 생선 가게를 맡겨놓은 꼴’ 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인간의 탐욕과 욕심은 자연스레 권력을 가지게 되면, 자신이 것이 아닌 것을 탐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우리는 고양이한테 생선 가게 맡겨 놓고, 가게가 텅텅 빌 때쯤이 돼서야 분노하고, 들고 일어나게 되었다. 물론 더 예민하게 감시하는 시민들은 일찍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안전 불감증’에 걸린 우리 사회는 위험해진 상황이 돼서야 난리가 난 것이다.
솔직히 필자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 전까지는 국민인 내 손에 주권이 쥐어져있다는 것이 실감나 있지 않았다. 그냥 휩쓸리듯이 투표를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정치 뉴스를 바라보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내 모습이었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정치는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정치와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번 독서를 통해서 분명 주권은 대한민국 국민인 내게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뉴스를 보고, 정치 토론을 해도 와 닿지 않던 주권이라는 말이 이 책을 통해서 내게 성큼 다가오게 되었다. 이제는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시민의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꼭 정치를 하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귀찮고 골치 아프게 느껴지더라도 앞으로는 정치 뉴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 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 과정이 조금 어렵고 힘겹게 느껴 지도 라도 계속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정치 이야기 또한 다른 주제의 이야기처럼 밥을 먹으면서, 혹은 수업을 들을 때도 발언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가 되리라 생각이 든다. 지금은 정치 이야기가 일상의 대화에서 금기시되는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 물론 공권력이나 권위를 가진 교수나 선생님들이 정치적인 선동을 하면 안 되는 것은 맞지만, 일상에서 정치이야기가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어디서 정치에 관한 토론을 할 수 있을까? 꼭 특별한 정치 토론회나 독서 토론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정치적 의견은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말한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왜냐하면 개인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라서 그럴까? 그렇다면, 그렇게나 일상과 가까운 주제라면 우리는 좀 더 자유롭게 그리고 무게를 내려놓고 정치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