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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펭귄이라는 이름은 꽤 귀엽다. 우선 민감한 성에 대한 이야기를 귀여운 이미지를 가진 ‘펭귄’이라는 동물을 이용해 풀어낸 데에서는 심심한 칭찬의 박수를 보태고 싶다. 하지만 책 전체의 내용에는 상당히 문제의 소지가 많다.
초등학교 때 이성 친구 앞에서 발기한 ‘펭귄’을 꺼냈다는 자기 고백은 솔직히 성희롱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미성년의 아이가 상대방의 허락도 없이 성기를 이성 친구에게 보여주는 행위는 노출증을 가졌다라고 해석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표현하는 저자의 태도는 자리 합리화로 가득 차 있다.
후에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이 페이지만 봐도 우리나라의 성교육 실태가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다. 초등학생 남학생 아이가 이성친구에게 성기를 보여주는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 에피소드는 남학생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추억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상대 여학생에게는 끔찍하고 당황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읽으면서 계속 한숨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적나라한 차별 인식이 책 속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어떤 의미에선 당당하다. 하지만 나쁜 의미로 당당하다. 대놓고 자신이 어렸을 적에 인종차별을 했다고 책에서 밝히니 말이다. 물론 우리 잠재의식에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남아있지만 선진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없애야할 없어져야만 할 인식이 인종차별, 외모차별, 성적차별 같은 각종 차별에 관한 인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적나라한 현실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 현실은 아직 이정도이구나 하는 생각만 계속해서 들었다. 49p
대놓고 여성혐오를 한다. 여자를 사람으로 보는 법을 모른다고 한다. 마치 얼마 전에 소설가 김훈씨가 여성을 인격을 가진 대상으로 묘사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 정도가 딱 한국의 수준이다. 실태다. 이 책을 비판하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비판할 요소만 가득하다. 딱 이정도 수준이니까 페미니즘 이야기만 나와도 한국 남성들이 기를 쓰고 바락바락 페미니즘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제발 이성을 같은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렵다는 걸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다.
작가는 여자 형제도 있으면서 여자를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힘들었던 걸까. 물론 남녀를 구분해서 교육하는 우리나라 공교육도 문제가 많다고 본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왕성할 때 남녀 반을 구분해서 교육하는 것은 오히려 이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만 키운다는 생각이 든다.
적나라하면서, 갑갑하고, 바꿔야만 하는 현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