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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과 일
토머스 대븐포트.줄리아 커비 지음, 강미경 옮김 / 김영사 / 2017년 6월
평점 :
존엄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인간은 무수히 많은 것들을 파괴하면서 발전해왔다.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쳐서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다. 그것을 넘어서서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기술이 우리를 조금씩 집어 삼키고 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구글 번역기는 번역가의 수고를 덜면서 동시에 번역가의 자리를 위협한다. 그리고 각종 데이터들은 인간의 자리를 밀어내고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 의사들 또한 첨단 장비에 밀려 제 몫이 줄어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분명 편안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저에는 어렴풋한 두려움이 깔리기 시작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때 많은 사람들은 이세돌의 승리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4:1로 알파고의 대승이었다. 이후 커제 와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5:0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인공지능은 서서히 인간 고유의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인간만이 둘 수 있는 특별한 수가 있다고 여겼던 전문가들도 결과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더 이상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반갑기만 한 소식은 아니다. 되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증강하라!
인류는 과학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자동화’는 인간이 기술에 의해서 대체되는 것이지만, ‘증강’은 상호보완의 개념이다. 인간은 기술의 강점을 이용하면서 귀찮은 잡다 업무들을 기계에게 떠넘길 수 있다. 그리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핵심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다.
인간만의 해법
책의 중반부에서 오히려 저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강조한다. 용기와 지혜 인간애와 온기 같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에서 저자는 물론 독자는 함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비켜서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특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해서 말한다. 좌뇌에서 관할하는 과학 기술, 수학적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사회성, 인간미, 도덕성을 잘 활용하면 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놀란 점은 직접적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사회생활이나 정서 장애에 마찰을 자주 일으킨다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직접적 교육을 받았는데, 만일 내가 유아기 때 ‘놀이’교육을 받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옆으로 비켜서는 사람의 생존법
처음에는 나도 옆으로 비켜선다는 어감이 맘에 들지 않았다. 꼭 과학 기술의 발전을 피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긍정적인면도 찾을 수 있었다. 옆으로 비켜서는 사람들이야말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능력과 같은 능력은 로봇이 가지기 힘든 능력이다. 하지만 저자는 로봇이 예술 작품을 완전히 똑같이 모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고 한다. 인간들은 인간이 그린 작품을 보면서 경이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쉽사리 포기하고 싶지 않아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들은 본질적으로 로봇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위의 논리가 조금 비약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인간 고유의 능력이 로봇에게 침해 받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에는 나또한 수긍이 간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