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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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같지 않지만 ㅠㅜ) 여름이 되었어요.


예년 같았으면 극장가엔 공포 영화가 앞다투어 개봉했을 텐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침체되어 있죠...


저는 공포 영화는 못 보지만, 그래도 책은 좀 괜찮아서.


마리 유키코의 공포 소설 <이사>를 읽었어요.


책에는 6편의 단편과 작품 해설이 실려있는데.


그 작품 해설 또한 단편의 연장이라는 게 조금 반전 ㅎㅎㅎㅎㅎㅎ


공포 소설이라고 해서 막 잔인한 장면이 묘사되고, 귀신이 등장해서 나쁜 짓을 하고 사람 괴롭히고, 살인마가 등장하고... 뭐 그런 건 아니거든요.


문, 수납장, 책상, 상자, 벽, 끈 등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물을 소재로


흔히 할 수 있는 상상을 덧씌웠어요.


저희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남편은 환 공포증이 있어서 벽에 뚫린 수많은 구멍 이야기를 읽고 나면 후유증이 있을 것 같고요.


저는 <책상> 이야기가.......


편한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잖아요.


그런데 직원이 자주 바뀌는 곳에 대한 의심스러운 마음도 있고요.


만약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전임자가 남긴 무서운 편지를 보게 된다면?

그리고 그 편지를 통해 평소 이상했던 직장 상사의 행동이 이해된다면???


으아~~~~~ 제가 그 상황이라고 생각만 해도 오싹오싹!!!!!!


그런데 이 책이 진짜 재밌는 게, 결말이 '그렇다!'고 확실하게 마무리를 짓지 않아요.


'정말 그런가?' 싶게... 어떻게 보면 별것도 아닌 오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진짜 끔찍한 일이 있었는데

어느 쪽으로 상상해도 말이 되게 의뭉스럽게 끝이 나요.


그래서 더 무서운? ㅎㅎㅎ

더운 여름날 밤, 불 끄고 읽어보세요.


맥주와 함께라면 더 좋고요.

읽고 나서 얼른 잠들 수 있게요.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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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박건웅 지음, 님 웨일즈 외 원작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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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읽었던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그래픽노블로!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감동은 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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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
슛뚜.히조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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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생너와나의이야기

 

제목이 여생이라 해서 당연히 여생(餘生)인 줄 알았는데 여생(女生)이라는 뜻이라죠.

 

요즘 '평범한' 젊은 여성들은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제 실수는 여기서 시작....ㅋㅋㅋㅋ

 

'평범한' 여성의 생각을 알고 싶었는데, 이 책을 쓰신 분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더라고요.

이 책의 저자인 슛뚜 님과 히조 님은 각각 66만 유투버, 7만 유투버라고.

직업 자체가 평범하지 않고 또 이미 몇 권의 전작이 있는 작가님이시니 그걸로도 '평범'의 범위는 넘은 분들인데, 제가 너무 사전 정보가 없었어요. ^^;;;

 

그런데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평범'의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제가 '전형적인 평범'의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을 들으면 남편은 "정말 당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해?"라고 놀라거든요.ㅋ

 

사람이 다 각각 살아온 모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데
누구와 누구를 '평범'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을 고쳐 먹고, '특별한' 여성들의 여생 이야기를 듣자는 마음으로 다시 읽었는데.

아~ 특별한 여성들의 삶에도 무척이나 공감가는 것이 많더라고요.

 

저와 전공이 다르니 전공이 주는 특수성을 제외하더라도
강압적인 대학 문화에 느끼는 부당함이나 이질감에 공감하게 됐고
이 나라에 사는 여성으로서의 불안감과 성범죄에 대한 분노 역시 당연히 공감하고요.

 
저는 이미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비혼의 삶도 이해되고요.

 

'그래서 나는 유튜버로서 수명이 다하면 무엇을 할지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또 다른 방향의 문이 열릴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과정에서 얻게 되는 값진 열매는 믿음이다. 나 스스로 내 앞가림을 하며 살 수 있고, 내가 선택한 길로 나아가며 차곡차곡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내가 뭘 하든 다 잘 될 것 같은. 내가 어떤 미래를 꿈꾸건 혹은 꿈꾸지 않건 내가 불안하지 않으면 괜찮다.(220~221쪽)'는 글에는 정말 진심으로 존경의 박수를 치고 싶었어요.

 

요즘 젊은 여성들이 이렇게 건강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제 생각보다 밝은 거 같아요.ㅎㅎㅎ 저는 비록 저런 자신감을 갖지는 못했지만 저런 가치관은 정말 지지하고 응원해요.

 

'깨어있는 불편함이 무지한 편안함보다 나은 거라 믿(177쪽)'는다는 이 멋진 여성들이, 소수의 '특별한' 사람은 아니겠죠?

 

 그러고보면 이 시대의 모든 여성들은 특별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자 애쓰는 평범한 여성인가 봐요.

 

제가 처음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의도에 딱 부합하는 책이었네요.

 

아, 하나만 빼고요.

 
두 분의 우정이요.

 

처음에 사전 정보 없이 읽었을 땐, 두 분이 원래 친한 사이인 거 몰랐어요.
읽는 내내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어찌나 부럽던지.

 

다른 사람을 이렇게 죽도록 부러워하는 건 책을 읽는 제 목적이 아니었는데.
뜻밖의 독서가 되고 말았네요.

 

임경선, 요조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나 김하나, 황선우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처럼 요즘 이렇게 여자 두 명이 내는 책이 자꾸 나와서....

 

부러워 죽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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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인공존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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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인공존재


요즘이야 김초엽, 정세랑 등의 이름과 함께 SF소설이라는 장르도 낯설지 않게 다가오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배명훈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어요.


10주년 기념 리커버로 돌아온 <안녕, 인공존재!>예요.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안녕, 인공존재!」는 정말 허를 찌르는 것 같은 반전이 있었어요.


존재란 추상명사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존재'라는 이름의 제품을 발명해서 눈에 보이는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도 재미있는데

도무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이 제품의 기능이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고

그 방법은 존재의 존재를 없애버림으로써 존재가 사라진 이후에야 존재가 존재했음을 알게 된다는....


말장난 같은 아이러니.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정말로 '존재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는데.


인간은 너무나도 많은 행동과 성과, 즉 어떤 기능을 강요받으며 살고 있잖아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무능한 인간, 쓸모없는 인간으로 취급받고요.

하지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존재' 자체에 있는 게 아닐까.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겐 열정의 대상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의지의 대상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꼭 이 작품  「안녕, 인공존재!」뿐만이 아니라 책에 수록된 작품 전체에서 작가님은 '존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크레인 크레인」에서는 은경이 모계로 전해지는 '무당'과 같은 사람인데 그가 믿는 신이 크레인을 주관하는 기중신이잖아요. 그리고 옛날 사람들의 유령을 통해 역사를 증명한다는 고고심령학도 너무 재미있고요. 이 고고심령학이라는 설정이 너무 흥미로워서 관심이 많이 갔는데 이 개념을 확장시켜서 이후에 또 작품을 쓰셨는지  『고고심령학자』라는 장편소설도 있더라고요. 꼭 읽어보고 싶어요.


아직까지 천동설을 믿는 학자들이 있다는 설정의  「엄마의 설명력」이나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얼굴이 커진다는 설정의  「얼굴이 커졌다」도 기발한 상상력도 아주 독특하고 매력적이지만,

제가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묘한 부조화라고 해야 할까요?

굉장히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인 사건을 이야기하는 듯한 말투로, 황당무계한 설정의 사건을 서술하는 것도 재미있고

엄청나게 과학적으로 진보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무속 신앙과 결합시킨 것도 그렇고.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 어긋난 통일성과 개연성이 주는 유머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암튼 그런 대조적인 면이 정말 신선하고 색다르고 재미있었어요.


​아니 그런데 이게 10년 전 소설이잖아요!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그 유쾌 발랄 통쾌한 작품을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이 책의 제목 <안녕, 인공존재!>의 안녕은 '굿바이'의 뜻일 테지만 제게는 이 책의 제목이 이렇게 보이네요.


헬로우, 배명훈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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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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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괜찮아요천국이말했다

 

죽음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작가 미치 앨봄의 신작 소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를 읽었어요.

 

미치 앨봄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익숙한 이름인데요.

이번 책에서도 미치 앨봄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요.

 

결혼식 서약 14시간 후에 죽음을 맞게 된 애니.

 

이 설정부터가... 너무 기구해서.... 작가님 좀 너무하시네요!!!!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애니의 인생은 그보다 더 너무했어요.ㅠㅜ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맞고 부모님은 이혼하고 놀이동산에서의 사고로 왼손을 크게 다치고 그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고 여러 학교를 옮겨 다니고 그래서 친구도 없고,

엄마의 과보호와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만난 남자는 형편없고 그 남자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곧 병으로 죽고...ㅠㅜ

 

이럴 수가 있나요?

그렇게 힘들게 살다가 겨우 진실한 사랑을 만나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는데....... 바로 죽음이라니요. ㅠㅜ

 

이 책은 바로 그 죽음 이후부터 시작해요.

 

천국에서 애니는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던 다섯 사람을 만나게 돼요.
그 사람들을 통해 애니는 기억에 없던 일, 자신이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서서히 깨닫게 되는 삶의 소중함과 신비.....
 
그 다섯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저도 같이 울고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살아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과거와 현재의 많은 이들이 나의 삶을 위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을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만일 제가 죽어 천국에 가서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준 다섯 사람을 만난다면...

 

그 중 첫 번째는 애니처럼 의사 선생님일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파상풍으로 인해 죽을 뻔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때 저를 살린 건 물론 당연히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이었지만,
지금까지 '의사 선생님'은 생각 못 했어요.
누구신지도 모를 그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덕분에, 제가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남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요.

 

그렇게 저도 제 인생에 대해 생각하며 미치 앨봄이 건네는 위로의 인사를 잘 받고 있었는데.

 

아... 반전 결말!!!!!

 

펑펑 울었어요...ㅠㅜ
 
이날 책과 상관없이 우연히 남편과 천국과 지옥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저랑 남편은 둘다 종교가 없어서... 종교적인 의미의 '신'과 '천국'과 '지옥'을 믿지는 않지만
신이 있다면 정말 이런 세상을 만드셨을 것 같아요.

 

삶과 죽음은 이어져 있고
그 맞닿음으로 따뜻한 마음을 갖게 만들고 선한 마음을 갖게 만들고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이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요.

 

 


10쪽 애니는 젊었기에 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천국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모든 마지막은 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천국은 늘 우리를 생각하고 있다.

 

78쪽 이걸 기억해요, 애니. 우리가 뭔가 세울 때는 앞서간 이들의 어깨 위에서 새우는 겁니다. 우리가 산산이 부서지면 앞서간 이들이 우리를 다시 붙여줍니다.

 

113쪽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건 우리에게 내려앉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가 진실을 알면 슬픈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 "진실이 뭔데?" 애니가 물었다. "누군가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외로움이 끝난다는 것. 세상에는 필요가 넘쳐나거든."

 

176쪽 우린 치유하기보다 상처를 안고 있으니까. 다친 날은 정확히 기억해도 상처가 아문 날은 누가 기억하겠니?

 

210쪽 그렇게 구원이 일어나는 거란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은 바른 일을 할 문을 열어주지.

 

234쪽 우린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뭔가를 잃어, 애니. 때론 방금 내쉰 숨결처럼 작은 걸 잃고, 때로는 그걸 잃고는 못 살 것 같은 큰 걸 잃기도 하지.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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