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
슛뚜.히조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7월
평점 :


#여생너와나의이야기
제목이 여생이라 해서 당연히 여생(餘生)인 줄 알았는데 여생(女生)이라는 뜻이라죠.
요즘 '평범한' 젊은 여성들은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제 실수는 여기서 시작....ㅋㅋㅋㅋ
'평범한' 여성의 생각을 알고 싶었는데, 이 책을 쓰신 분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더라고요.
이 책의 저자인 슛뚜 님과 히조 님은 각각 66만 유투버, 7만 유투버라고.
직업 자체가 평범하지 않고 또 이미 몇 권의 전작이 있는 작가님이시니 그걸로도 '평범'의 범위는 넘은 분들인데, 제가 너무 사전 정보가 없었어요. ^^;;;
그런데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평범'의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제가 '전형적인 평범'의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을 들으면 남편은 "정말 당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해?"라고 놀라거든요.ㅋ
사람이 다 각각 살아온 모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데
누구와 누구를 '평범'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을 고쳐 먹고, '특별한' 여성들의 여생 이야기를 듣자는 마음으로 다시 읽었는데.
아~ 특별한 여성들의 삶에도 무척이나 공감가는 것이 많더라고요.
저와 전공이 다르니 전공이 주는 특수성을 제외하더라도
강압적인 대학 문화에 느끼는 부당함이나 이질감에 공감하게 됐고
이 나라에 사는 여성으로서의 불안감과 성범죄에 대한 분노 역시 당연히 공감하고요.
저는 이미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비혼의 삶도 이해되고요.
'그래서 나는 유튜버로서 수명이 다하면 무엇을 할지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또 다른 방향의 문이 열릴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과정에서 얻게 되는 값진 열매는 믿음이다. 나 스스로 내 앞가림을 하며 살 수 있고, 내가 선택한 길로 나아가며 차곡차곡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내가 뭘 하든 다 잘 될 것 같은. 내가 어떤 미래를 꿈꾸건 혹은 꿈꾸지 않건 내가 불안하지 않으면 괜찮다.(220~221쪽)'는 글에는 정말 진심으로 존경의 박수를 치고 싶었어요.
요즘 젊은 여성들이 이렇게 건강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제 생각보다 밝은 거 같아요.ㅎㅎㅎ 저는 비록 저런 자신감을 갖지는 못했지만 저런 가치관은 정말 지지하고 응원해요.
'깨어있는 불편함이 무지한 편안함보다 나은 거라 믿(177쪽)'는다는 이 멋진 여성들이, 소수의 '특별한' 사람은 아니겠죠?
그러고보면 이 시대의 모든 여성들은 특별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자 애쓰는 평범한 여성인가 봐요.
제가 처음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의도에 딱 부합하는 책이었네요.
아, 하나만 빼고요.
두 분의 우정이요.
처음에 사전 정보 없이 읽었을 땐, 두 분이 원래 친한 사이인 거 몰랐어요.
읽는 내내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어찌나 부럽던지.
다른 사람을 이렇게 죽도록 부러워하는 건 책을 읽는 제 목적이 아니었는데.
뜻밖의 독서가 되고 말았네요.
임경선, 요조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나 김하나, 황선우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처럼 요즘 이렇게 여자 두 명이 내는 책이 자꾸 나와서....
부러워 죽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