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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ㅣ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구병모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평점 : 
<위저드베이커리>와 <버드스트라이크>의 구병모 작가님 신작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가 나왔어요.
<위저드베이커리>와 <버드스트라이크> 모두 재미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창조된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시공간에서 현실을 꼬집는 날카로움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 날카로움이 단순히 현실 비판에 그치지 않고 희망과 연대와 위로로 나아가는 따뜻한 시선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번 작품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어떨지 너무 기대가 되었어요.
딸과 함께 살던 아버지가 집안에서 갑자기 발생한 자연발화로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
혼자 살던 집안에서 한 남자가 사나운 동물에게 물리고 찢긴 상처를 가득 입은 채로 사망한 사건,
역시나 집안에서 화장품 업체 사장이 익사체로 발견된 사건....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이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이 사건에는 뜻밖의 공통점이 있었죠.
처음에는 여러 이야기가 단순 나열되는 것 같은 구성이었는데 점차 내막(?)이 드러나면서
'역시 구병모!!!'하는 감탄이 나왔다죠.
자꾸 살인 사건 얘기가 나와서... 이번에는 장르가 추리물인가 했는데...
아! 추리물은 추리물이죠. ㅋ 근데 여러 증거를 수집해서 범인을 잡는 그런 추리물이 아니고
구병모식 환상이 들어가 있어요.
내가 진짜 죽을 것 같은 순간, 나를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면.....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가져봤을 법한 소원이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자라면서 그런 존재는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알게 될 뿐이에요.
이 소설에서는 '내가 진짜 죽을 것 같은 순간'의 현실적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요.
아버지에게 모진 구타를 당하는 딸,
스토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여성,
사장에게 일상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직원...
전혀 놀랍지가 않을 정도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이렇듯 수많은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이 무서운 현실을 견뎌내야 할까요.
사건의 미스터리에 접근해가는 주인공 '시미'는,
이혼한 남편의 원천봉쇄로 아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결국 남과 다름없는 관계가 되고 마는데
직접적으로 신체적 구타를 당하지 않았을 뿐 그 역시 사회적, 심리적 폭력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에서 겪는 상사의 언어 폭력도 있고요.
하루하루 폭력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시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작은 희망 아닐까요.
그 작은 '희망'이 비록 손에 잡을 수 없고, 증명할 수 없는 '환상'이라고 할지라도요.
그 '환상'을 이야기하는 구병모 작가님의 신작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예요.
+ 이 책은 아르테의 작은책 시리즈 중 한권이라 책이 사이즈가 작고 가벼워요. 책을 갖고 다니면 읽고 싶어도 너무 무거워서 못 갖고 다닐 때가 더 많은데 이런 작은 책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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