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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ㅣ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신작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었어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여러 이유로 조선을 떠나 하와이에 가게 된 세 여자의 이야기인데요.
경상도 김해의 작은 마을에서 살던 열여덟 살 버들이 고향 친구 홍주, 송화와 함께 '사진 신부'로 낯선 땅 하와이에 가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내용이에요.
마치 대하드라마를 본 것 같아요.
시대적 상황도 담겨 있고 그 시대의 어지러운 변화에 휩쓸리는 사람들의 삶도 담겨 있고
주인공들의 역경도 담겨 있어서요.
하지만 그 많은 사건에도 흡입력이 대단해서 중간에 멈추기가 아까웠어요. 뒷내용이 궁금해서요.
'사진 신부'로 가게 된 버들, 홍주, 송화의 사연도 시작부터 기구하죠.
당시 하와이는 너무도 멀고 먼 곳이라, 한번 가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딸을 손녀를 멀리 보내야했던 어머니(외할머니)의 선택도,
또 자신의 현재 모습이 아닌 거짓으로 꾸며지거나 예전의 모습인 사진을 보낸 하와이 거주 남자들도 (첨에는 화가 났지만) 슬프지만 이해가 됐고요.
주권을 잃은 나라의 백성인 것도 가슴 아픈데, 버들 홍주 송화는 전근대적 사고 방식과 문화를 가진 유교 나라의 여성으로서 더이상 이 땅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야 했어요.
하지만 하와이에 도착한 그들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데요.
그 어려운 가운데 셋이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모습은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이었어요.
국내외에서 독립 운동을 하는 가운데 하와이 한인 사이에서도 파가 갈리어 서로 미워하고 배척하는 장면 진짜 답답했지만 그래도 셋의 우정이 변하지 않았다는 데에 안심했어요.
버들은, 전통적인 어머니상, 아내상, 며느리상을 다 가지고 있어요.
시아버지를 친아버지처럼 극진히 모시고,
독립운동을 하겠다는 남편의 뜻을 받들어 남편 없이 혼자 생계를 꾸리고
아이들을 열심히 키워 대학 교육까지 받도록 할 뿐 아니라.
하와이의 농장에서 시작해서 여러 일자리를 거쳐 자기 자신의 가게를 차리고 결국 자기 농장과 집을 갖게 되는,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과도 같은 인물이에요.
버들과 함께 간 친구 홍주는 근대적 여성상의 대표라고 할까요.
조선에서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죽어서 졸지에 과부가 된 홍주는 그러한 풍습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의 어머니 역시 자신의 딸이 평생 집안에 갇혀 사느니 욕을 먹더라도 자기 삶을 사는 게 낫다는 생각에 하와이로 보내요. 하와이에서도 홍주는 다른 조선 여자들과 달리 빠르게 하와이 생활에 적응하여 치마도 짧게 줄여 입고 운전도 하고 미국 남자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요. 그런 홍주를 사진 신부로 맞이한 조선 남자는 홍주와 대조적으로 정말로 전근대적, 봉건적, 유교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었죠. 조선에 본처가 있는데 아들을 낳겠다고 홍주를 데려온.... 두 번이나 남편을 잘못 만난 홍주의 삶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해나간 멋진 여성이에요.
송화는..... ㅠㅜ
송화는 이 책에서 짠내 담당인가봐요. ㅠㅜ
너무 불쌍했어요.
외할머니는 무당이고 어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않고....
무당은 조선에서 천한 직업이잖아요.
무당의 딸, 무당의 손녀라는 이유로 항상 아이들의 돌팔매질을 당하며 살다가
평범한 여자처럼 살기를 바라는 외할머니의 간절한 바람으로 하와이까지 왔는데
나이를 속여도 너무 속인 할아버지를 남편으로 만나 여기서까지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ㅠㅜ
더 슬픈 건 결말인데요.
(스포일러를 하지 않기 위해 자세히 쓰지는 못하겠지만)
결국 송화는 자기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삶을 벗어나지 못한 거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이 책의 주인공들 대부분이 파도와도 같은 운명을 헤치고 나아가는 삶을 살았는데........
세 여인의 이야기인데 왜 제목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인가 했더니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어요.
전혀 예상을 못 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네요.
다시 한번 버들의 모성애에 감동했어요.
그리고 그 모성애가, 자식을 내 안에 가두고 지키겠다는 모성애가 아니라
자식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해주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발전한 모성애라 뭉클했어요.
버들의 그런 결정은, 버들을 자신과 같은 삶을 살게 두지 않으려는 버들 어머니의 결정과도 이어지는 것이겠죠.
어머니에게서 딸로, 다시 그 딸이 어머니가 되어서 딸로 이어지는 삶의 의지,
그 여성의 힘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일제강점기 해외 이민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김영하 작가님의 <검은 꽃>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좀더 밝고 희망적인 결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