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햇볕 강렬해지다 오후에 선선해짐

 

아침부터 덥다. 더 더워지기 전에 서둘러 나무에 박힌 못을 빼야 한다.

나무들이 정리되면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공사 시작이다.

못 빼는 작업은 손에 익어서 속도는 빨라졌지만 힘 드는 건 여전하다.

팔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작업을 마치고 누우면 다리와 팔, 손목과 손가락이 아프다.

"이러다 근육 생기겠는 걸~" 

"근육 생기면 좋지~."

물렁살이 단단한 근육으로 바뀌면 나의 정신 또한 단단해 지리라. 

 

고귀한 영혼의 기질은 이렇다. 그러한 영혼은 아무것도 공짜로 얻으려 하지 않으며, 삶에 있어서는 특히 그러하다 

프리드리히 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장희창 옮김, 민음사, 353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다. 헌데 '삶으로부터 내맡김'이라는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거기에 보답하며 공짜로 살려고 한다. 니체는 그런 이들을 '천민의 부류'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렇게 말한다. 

 

여러 가지 길과 방법으로 나는 나의 진리에 도달했다. 나의 눈길이 저 먼 곳을 내려다볼 수 있는 그 높이에 이르기 위해 내가 단 하나의 사다리만을 타고 오른 것은 아니었다. 시도와 물음. 그것이 나의 모든 행로였다. 이것이 지금 나의 길이다. 그대들의 길은 어디 있는가?"라고 나는 나에게 길을 물은 자들에게 대답했다. 말하자면 모두가 가야 할 그런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책, 346~347

 

'시도와 물음'. 그것은 니체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택한 사다리였고 미감이었다. 그 미감은 좋은 미감도 나쁜 미감도 아니며, 자신이 부끄러워하지도 숨기지도 않는 미감이었다. 하여 그는 이것이 지금 나의 길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나 또한 말한다. 지금 이것이 나의 길이라고. 부끄러워하지도 숨기지도 않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는 지금 가고 있는 이 길. 내가 일구고 개척하고 있는 이 길이 지금 나의 길이라고.

 

 

점심을 먹고 나니 햇볕이 눈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쬔다. 3시까지 작업은 포기! 

집 뒤 테라스에 해먹을 걸고 낮잠을 청했다. 목도리를 하고 겨울 잠바까지 입었는데도 춥다.

현이의 체온까지 더해졌지만 바람이 불면 속수무책이다.

 

 

해먹에서 바라본 하늘. 추워서 낮잠은 글렀고, 나무가 흔들리는 걸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작업을 끝낸 나무들. 넓적 나무와

 

둥글고 네모난 나무가 이만큼 모였다.

 

 

못 쓰는 나무들. 대부분 땔감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루종일 쫓아다니느라 피곤한지 잠을 자고 있는 현이. 추위를 타서 천을 덮어주었다.

일하고 잠시 쉬는 동안 현이는 우리를 웃게 한다.

그냥 보고 있어도 헛웃음이 나는 현이.

"현이는 개그 도그야."

오리를 사냥하는 종이어서 닥스 헌트인데, 현이는 오리를 잡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잡는다.

그것도 웃음으로.

현이는 닥스 헌트가 아니라 스마일 헌트다. 낄낄낄!!!

 

개그 도그 현이의 잠자기 신공을 보라! 앞다리는 들고 뒷다리는 쩍벌이다.

저러고도 태평스럽게 잠을 잔다. 

 

 

저녁에 언니가 밥 피자를 해주었다. 반은 고기, 반은 해물이다. 왼쪽 바닥에 밥이 보이시는지. 

 

<밥 피자 만드는 법>

1. 피자판에 기름을 골고루 두른다.

2. 밥을 얇고 편편하게 깐다.

3. 토마토 패스토 소스를 펴 바른다.

4. 잘라놓은 햄을 골고루 놓는다.

5. 네모나게 잘라놓은 피망과 양파를 깐다.

6. 잘게 썬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놓는다.

7. 볶아놓은 해물을 놓는다.

8. 피자용 치즈를 살살 뿌려준다.

9. 오븐에 20분간 조리한다.

10. 맛있는 밥 피자 완성!

 

처음 먹어보는 밥 피자는 담백하고 맛있다. 먹다보니 밥을 두 공기 정도 먹은 것 같다.

맛있는 걸 보면 절제하기가 힘들다. 아직 나의 수련은 산 넘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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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안개비가 내리다 오후에 그침

 

20대 국회의원선거일. 임시공휴일이다.

어제 밤부터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집 주변의 풍경이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빗속의 전원교향곡을 느껴보시라!

 

거실 창 밖 풍경. 자목련과 개나리,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다.

 

 

 

 

 

비가 오니 백이는 집에 드러누워 빼꼼이 머리만 내밀고,

 

 

현이는 명상 중! @@

 

 

갓 나온 취나물. 삶아서 된장에 묻혀 먹으면 맛이 끝내준다.

 

 

길가에 나온 오가피. 숨어지내기 심심했나 봐.

 

 

하얀 복숭아꽃.

 

 

분홍 복숭아꽃은 벚꽃과 흡사하다.

 

 

작은 꽃들 따라 비가 은구슬을 올려놓았다.

 

빗속의 산책길. 전원교향곡을 지은 베토벤도 산책을 무척 사랑했다지? 그에게 산책길은 창조의 샘물이었던 게지. 걸으면서 접속하고 느끼고... 창조는 다른 무엇과 접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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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푸르른 날

 

어제에 이어 나무에 못 빼는 작업을 계속했다.

일은 익숙해졌지만 더워서 힘겨웠다.

쉬었다 일하기를 반복했더니 오후에는 제법 나무들이 모였다.

오전에 형부는 눈병이 난 백이를 데리고 병원에 들렀다 설계사무소에 다녀왔다.

점심을 먹고 뒷산에 올라 갖은 나물을 뜯었다.

산에 오르면 백이와 현이는 물론이고, 아랫집 똘이와 윗집 씽이도 어디선가 나타난다.

개들의 네트워크는 정말 신속하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합창을 하면서 짖어댄다.

산에 살면 이들의 네트워크를 무시할 수 없다.

개를 무서워하고 피해다녔던 나는 여기와서 현이와 절친이 되었다.  

백이와도 잘 지내지만 사이즈가 커서 아직 무섭다.

그리고 주인에게만 충성하는 진돗개가 아닌가!

 

 

스타렉스 뒤에 탄 백이. 왼쪽 눈을 잘 못떠서 동물병원에 간다.

백이는 차 타는 걸 무서워한다.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멀미를 했다.

백이도 현이처럼 눈에 염증이 생겼다고 한다. 밖에서 뛰어다니고 아무데나 비비고 하니 눈에 상처가 난 모양이다.  

 

 

백이가 병원에 가거나 말거나 벽돌 위에 다리를 얹고 늘어지게 한숨자고 있는 현이를 보라.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더니만 빈말이 아니다.

 

 

바깥채를 뜯고 나니 거기서 살던 벌들이 안채로 몰려와 벽에 구멍을 뚫었다. 내가 자는 방에도 벌 한마리가 들어와 창문을 열어 내보냈다. 벌이 집을 옮기기까지 한동안 피해다녀야 할 것 같다. 

 

 

집 입구를 지키는 나무와 구름과 전신주가 어울려 오후의 한순간을 만든다.  

 

집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사람도 있고 개도 있고 벌도 산다.

산골집이 아니더라도 그러하다.

도시의 집에는 개미도 있고 귀뚜라미도 있고 간혹 달팽이도 나온다.

헌데 그것들과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무시하는 게 당연한가?

그것들을 잡아죽이는 게 떳떳한가? 

집은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다.

집은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고로 집은 태생적으로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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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덥지도 춥지도 않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다

 

집을 부수고 난 뒤 살린 나무들이 수북히 쌓였다.

살린 나무들 중에서도 쓸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살릴 나무는 박혀 있는 못을 빼고 분류해 둬야 한다.

 

마구 뒤섞여 있는 나무들.

 

 

 

네모난 것, 둥근 것, 넓적한 나무에 박힌 못을 빼야 한다.

못은 큰 것은 15센티 정도 되고, 자잘한 것들은 촘촘하게 박혀 있다.

집에 있는 장도리와 망치가 총동원되었다.

그것 가지고는 긴 못은 택도 없다.

길이가 70센티 정도되는 장도리를 장에 가서 사오고 나서야 일은 속개되었다.

 

못 빼는 일은 만만치가 않았다.

구부러져 있는 못을 펴고, 뾰족한 곳을 망치로 치고, 못이 나오면 장도리를 넣고 온몸의 힘을 다 써야 겨우 하나가 빠졌다.

허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아프고 온몸에 힘이 다 빠졌다.

개교기념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은 언니가 간식으로 빵을 만들어 주었다.

 

<빵 만드는 법>

1. 빵 만드는 밀가루를 빵틀에 넣는다.

2. 커피를 230밀리 물에 타서 밀가루에 붓는다.

3. 이스트를 넣는다.

4. 버터를 한 숟가락 녹혀 넣어준다.

5. 아몬드와 해바라기씨를 넣어준다.

6. 빵 만드는 기계에 빵틀을 넣고 메뉴에서 빵만들기를 선택한다.

7. 3시간 40분이면 빵이 만들어진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빵이 만들어졌다.

딸기잼에 발라 먹고, 치즈를 얹어서 먹었다.

 

 

못을 뺀 나무는 세 가지로 분류되었다. 둥근 나무

 

네모난 나무

 

넓적한 나무.

 

오늘 작업한 나무들이다. 비에 젖지 않게 비닐을 씌웠다.

 

 

열심히 일한 당신, 구들에 몸을 지져라. 일을 끝내고 방에 불을 뗐다. 나는 이제 불떼기쯤이야 누워서 떡먹기다.

 

라이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흥미가 솟아난다. 그는 철저하게 스스로 만족하며 산다. 희귀한 삶의 기술, 대학교수들도 모르는 모든 삶의 요소들을 잘 알고 있다. ... 그에게는 생계를 위한 노동, 또는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이 억지로 해야 하는 고생이 아니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노동의 단맛을 즐기며 일한다. ... 그들은 인생이라는 긴 오락을 즐긴다. 그들은 어려운 시대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소로우의 일기』, 윤규상 옮김, 도솔, 255쪽

소로우가 라이스에게 느낀 노동의 단맛을 나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삶이 기술이 되고, 자기배려가 되는 길은 수련과 수양, 수행에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되도록이면 직접 할 것. 모르면 묻고, 끊임없이 시도할 것."

이것이 일을 하는 나의 태도이며 행동강령이다. 

 

그는 어떤 일을 하든 이웃 사람들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는다.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을 적게 고용하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을 하는 기쁨을 즐긴다. 직관적인 분별력과 합리적인 계산으로 부유해졌고, 자신의 재산을 적절히 투자할 줄도 안다. 공정하고 적절한 경제를 실천하며 어수선한 사치 생활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보다 살아가는 데 비용이 덜 들고 인생에서 더 많은 것들을 얻어낸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소로우의 일기』, 윤규상 옮김, 도솔, 255쪽

소로우가 라이스에게 배웠듯, 나도 라이스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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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맑음

 

거창은 덕유산, 가야산, 지리산이 둘러싸인 곳이다.

몇 해전 동생네랑 남해 일대를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 청학동에 들렀다 가야산을 지나갔다.

가을 단풍철이었는데 산이 사람을 홀리듯이 끌었다. 조카들이 어려서 산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이 얘길 했더니 형부가 이번에 가잔다. 가야산 만물상은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단다.

과연 그럴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저녁에 집안의 하~느님 언니에게 말했더니 토요일에 가잔다. 

 

토요일, 아침밥을 먹고 점심을 준비해서 차에 올랐다. 

근데 하~느님이 아직 차에 오르지 않았다.

"10시 반되야 나올끼야. 꾸물거리는 건 고질병이다."

언니는 10시 35분에야 당당히 차에 오른다.

느님께서 오셨으니 이제 가야산 만물상을 향해 출발!

 

 

가야산 국립공원 안내도. 우리는 백운동지구에서 만물상을 거쳐 서성재를 지나 백운동지구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가야산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돌산이다.

 

 

만물상까지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하더니 이렇게 급경사를 내내 올라야 했다.

하기사 지난 겨울, 노고단은 산책코스라고 한 사람들이니 그 말을 믿은 내가 바보다.

 

 

먼 산을 바라보는 하~느님.

 

이제 돌들의 향연이다. 만물상은 기암괴석이 만가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지어졌다.

 

 

 

 

 

 

 

 

 

가야산에서 만난 야생화.

 

 

 

 

 

 

 

내려오는 길에는 물소리가 귀를 찢는다. 바위에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뼈속까지 시리다. 

 

 

저녁놀에 타는 진달래꽃. 언제 피었는가? 언제 사라졌는가? 잠시잠깐이다.

 

 

싹이 트는 나무는 해질녘에도 찬란하다.

 

가야산은 예쁜 처녀 같다.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고 소담스럽다.

산행을 마치고 부추전에 막걸리 한잔씩 마셨다.

막걸리를 마시고 차에 오르니 잠이 쏟아진다.

피곤하긴 했지만 거창 가조에 있는 온천에서 목욕을 했다.

냉온욕을 하고 나니 몸이 개운하다.

그때그때 몸을 풀면 다음날 새 몸으로 새 날을 맞이할 수 있다.

몸을 언제나 레디 고~ 상태로 해 놓는 것.

몸을 쓰면서 알게 된 중요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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