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푸르른 날
어제에 이어 나무에 못 빼는 작업을 계속했다.
일은 익숙해졌지만 더워서 힘겨웠다.
쉬었다 일하기를 반복했더니 오후에는 제법 나무들이 모였다.
오전에 형부는 눈병이 난 백이를 데리고 병원에 들렀다 설계사무소에 다녀왔다.
점심을 먹고 뒷산에 올라 갖은 나물을 뜯었다.
산에 오르면 백이와 현이는 물론이고, 아랫집 똘이와 윗집 씽이도 어디선가 나타난다.
개들의 네트워크는 정말 신속하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합창을 하면서 짖어댄다.
산에 살면 이들의 네트워크를 무시할 수 없다.
개를 무서워하고 피해다녔던 나는 여기와서 현이와 절친이 되었다.
백이와도 잘 지내지만 사이즈가 커서 아직 무섭다.
그리고 주인에게만 충성하는 진돗개가 아닌가!

스타렉스 뒤에 탄 백이. 왼쪽 눈을 잘 못떠서 동물병원에 간다.
백이는 차 타는 걸 무서워한다.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멀미를 했다.
백이도 현이처럼 눈에 염증이 생겼다고 한다. 밖에서 뛰어다니고 아무데나 비비고 하니 눈에 상처가 난 모양이다.

백이가 병원에 가거나 말거나 벽돌 위에 다리를 얹고 늘어지게 한숨자고 있는 현이를 보라.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더니만 빈말이 아니다.

바깥채를 뜯고 나니 거기서 살던 벌들이 안채로 몰려와 벽에 구멍을 뚫었다. 내가 자는 방에도 벌 한마리가 들어와 창문을 열어 내보냈다. 벌이 집을 옮기기까지 한동안 피해다녀야 할 것 같다.

집 입구를 지키는 나무와 구름과 전신주가 어울려 오후의 한순간을 만든다.
집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사람도 있고 개도 있고 벌도 산다.
산골집이 아니더라도 그러하다.
도시의 집에는 개미도 있고 귀뚜라미도 있고 간혹 달팽이도 나온다.
헌데 그것들과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무시하는 게 당연한가?
그것들을 잡아죽이는 게 떳떳한가?
집은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다.
집은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고로 집은 태생적으로 공동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