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추적추적 비 내리다 오후에 그침

 

비 오는 날엔 도서관에 간다.

창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읽고 싶었던 책을 하루종일 읽는다.

피곤하면 창 밖에 높이 선 메타세콰이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점심엔 재래시장까지 걸어가서 3천원짜리 밥을 먹는다.

돌아오는 길은 골목길로 빠져 이집 저집 기웃거린다.

담벼락 너머로 까치발을 하고 집안을 구경한다.

단층집들은 저마다 자기스타일을 갖고 있다.

사는 사람의 손때가 묻어 나온다. 그런 집구경은 언제나 재밌다.

이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혼자 이런 저런 상상을 한다.

 

다시 돌아와 보면 텅 비었던 자리에 세 사람이나 앉아 있다.

조용히 의자를 당겨 앉는다.

오후 독서 삼매경.

퇴근하는 언니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콜 수사님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샀다.

비는 그쳤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면 그만이다.

 

 

비가 그치고 먹구름이 전면을 뒤덮었다. 저멀리 오묘한 빛깔을 담은 구름도 떠 있다.

지금 마음이 온통 먹구름이라도 그게 전부가 아니다.

 

 

돌 위에 삼겹살과 김치를 굽는다. 맛은 상상에 맡긴다.ㅋㅋ

 

 

오늘은 보름! 보름달이 떴다.

 

 

갖가지 구름이 보름달을 향해 돌진한다. 구름과 보름달의 용호상박!

 

 

보름달을 향해 용이 달려온다.

 

 

 

 

 호랑이 구름이 달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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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가 늦은 오후부터 흐림

 

명상을 한 지 보름되었다.

그동안 호흡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오늘, 호흡과 생각이 일치하는 걸 느꼈다.

몸이 한 호흡으로 움직였다. 몸의 마디마디가 유연해졌다.

호흡과 함께 춤을 추었다.

내 호흡과 밖의 호흡이 교제했다.

은근하게 좋은 기분.

충만하게 즐거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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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가 늦은 오후부터 흐림

 

며칠 전만해도 뒷뜰에는 개나리가 한창이었다.

이제 개나리는 지고 잎들이 올라온다.

십년 전, 작은 개나리 몇 개를 심은 것이 퍼져 뒷뜰을 뒤덮었다.

얼기설기 얽혀 있는 개나리는 봄 한때 잠시 피었다가 여름내내 벌레들의 천국이 되었다.

그리하여 개나리를 없애버리는 게 콜 수사님(형부에게 붙인 별명)의 숙원사업이 되었다.

어제, 오늘 숙원사업을 해치웠다.

콜 수사님은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지저분한 개나리가 사라지니 내 속도 시원하다.

머리 깍고 수염까지 싹 다듬은 뒷뜰.

땅을 돋우고 방수목까지 하면 새로운 뒷뜰이 되겠지.

개나리가 사라지니 앞 집 정원이 이 집 정원 같다.

어느 것이든 누리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이 장땡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유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불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서 얻는 행복이란 것도 영원할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도 행복해지고 타인도 행복해지는 길, 다함께 행복할 수는 없을까?"

부처님은 출가하시기 전 이러한 의문 속에서 회의와 번민을 거듭하다, 소유욕에 기반을 둔 이 현존의 삶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즉 '소유의 독점과 확대'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 한 우리는 다함께 행복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신 것이다.

법륜,실천적 불교사상, 정토출판, 47쪽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소유에 뿌리를 두는 한, 그 모든 노력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소유의 가치를 버림으로써 욕망을 일으키지 않고, 욕망을 일으키지 않음으로써 악업을 쌓지 않는다. 또한 내가 소유하지 않은 만큼 타인에게 돌아가게 하니 타인까지 이롭게 한다. 따라서 소유가 없으면 주종의 인간관계가 없어지고, 지배와 복종이라는 불평등이 소멸되며, 이리하여 일체의 고통이 소멸되는 길이 열린다.

법륜,실천적 불교사상, 정토출판, 47쪽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니 뒷뜰의 개나리가 사라지듯 속이 시원하다.

"소유하지 않는다, 욕망을 일으키지 않는다."

불교에서 소리는 물질이라고 한다.

소유하지 않기 위해, 욕망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소리를 내본다.

"소유하지 않는다, 욕망을 일으키지 않는다."

나의 말이, 나의 앎이, 나의 삶이 되길......

나는 가짜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노란 개나리꽃이 보이시는가. 뒷뜰을 뒤덮은 개나리였다.

 

이제 개나리는 사라졌다. 말끔해진 뒷뜰을 보시라.

 

개나리나무가 얼마나 야물게 엉켜있는지 전지 가위로 가지를 잘라내고 톱으로 나무둥지를 잘라냈다.

 

잘라낸 개나리가 산더미다. 콜 수사님이 자르고 옮기는 건 윈디 몫.

뒷뜰이 말끔해진 기념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버렸다.

모으니 한 차 가득.

현이를 데리고 쓰레기 소각장에 다녀왔다.

 

현이의 전용 자동차 시트. 바구니라 옮기기 쉽고, 잡기도 편하다. 

 

며칠 전 돌풍에 나무 덮은 비닐이 다 날라갔다. 오늘 저녁에 비 예보가 있다.

비닐을 앞뒤, 좌우, 위에까지 꼭꼭 여며주었다.

 

 

 

야외에 스피커가 설치되었다. 김광석의 음악을

 

파라솔 아래에서 들었다. 말이 달려가는 듯한 구름이 지나갔다.  천마총의 천마도에서 본 그 말이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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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새벽에 비와 강풍, 오후에 그치고 맑음

 

새벽에 강풍이 불었다.

산이 울부짖었다.

나무도 흔들리고 먹구름이 몰려다녔다.

임시로 설치한 플라스틱 루프에서 나는 소리가 그대로 전해졌다.

집 날라가는 줄 알았다.

서울아저씨네 밭에 비닐이 바람에 다 벗겨졌다.

"가보니까 파를 잔뜩 심어놓으셨어."

"파가 아니고 마늘이다."

"..."

길죽한 이파리가 나와 있길래 파인줄 알았다.

나는 매일매일 배우는 무지랭이다.

"오늘 함양 장이다. 장에 가서 전 거리 사서 전 부쳐 먹자."

함양 장에서 피순대를 맛보았다. 오로지 소피로만 만든 순대다.

젓가락으로 조금 집어먹어보니 뒷맛이 고소하다.

함양에는 병곡막걸리가 유명하다는데 함양막걸리만 있어서 관뒀다.

장을 보고 상림숲에 갔다.

나무들이 새옷으로 갈아입었다.

 

 

나뭇잎과 가지들의 몸짓을 보라.

 

 

 

 

 

 

 

 

 

숲의 광대, 점박이.

 

 

상림숲은 강을 따라 넓고 길게 만들어져 있다. 옛 것과 새 것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함양사람들의 안목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어제 비가 많이 내려서 다리 밑으로 강물이 힘차다.

   

 

이런 색은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내는 걸까?

 

 

함양 <군민의 종> 누각. 단청과 조각이 화려하다.

종 밑을 만져보니 두께가 20센티는 족히 넘을 것 같다.

종이 내려앉을 일 없을테지만 손이 부서질까 금세 빼고 말았다.

산골에 와서 보니 나는 겁이 무지 많다. 산 기운을 받으면 나아지겠지.^^

 

 

오는 길에 죽전 저수지에 들렀다.

 

나는 둑길이 좋다.~ 붉은 스카프를 휘날리며 느님이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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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비바람이 거세게 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식.

사람들이 군청 앞에 모였다.

비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노란 비옷과 바람개비를 들었다.

유난히 고등학생들이 눈에 띈다.

또래가 또래에게 보내는 추모제.

진지하고 대견하다.

이제 슬퍼하지 말자.

이 땅의 청춘은 다시 일어서고 있으므로.

 

 

비가 오는데도 아이들이 많이 모였다. 조그만 천막무대가 사람들을 가깝게 끌어당긴다.

 

 

세대는 다르지만 '정의'를 가슴에 품은 사람들이었기에 다른 말이 필요없었다.

 

 

"잊지 않을게"라고 말하니 아이가 대답한다.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어요." 

 

 

천개의 바람이 된 아이들을 위해 춤을 춘다.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어요.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어요. 

 

천 개의 바람이 된 아이들

천 개의 바람개비를 돌리는 아이들

천 개의 빗방울과

천 개의 호흡이 한데 어울려 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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