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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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덜 무서운 호러. 사랑싸움으로 오해하고 가버리는건 소설이나 현실이나-그러나 믿지 않아도 이기는 건 나-성주단지. 야자 중 XX 금지-학교에서 하는 야자를 했던 사람으로 더 무서웠던. 외 2편! 여름에 꼭 읽으면 좋을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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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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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쓴 소설에는 밥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쌀 문화권이어서일까?

아니면 밥 먹었니?를 안부로 하는 사람들이어서일까.

래빗홀클럽 2기로 먼저 읽은 <김조안과 함께하려면>에서 김조안은 육상대회 전국 2등이며 지역 대회 4강에 오른 배구선수였다.

무슨 외국 기관이 선정한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수학 영재 7인"중 하나이기도 해서.

그러나 풍작을 축하하는 화성 농부로

"이 깻잎 맛은 정말 기가 막힌데,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배명훈-화성과 나 68쪽

또, 읽으면서 <붉은 행성의 방식>에서 광물학자가 "샐러리를 들여온다잖아요. 깻잎 대신." 21쪽

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되었다.

한국인은 샐러리 아니라 깻잎을 먹으니.

필사를 하면서 화성에 살지 않아서 그런지 내 안의 한국인의 자아가 끄덕거리는 것을 여러번 발견할 수 있었는데.

<위대한 밥도둑>에서 유유송이 이사이에게 간장게장은 새우장과 카테고리가 다르다며 잊으라고 말하는 것.

간장게장을 먹고 싶은 이사이가 미래식량자원 구성위원회의 위원장에게 하는 말.

간장게장을 평생에 걸쳐 잘 먹어보지 않았던 이사이 같은 입장이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그래서 122쪽의 이 문장에 너무나 웃고 마는 것이다.

화성에서 재배한 깻잎을 맛보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사이는 깻잎 한 장처럼 대답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밥도둑이에요."

<행성봉쇄령>의 나나도 그렇다.

나나는 한가하게 쉬고 있는 승무원들 뒤로 다가가 카흑 하고 목덜미를 무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바삭한 깻잎튀김을 베어 무는 상상을 했다. 깻잎 맛이 나는 우주선 승무원들. 166쪽.

많은 식재료 중에 깻잎튀김을 써서 기억하고 있는 맛을 느끼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아가 그린 벽화가 사이클러에 온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순간이라던가.

그리고 <행성탈출속도>로 가면 박사학위릉 2개씩 가진 사람들의 자녀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수학이 익숙해서 4살짜리 아이도 수학 공식을 쓰고 아이들의 장난도 수학이지만.

우주가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면 지구는 아주 느린 단어로 채워져 있는 게 분명했다.

배명훈-화성과 나.206쪽

같은 문장으로 소설 속 여기가 지구가 아니라 화성임을 알려주는데.

그건 <김조안과 함께하려면>으로 지구와 화성의 시차가 얼마나 나는지 읽어 알았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아쉽다.

그래서 뭐든지 숫자로 이루어진 화성의 주소 체계가 언어로 이루어지기 시작할 때.

그 언어를 채라가 이야기할 때 웃음이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사랑 레드벨트>에 이르면 화성을 너무 사랑하는, 탐관오리가 되기로 결심한 정반음이 너무 사랑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깻잎은 빠질 수가 없어서

265쪽 마지막 문단엔 '이 깻잎만 한 사발인 깻잎샐러드는 누가 무슨 의도로 고안한 괴식일까?'하며 새로 생긴 펍에 앉아 고민한다.

책 제목이 <화성과 나>일수밖에 없었던 배명훈 연작소설집 <화성과 나>.

몇년전 출간된 소설집 <예술과 중력가속도>는 ‘식사 시간을 피해서 읽을 것’이라는 주의사항이 있다.

이 책은... 식사 시간을 피해서 읽을 필요는 없지만 밤에 읽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아마 간장게장과 깻잎을 좋아할테고, 밥도둑이 뭔지 잘 알테니까.

식량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화성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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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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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하면 죽는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

문어가 살짝 무서워 보이는 파아란 바다 위에 떠 있다.

표지에서부터 말을 거는 듯 하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하고.

정보라의 연작소설집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에는 각종 해양수산물이 나온다.

자주 먹어본 문어와,

가끔 먹어본 대게를 시작으로,

무서운 상어와

유리멘탈 돌연사 생물로 유명한 개복치,

해파리냉채로 먹어본 해파리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해 더 이름과 생김이 익숙하지만 가까이에서 볼 일이 없는 상어까지.


작가님이 시간강사로 오래 일해왔고 즐겁게 수업했지만 부당한 일을 겪으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말하고 하는 것.

SF라고 먼 미래에 가 있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현재의 이야기를 하는 것.

그래서 <문어>는 갑자기 나타난 문어 때문에 당황한 주인공의 모습보다 그 주변 환경에 더 깊게 들어가 있다.

학교는 돈을 많이 벌지만, 번 돈으로 강사에게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고,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하지 않는다.

강사법 제정 이후 노동 환경 악화와 대량 해고 사태에 맞닥뜨린 시간강사의 투쟁기로 더 잘 읽힌다.


첫번째 단편 <문어>는 그걸 왜 먹었냐고 묻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잠결에, 대학교 건물 복도에 돌아다닌 문어를.

거기다 한마리가 아니라 두마리였다고 말하는 위원장 곁에,

나는 시계도, 휴대전화도, 심지어 안경까지 뺏겨서 흐릿한 검은 덩어리처럼 보이는 정장 입은 사람을 보고 있다.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강사법이 제정되며 예상대로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났고,

잘려서 열받은 선생님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이 늘어났으니 좋은가... 하면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는 것이.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대학 강사 제도 운영 매뉴얼에 따라 공개 채용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학교들 중에서 몇몇은 불분명한 채용 기준을 제사하며 예전에 하던 대로,~강사를 많이 자르고 적게 뽑았기 때문에 강사들이 주로 담당하던 교양 과목은 숫자가 대거 줄어들었고, 그리하여 학생들은 수강 신청을 할 수가 없어서 담당 강사와 담당 학과에 수강 정원 증원을 요청하고 그래도 여전히 수강 신청이 안 되니까 교양 수업 대신 타 학과의 1학년이나 2학년 전공 수업을 신청하기 시작했고,

중략

강의실은 터져나가고 수업의 질은 떨어지고 강사의 업무량은 폭증했고, 한 학기쯤~규정을 지키는 시늉을 하던 대학들은 강사법 제정 이후 몇 달 지나고 나니까 그렇게까지 법 규정을 꼼꼼하게 지키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 연줄과 인맥에 의존하여 쉽게 쓰고 쉽게 버리던 이전의 주먹구구식 강사 채용 방식으로 돌아가려 했다.

정보라-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14~15p

인용한 글 사이에 ~ 는 너무 긴 것 같아 줄인 문장이다.

책을 읽으며 속이 터지고 답답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들이었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에 책 한페이지 이상이 강사법의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아마도 잘 몰랐을 일들.

왜 등록금은 올라가는데 수강신청을 수강신청 서버시간 사이트에 들어가 맞춰서 하고

공연 티켓팅하듯이 해도 어려운지까지만 생각했을 수 있는.

학생의 입장만 경험해봤고 들어봤기 때문에 잘 몰랐던 일들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된다.

물론 이렇게만 끝나면 이 글은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이겠지.


모 대학교가 강사법 시행에 대한 협약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들 멋대로 강사 임용 규정을 제정해서 노조가 천막 치고 농성에 돌입한다.

위원장은 반년째 집에도 못가고 불편한 농성 천막을 지키는데.

선전전을 준비하려고 새벽에 미안한 마음으로 와보면

술병과 맥주 깡통과 안주 부스러기를 치우면서 위원장님한테 별로 안 미안해지고는 했다.

아침 8시가 되면 같이 투쟁하는 대학 노조가 와서 노래를 틀었는데,

그 중 김광석의 일어나가 기운차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위원장님은 술에 취해 코 골면서 자고 있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이렇다.

대학 강사들의 노조이고 조합원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학교 선생님이다.

그러므로 위원장님도 선생님이고 그러므로 대화의 방식은 강의였다.

다른 노조와 다르게 우리 노조는 왜 분회인지 질문했다가 2시간짜리 특강을 듣게 되는 모습 같은 것이다.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므로 작가가 얼마나 학생들을 사랑했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는지도 읽을 수 있는데.

또 자기편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소탈한 위원장과 함께 있으면 자상한 선생님과 함께 있는 기분이 든다고 하는 몽글몽글한 내용도 나온다.

그러다가 학교 복도에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고 말하는 문어가 나타났다.

문어회가 맛있다며 핸드폰으로 기절시킨 위원장도, 이동하면서 멀미하는 주인공도…

"밥 먹으러 갈래요?"라고 한 사람은 전 위원장.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말에 '과학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강의를 할까봐 꾹 참는다.

거대 외계 문어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항복하지 않는다. 나와 위원장님은 데모하다 만났고 나는 데모하면서 위원장님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도 함께 데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교육 공공성 확보와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 해방과 지구의 평화를 위해 계속 함께 싸울 것이다. 투쟁.

<정보라-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46쪽>

단편 <문어>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 삶의 무게와 어려움에 지치지 않고 항복하지 않으며 계속 싸우고 앞으로 나가는 정보라작가의 현실이 보인다.

그래서 '소설에 이 문장을 쓸 수 밖에 없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두번째 단편 대게

죽도시장, 커다란 게 모형이 간판 대신 붙어 있는 수산물 가게에서 대게를 고르다... 대게의 말을 듣는다.

- Помогите.... (도와 주시오...)

말하는 대게를 찌지 않고 집에 가지고 온다.

술 취한 한국 호모 사피엔스와 술 취한 러시아 갑각류에게

노동운동과 조직화에 대해 동시통역을 해줘야만 하는 인생 최대의 위기.(62쪽)를 지나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내년, 내후년이 되면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것이다.

내가 아무리 플라스틱을 적게 쓰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바다에 방사능 오염물질을 국가 단위로 쏟아붓는 데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북극해도 발트해도 동해도 모두 오염되고 깨지고 부서졌다. 도망칠 곳은 없다. 인간도 대게도, 어디에도 갈 수 없다.

"그러니까 싸워야죠."

"싸워서 못 하게 해야죠."

"그렇지만 어떻게요? 게는 집게발이 전부인데 이걸 다 어떻게 막아요?"

"이길 것 같으니까 싸우는 건 아니잖아요."

"도망칠 데가 항상 있으니까 싸우는 것도 아니고."

"안 싸울 수는 없잖아요."

"열 받으니까."

정보라-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66~67쪽

그렇다.

게는 집게발이 전부이고 사람은 말하고 행동하는 것밖에 없다.

그나마도 오염수가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들 사이에서, 때로 경찰이 막고 무시하고 짖밟아도.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계속 말하고 행동한다.

연작 소설이기 때문에 <문어>에 나왔던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또 나타나고...

이제 포항의 송도 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

세번째 단편 <상어>이다.

소나무 숲 옆에 있는 바다라서 송도 해수욕장이라고 이름 붙여졌다는데 읽으면서 너무 가보고 싶었다.

중년의 나이에 미래를 약속한다는 것은 머지않은 앞날에 노화와 질병과 고통과 돌봄, 그리고 결국 언젠가는 찾아올 상실의 순간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언젠가'가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오기를 희망하며, 적어도 지금은 아닐 것이라 부정하며 새로운 삶에 발을 디뎠다.

정보라-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94쪽

위 문장은 중년이 아니라 어느 나이던 비슷하지 않을까.

노화와 질병, 고통과 돌봄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오게 되니까.

그 '언젠가'가 늦게 찾아오기를 희망하는 건 모두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남편이 입원해 있는 동안 어떤 사람이 준 명함을 준 죽도시장 안 가게에 찾아갔다가

Помогите.... (도와 주시오...)를 말하는 대게를 만나고.

어머니와 어르신들의 전동스쿠터 군단 덕분에 빠져나온다.

어머니가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도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모습을 보고 가장 먼저 연락해주고,

입원해있는 동안 불평하면서도 대신 가게를 봐주고 했던 사람들은 죽도시장 이웃 상인들이었다.

내가 병원에서 입원한 것이 아니라 가족이 입원했을 때,

특히 코로나 시기에 면회도 제대로 못하고 했던 것이 생각나 씁쓸하고 슬펐다.

그러나 의료진이 있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혼자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이 작품에서도 죽도시장 이웃 상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다.

시사인 782호에 실려 잡지로 먼저 읽어봤던 작품이지만, 단편집에 실려 순서대로 읽으니 더 활기가 느껴진 단편이었다.

시속 20km까지밖에 못가지만 전동스쿠터 여러 대는 사기꾼을...

네번째 단편 개복치

예민한 사람, 유리멘탈,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한 사람을 말할 때 개복치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선우는 개복치인가?

선우는 열한살, 남자아이, 인형을 좋아한다.

선우는 삶의 여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개의 인형을 갖추고 있었으며 만약의 사태를 위하여 언제나 인형을 두세 개씩 데리고 다녔다. 인형을 두세 개씩 데리고 다녔기 때문에 선우가 우려하는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는 일도 자주 있었다. 세상은 선우에게 인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정보라-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145쪽

선우가 열한살, 여자아이, 인형을 좋아했다면 그건 조금 이해되는 상황이었을까.

인형과 성별은 아무런 관계가 없고 그 설명은 책에서 아주 잘 읽을 수 있다.

관광용 잠수함에 탄 선우는 검은 정장 사람에 이끌려 개복치를 만나고.

돌고래가 개복치를 뒤집는데 돌고래는 착한 동물 아니냐는 선우의 질문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은 "우리는 그냥 동물입니다."라고 말한다.

선우에겐 선우의 방식이 있을것이라고 말하는 아빠.

단편집 중 선우가 나오는 이 단편이 약간 쉬어가는 의미로 느껴지기도 하고, 그냥 동물이라고 말하는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의 말을 들으면 결국 사람이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섯번째 단편 해파리

구미에 다녀오던 나는 갑자기 무언가에 찔려 다친다.

백수십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뽑고 이익만 얻은채 그냥 없애려고 하는 외국계 회사에 맞서는 일이다.

노동조합을 만들자 지회장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2명에게 정규직 전환을 하는...

"치아라 마."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따뜻해진 바다에 해파리가 늘어나고 해파리에 쏘이다가 어린이가 사망하기도 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해파리냉채는 식용으로 사용하는 해파리로 만들어지는데 수입한다.

검은 정장 사람들은 자꾸만 나타나고.

비인간 생물종을 위해 인류가 멸종해야 한다 해도 남편만은 살아남기를 원한다. 가능하면 나도 살아남으면 더 좋다.

정보라-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208쪽

우리의 바다에 일본이 오염수를 버린다는 소식을 본 것이 마지막 장이다.

"여러분은 지금 불법 집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불법을 저지르고......"

"불법(佛法)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러 결의대회에 찾아오신 스님이 경찰 버스를 바라보며 불만스러운 얼굴로 투덜거렸다. 집회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혼란의 도가니다.

정보라-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202쪽

게 이름 '예브게니'처럼 이 부분이 웃긴 장면이 맞나? 싶지만.

불법이 아닌 집회에서 불법이라고 외치는 경찰처럼 혼란이 현실에서도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사는 동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다들 그렇게 살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해파리에 쏘여 갑자기 죽은 소녀의 가족들도 그랬을 것이다.

쏘이면 아프고 죽을 수도 있지만 아름답게 그려진 해파리를 통해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싶다.

여섯번째 단편 고래

구룡포에서 <원전 폐수 해양 투기 반대>라고 정확히 쓴 행진에서 검은 정장 사람들을 또 만난다.

계속 등장하던 검은 정장 사람들이 누구일까.

왜 하필 해양생물체일까.

문어는 왜 자꾸 말을 할까.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같은 말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한 것 중 하나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지구에 살게 된 이상 지구와 함께 살아야 하고,

작가님이 말한 것처럼 아무리 내가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고 해도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포기 같은 기사를 보고 실제로 커피숍 등에서 그런걸 보면 힘이 빠진다.

그래도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살려면

더 이상 일본이 오염수를 방출하지 못하도록 계속 말하고 투쟁하는 것...

자기전 본 뉴스에는 일본 도쿄전력이 오염수 누출량이 총 5.5t, 누출된 방사성 물질 총량을 220억 베크렐(㏃)로 추산하면서 원전 부지 외부에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는 것이었다.

나는 비정규직으로 더 많이 일했고 노동조합은 한번도 없었다.

SF작가, 번역가이자 변호사인 정소연님이 에세이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에서 쓴 것처럼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0퍼센트 남짓이고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가입해 있는 근로자의 수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은행 콜센터를 없애려다가 다행히 중단했던 일을 기사로 보았는데,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아마 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여름이 아니더라도 모든 계절에 보는 바다는 좋고, 바다를 보겠다고 멀리, 때로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겠지.

포항에도 더 늦기 전에 가서 송도해수욕장도 걸어보고.

나는 장애로 불편한 몸을 가진 가족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랑으로, 연대로.

당신의 손을 맞잡고 망가진 세상과 맞서며 함께 꾸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진심의 사람.

그런 사람의 소설은... 참 좋았다.

경북 지역 농수산물 특산품 사이트 사이소 구경해봐야겠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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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 옳다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 나르시시스트, 고집불통, 기분파와 얼굴 붉히지 않고 할 말 하는 기술 28
마리테레즈 브라운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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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 옳다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마리테레즈 브라운 / 정혜경 옮김
🔖갈매나무

세상엔 왜 이렇게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지...
나르시스트, 고집불통, 기분파와 얼굴 붉히지 않고 할 말 하는 기술이 있다고 해서 읽어보았습니다.

📌 유튜브 희렌최널 운영자 희렌최님은 이런 추천사를 썼네요.
"대화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 바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기술이다."라고 했는데요.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말싸움은 안 하지만 논쟁은 이깁니다>라고 합니다.

사소해보이지만 사소한 것 같지 않은 동생 생일이 2월 29일인데 생일 파티를 2월 28일에 할 것인지 3월 1일에 할 것인지 하는 문제부터 말이죠.

이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매번 워밍업으로 시작하여 알아두면 좋은 보조기술로 끝나는데요.

💡 1장에서 대화를 말싸움으로 번지게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설득하겠다는 생각을 내려 놓을 때 대화는 시작된다>고 하네요.
"그래요, 하지만......"식 토론은 논리가 오갈 수록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인데요.
상대가 스스로 허점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육하원칙을 쓰고 반론을 질문의 형식으로 바꾸는거죠.
예산이 없어요->예산이 얼마나 들까요? 우리한테 그만한 예산이 있을까요?
(28페이지)

네번째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듣는다> 부분에서는 오해하지 않고 이해하는 '통제된 대화' 기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고급 듣기'를 하면 정확한 번역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상대가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두고 잇는 내용을 알아내어 내 말로 들려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41페이지)

그리고 자기 말로 번역하는 것이죠.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좋은 방향으로 나의 말로 되풀이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제가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그쪽에서는......" 같은 것이죠.(45페이지)

💡 불리한 대화에서도 주도권을 가져오는 심리 게임에선 상급자를 설득할 때 신뢰를 주는 법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때로는 나의 말보다 권위자의 말을 앞세우는 것입니다.

신뢰의 기반이 쌓여야 상대가 우리의 논리를 신뢰하게 되는데요.
<관계가 없으면 설득도 없다>는 제목이 그래서 더 마음에 닿았는지도 모릅니다.
71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있네요.
먼저 호의를 느껴야 말하는 내용에도 관심이 간다. 관계가 없으면 내용도 없다.

3장에서는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현명한 대화 기술을 알아보는데요.
저는 여기서 알아두면 좋은 보조기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구체적 대안을 알려주었기 때문이죠.
1. 안전지대로 들어간다.
2. 감정의 이름을 불러준다.
3. 배에 힘을 빼고 숨을 크게 들이쉰다.
4. 긍정적인 상상으로 '무엇'과 '누구'를 구분한다. 등 총 8가지가 있는데요.
★ 1분의 휴식으로도 힘든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말이 좋았어요.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흥분하게 되고 말이 빨라지고 숨이 막히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요. 길지 않은 시간 1분 동안 멈추는 것만으로도 힘든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니까요.

이 외에도 무례한 말, 무식한 말, 비꼬는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 등이 담겨 있어요.


🎵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김광진-지혜 입니다.
"널 구해야해. 널 찾아야만 해. 엉킨 실타래 풀어줄 널. 소중한 널 이제"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이 책이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찾는데 도움이 되어서에요.

이 책은 나온지 한달도 되지 않아 중쇄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그만큼 대화법에 목마른 사람이 많다는 얘기겠죠?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으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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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삭-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생각보다 덜 무서운 호러.
사랑싸움으로 오해하고 가버리는건 소설이나 현실이나-그러나 믿지 않아도 이기는 건 나-성주단지.
야자 중 XX 금지-학교에서 하는 야자를 했던 사람으로 더 무서웠던. 외 2편! 여름에 꼭 읽으면 좋을 호러! 더위가 사라지는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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