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장으로 소설 속 여기가 지구가 아니라 화성임을 알려주는데.
그건 <김조안과 함께하려면>으로 지구와 화성의 시차가 얼마나 나는지 읽어 알았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아쉽다.
그래서 뭐든지 숫자로 이루어진 화성의 주소 체계가 언어로 이루어지기 시작할 때.
그 언어를 채라가 이야기할 때 웃음이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사랑 레드벨트>에 이르면 화성을 너무 사랑하는, 탐관오리가 되기로 결심한 정반음이 너무 사랑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깻잎은 빠질 수가 없어서
265쪽 마지막 문단엔 '이 깻잎만 한 사발인 깻잎샐러드는 누가 무슨 의도로 고안한 괴식일까?'하며 새로 생긴 펍에 앉아 고민한다.
책 제목이 <화성과 나>일수밖에 없었던 배명훈 연작소설집 <화성과 나>.
몇년전 출간된 소설집 <예술과 중력가속도>는 ‘식사 시간을 피해서 읽을 것’이라는 주의사항이 있다.
이 책은... 식사 시간을 피해서 읽을 필요는 없지만 밤에 읽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아마 간장게장과 깻잎을 좋아할테고, 밥도둑이 뭔지 잘 알테니까.
식량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화성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