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탈출 구역
김동식 외 지음 / 책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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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탈출 구역-떠나는 것도 남는 것도 선택

SF소설과 환상문학을 좋아한다. 청소년이 지난지는 꽤 지났지만 청소년 소설 읽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2019년에 출간된 일상 감시 구역을 통해 박애진, 김이환, 정명섭, 김동식 4명의 작가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청소년의 일상을 흔드는 사건들을 잘 그려냈다.

블로그에 짧게 감상을 쓰기도 했다.

https://m.blog.naver.com/windstarlit/221894488327

좋아하는 작가들이 이번엔 <일상 탈출 구역>이란 이름으로 공동단편집을 내서 무척 기대가 되었다.

김동식작가는 두편의 소설을 실었다.

먼저 <하늘 문 너머>는 교통사고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갑자기 생긴 하늘 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현실로 돌아가고 싶다면 문을 향하여 눈을 감아라. 그리하여 마음 속에 문이 생기면, 그 문을 열고 나가라. 13쪽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우주선에서 나온 외계인이 했다는 말은 기자로 여러 사람을 취재하면서도 믿을 수도 안 믿을 수 없다.

너무 유명한 영화 <매트릭스>의 예시를 들며 우리 모두 파란 약을 먹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

짧은 소설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고 반전이 의미있는 소설이었다.

모두 하늘 문 너머로 가는 바람에 1등이 된 가수의 제목 <내가 느끼는 건 진짜> 같은 것.

일상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읗 것 같아서.

문을 열고 나간 것이 일상을 탈출한 것이 맞을까?

김동식작가의 두번째 소설은 <로봇 교장>이었다.

왜 한국의 학교는 산 아래, 언덕 아래에 있는지.
아직도 기억나는 학교 언덕이 생각나는 도입부.

"으, 빌어먹을 언덕!" 을 지나면 한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특목고에나 있다는 로봇 교장'이 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SF소설 단편집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문장이다.


1. 지우개를 필통 밖에 꺼내 두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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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월요일 아침에는 운동장에 모두 모여서 교장 선생님 말씀을 모두 듣는다.

까지 7가지의 새로운 교칙이 교실 벽에 대자보로 붙는데 아이들은 모두 황당해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틀린 거 봤냐? 저래 보여도 다 의미가 있을 거다. 학부모들이 강력 지지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지.
라고 말하는 금석이의 말. 37쪽

하지만 경고와 벌점을 주는 선생님조차 지우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

교칙을 바꿔달라고 하는 지우의 말에 로봇 교장이 한 말은 중고등학교 다닐때 말도 안되는 교칙이 있고 그걸 지키지 않으면 벌을 주었던 선생님들이 생각났다.

재학생 92퍼센트 이상이 교칙을 성실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상한 교칙이라면 이런 퍼센티지가 나올 수 없습니다. 47쪽

이모티콘이 있다는 로봇 교장의 그림은 귀여웠다.

이상한 교칙으로 일상을 깨는 로봇 교장에 맞서 탈출하기 위해 모험하고 투쟁했다.


박애진작가의 <우주를 건너온 사랑>은 우주를 건너온 여러 사랑을 그린다.

관광 행성 험다로 온 소피아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다가 시스템이 꺼지고 우연히 옷차림이 특이한, 공용어를 쓰는 채림을 만난다.

둘의 생물학적 나이는 대충 동갑인 열여섯 살이지만, 채림이 태어난 행성인 지구 기준으로 시스템 나이가 마흔여섯 살이다.

소피아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세 시간에 한 번씩 위치 정보, 현재 상황 문답서(현상문)를 작성해 보내야 했는데 페가수스 우주 정거장에서 설명을 들었을때와 다르게 시간도 길고 오래 걸린다.

현상문에 대한 푸념에 가까운 설명을 들은 채림이 해결할 방법이 있다며 설명해주는 Jg-181행성. 이 행성은 열세살 부터 성인으로 친다며 놀라는 소피아의 말에 채림은 그래야 열세 살 애랑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며 5년 전까지만 해도 열한 살이었으나 조혼 금지 단체에서 싸우고 싸워서 열 세살로 올린 것이고 지금도 투쟁중이라고 말한다.

엄마와 친구를 버리고 홀로그램 가수 레지나를 직접 보기 위해 100만 광년을 날아왔다고 하는 채림은

웜홀을 타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시대가 왔는데도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말한다. 79쪽

"저 사람 어딘지 클론 같다."는 말을 듣고 다이어트를 하고, 아무렇지 않은 채림의 말에 편견보다는 무관심이 훨씬 낫다고 하는 소피아의 행동을 보면 장애인을 보고 그냥 무심히 지나가면 되는데 쳐다보거나 방해하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일하게 된 레지나의 공연장에서는 채림 덕분에 같은 일을 해도 사람이 돈을 더 받는 차별을 알게 된다.

98쪽에 이어서 99쪽을 읽으면서 험다에 처음 와서 비인지 모르고 '하늘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는데? 설마 테러인가?' 생각한 소피아의 마음이 너무 느껴져서 슬펐다.

비는 채림이 준 우비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박과 폭풍까지 막아 주지는 못했다. 중략 공론화니, 차별이니, 녹화니 하는 말을 듣자니, 나는 비 구경이나 하고 싶었는데 우박에 폭풍이 치즌 바깥으로 내몰리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99쪽

잘 대하라며 말하는 담당과 사람들의 인사는 거칠다.

웃는 얼굴이 화내는 얼굴보다 더 괴기스러울 수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103쪽

클론차별반대연대가 적극적으로 나오니 태도가 바뀐 담당의 모습이 있었다. "경력이 없기 때문에 임금이 싸다."고 하며 "어린데도 써준 걸 감사하라."고 하는 담당의 모습이 행성과 관계 없이 다 똑같나 싶었다.

반지하에서 살았다고 말하는 채림의 말에 나와 엔카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 취향의 기저에 깔린 건 아마도 박탈감일 거야. 나는 레지나가 높은 곳에서 화려하게 빛나서 좋았어. 112~113쪽

채림의 말에 이은 소피아의 설명에 홀로그램 가수가 뭔지 알 것 같았다.

홀로그램 가수가 나온다면 마냥 쳐다볼 것 같기도 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게 꼭 악의가 있어서는 아니다. 123쪽

다시 돌아온 페가전에서 조금 더 자란 소피아와 험다에서의 채림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클론차별반대연대의 활동이 레지나와 쉬엔의 열애설로 묻힌다거나 열애설 때문에 팬들끼리도 싸운다거나 하는 건 미래에서도 비슷하지 않나 생각했다.

엄마가 저신을 버리는 줄 알고 충동적으로 레지나를 보러 떠나온 여행에서 채림은 조금 더 자란 것 같다. 성인이 되려고 간 Jg-181행성에서 조혼 금지 단체에 수익의 1퍼센트를 기부하기도 하니까.

그리고 아무리 시스템 나이가 많아져도 한 해가 지나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면 똑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소피아는 일상을 탈출하고 자유도 누려보며 투쟁도 했다.


김이환작가의 <구름이는 어디로 갔나>는 로봇 전용 통신망 규정에 따라 자기소개부터 한 인공지능 하드리아누스의 말로 시작한다.

다섯 시간 후에 휴가를 떠날 예정인 하드리아누스는 7,302대 중 보이지 않는 구름이라는 이름의 로봇을 찾는다.

구름이 계속되는 호출에 답이 없자 매뉴얼대로 할 것을 보조 인공지능 마르커스에게 권유받는다.

하드리아누스는 전용통신망에서의 대화가 사적인 대화가 아니라 공식적인 대화라서 문서로 작성해야 하며 인간들이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차례를 지켜서 대화해야 하니 규칙으로 걸어둔다고 한다.

인간들이 이 문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재미있어 했을 것 같다.

로봇의 자기소개에는 코드와 별명, 하는 일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팔괴물은 분리수거가 중요하다며 지금도 200년 전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이다.

처음 만난 엔터테인먼트 부서의 로봇 씽씽이는
휴가? 사이버 공간에서 사는 인공지능이 뮤슨 휴가를 간다고 그래? 휴가를 도대체 어디로 갈 건데? C드라이브에서 D드라이브로 가나? 히히히히 하고 웃는다.
134~135쪽

구름이가 있는 엔터테인먼트 부서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가장 재밌는 장난을 친 로봇을 뽑아서 상을 준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우주선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풍선을 팔아서 사람들에게 풍선으로 불리는 풍선은 재미있다며 병원에서 소아 병동 환자들과 엔터테인먼트 부서의 로봇이 숨바꼭질을 하며 놀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구름이를 찾는 동안 재미가 무언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회사에서 받은 이름인 하드리아누스와 마르커스가 아닌 앰버와 에이미라는 별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인간들은 로봇인 줄 알변서도 귀여운 강아지처럼 보이면 귀여운 강아지라고 믿고 상대해.

하드리아누스가 마르커스에게 말하는 내용이다.

개가 아니라 로봇이라 사람도 대화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더 좋은 것이겠지?

하드리아누스와 마르커스가 말한대로 구름이를 찾는 동안 긴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하게 한 자기소개에서 불지옥이 말한 "나는 불지옥이다!"가 왜 웃겼는지 모르겠다.

왜 인공지능이 휴가를 가려고 했는지도 말하는데 그 이유도 공감이 갔다.

어쩌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더 인간다워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구름이를 찾는 중에 분리수거를 강조해서 매일 버려지는 마스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정명섭작가의 <아라온의 대모험>에서는 2047년, 기후 악화로 남극이 가까워져도 더운 날씨다.

지구가 얼마나 이상해지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셀카를 찍는다는 라온에게 그래 봤자 높은 사람들이 모른 척 하고 있다고 하는 아라는 쌍둥이남매다.

그들은 유엔에 모인 정치인들은 물론 기후 악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둘의 아버지인 남태준 박사와 함께 남극으로 향하던 중 쓰나미 때문에 둘만 먼저 구출된다.

러시아 유학생인 세르게이의 구조 계획에 함께 하며 가는 길엔 펭귄이 진흙과 똥을 묻히고 있다.

지저분하다고 말하는 아라에게 세르게이는 "펭귄 다음은 사람이겠지."라고 얘기한다.

아직 15살로 어린 두 사람이지만 아빠를 구하기 위해 크레바스에서도 빠져나오고 위험한 상황도 슬기롭게 헤쳐나간다.

일상 탈출보다는 모험에 가까운 소설이었다.


네 작가 모두 SF뿐 아니라 청소년 소설도 너무 잘쓰는 작가들이란걸 다시 알게 되었다.

감상에 줄거리를 안 쓰고 싶었는데 줄거리도 나오고 한 것 같다.
네 작가의 서로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재미있는 청소년 SF 단편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한솔수북출판사에서 일상 탈출 구역 서평단으로 무료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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