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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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황모과작가님의 [밤의 얼굴들]이라는 단편은 없는 소설집 <밤의 얼굴들>을 읽었습니다.

황모과작가는 단편 <모멘트 아케이드>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한데요.

요즘 몇번 작가의 말 먼저 읽고 책 읽는데 스포일러가 있다는 작가의 말 읽고 읽었지만 좋았습니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와 [니시와세다역 B층]은 실존하는 분들의 사연과 작가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주요 뼈대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 두편에서는 과거 의문사 유족들의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이루어지는 멀지 않은 미래, 그저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유골이 된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에서는 무덤은 내 삶의 터전이다. 라는 첫 문장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다 읽고 눈물을 흘렸던 단편이기도 합니다.

[니시와세다역 B층]에서는 단순한 공포체험인줄 알았던 이야기가 "평범해 보이지만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공간"인 B층 속 아저씨가 모은 홀로그램의 말을 통해 과거를 들여다봅니다.

[당신의 기억은 유령]에서는 특정 시각 정보에 후각,청각 등 다른 감각 데이터를 짜집는 '공감각 데이터 임베딩'이 직업인 내가 나옵니다.

나는 후각 정보나 미각 정보 등을 자극해 기억과 관련된 자극이 튀어나오게 하고, 배고픈 기억을 담았다가 자극의 강도가 엄청나게 증폭된 데이터를 마주하게 되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고 토하게 됩니다.

자꾸 줄거리를 쓰게 되어 좋았던 부분을 써봅니다.

죽은 사람의 육체와 기억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넋은 하늘나라에 가겠지. 죽은 자들의 기억은 특정 데이터 사이 어딘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진 한 장에서, 훅 끼쳐 오는 별것 아닌 냄시 한 모금에서 어떤 이의 스토리를 만질 수 있을 때, 남은 이들은 사라진 이들을 떠올릴 수 있겠지

사람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지만 사진 한장, 같이 들었던 음악, 공간을 메우던 공기 같은 것을 기억하며 누군가를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겠지요.

빨리 그런 데이터가 나오면 좋겠어요.

[탱크맨]에서는 반복되는 홀로그램 풍경을 보며 국립 트라우마 치유 및 화해 센터에 갖혀있는 나를 그려냅니다.
지난 3년간의 행동에서 조금 변화를 하니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반전이 인상적인 소설이었어요.

[투명 러너]에서는 "가이산!"(해산)을 외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깍두기 같은 존재를 생각합니다.

차마 다 해석되지 않는 것, 이가 빠진 것처럼 불명확한 것, 말로 다 전달되지 않는 것, 말로 표현하니 오히려 오해가 생기는 것,
(중간 생략)
해결은 요원하지만 사람과 맥락을 동시에 이해하려고 할 때 가슴으로 이해되는 정서들이 통역되어 성큼 다가온다.


[모멘트 아케이드]에서는 그냥 체험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엄마의 죽음 때문에 상처받은 나를 치유하는 과정임이 드러납니다.

이해하지 못했던 언니의 행동도 언니의 모멘트를 보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이었어요.


여러 작품에서 데이터를 통해 바라보고 상처를 치유하고 변하지 않을 미래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래서 SF소설이고, 좋은 단편집입니다.
원래 한국 작가의 SF소설을 좋아했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겨서 기쁩니다.

여러 얼굴들이 가면처럼 보여지는 표지가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추천하는 단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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