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예고했던가요. 사실은 지난 번에 짬뽕 만들어 먹느라고 사두었던 식재료들이 남아서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 오늘 짜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양배추가 3분지 2나 남았고,
해삼은 일부러 조금 남겼었고, 새우도 좀 남았고 해서요. 저희집에 중국식 무쇠팬은 아니고
약간 두툼한 주철 후라이팬이 있는데, 중국식 요리를 만들어 먹기에 괜찮은 도구입니다.
퇴근하고 우선 후라이팬을 잘 닦아서 물기를 말리느라 건조대에 엎어두는 것으로
오늘 짜장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전번에 몇 인분이란 이야기를 안했는데, 제 생각에 성인 기준으로 8인분 정도는 될 것 같으니까 미리 참조하세요.

바람구두표 삼선 짜장 만드는 법

양배추 3분지 2, 양파 2개, 말린 해삼 약간, 새우 중자 10마리 정도,
돼지고기 반 근 정도, 설탕이나 물엿 두 큰술, 오징어 두 마리,
그리고 시장에서 파는 춘장 한 봉지, 전분 가루 세 큰 술, 식용유 네 큰 술
(취향에 따라 쪽파 약간, 청량고추...)

1. 먼저 식재료를 꺼내서 가지런히 잘 준비합니다.
(나중에 찾느라 부산스럽게 하지 않아서 좋겠죠.)
2. 우선 오징어는 시장에서 내장 빼서 손질 해달라고 하면 잘 해줍니다.
오징어는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살짝 데쳐서 준비합니다.
3. 오징어는 끓는 물에 3분 정도 데쳐서 꺼내고 찬 물로 잘 헹거줍니다.
4. 그런 뒤 네모지게 깍둑 썰어 채반에 잘 바칩니다.
5. 양배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너무 크게 썰면 볶을 때 고생하고,
너무 작게 썰면 볶다가 흐물흐물해집니다.) 잘 썰어서 역시 채반에 옮겨 담습니다.
양파도 같은 요령으로 잘 썰어 둡니다. 같은 채반에 담아도 무난합니다.
(취향에 따라 감자도 이렇게 썰어서 넣어도 좋지만 감자는 볶을 때 먼저 넣어야 하므로 따로 둡니다.)
6. 돼지고기는 처음부터 짜장 만들거라고 정육점에 이야기하면 알맞은 크기로 잘라줍니다.
7. 새우와 해삼은 중국집 짜장에서 보신 정도의 크기로 자릅니다.
(그런 뒤 녹말(전분)가루 세 큰 술을 물을 한 컵 정도 부은 대접에 담아 잘 휘저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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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준비가 완료되었으면...

8. 물기를 뺀 중국식 팬을 올리고 가스렌지를 켭니다.
(팬을 예열한 뒤 기름을 붓도록 하세요. 물기 있을 때 부으면 튀므로 주의하세요.)
9. 식용유 네 큰 술을 붓고, 기름이 적당하게 가열되었다 싶을 때 춘장을 넣어주세요.
(기름이 다소 많은 듯 하지만 한 번에 모든 재료를 다 볶을 것이므로)
나무 주걱을 이용해서 춘장과 기름이 잘 섞이도록 휘저어 줍니다.
춘장이 몽글몽글한 느낌이 날 때까지 잘 저어줍니다.
10. 대략 3-4분 정도면 춘장이 잘 볶아졌을 겁니다. 이때 돼지고기를 먼저 넣고 춘장과 함께 볶습니다.
(혹시 칼칼한 맛을 좋아하는 분이거나 짜장이 다소 느끼할 것 같다고 생각되시면
청량고추 두어 개를 씨를 제거한 뒤 함께 볶아줍니다.)
12. 돼지고기가 익었다 싶으면 양배추, 양파를 함께 볶아줍니다.
(이 역시 3분 정도면 다 익습니다. 당연히 센 불에서 요리하시는 겁니다.
중국요리는 찜 요리를 제외하고 볶는 요리는 최고의 화력으로 빨리 익혀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13. 야채가 골고루 익도록 계속 팬을 요리조리 흔들며 잘 휘저어줍니다.
14. 양파와 양배추에서 단 맛이 배어나오기는 하지만 짜장의 맛을 잘 느끼기 위해선 설탕이나 물엿이 좀 들어가야 합니다.
(중국집에선 예전에 캬라멜을 이런 걸 많이 썼지요. 약식(밥) 만들 때도 쓰는 그런 캬라멜을 말하는 겁니다.)
15. 짜장에 물이 좀 생길 겁니다.
(집에서 중국집처럼 간짜장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는 화력이 약해서입니다.)
16. 이쯤해서 해산물들을 넣어줍니다. 오징어, 새우, 해삼을 넣어주고 슬슬 볶아줍니다.
(해산물을 금방 익으니까, 한 1분 정도만 볶아주시면 됩니다.)
17. 전분 푼 물을 부어줍니다.(짜장이 걸죽해지기 시작합니다.)
전분 푼 물과 짜장 섞인 갈색 기운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잘 휘저어 줍니다.
18. 혹시 약간 푸른기가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시면
쪽파를 다 듬어서 넣어주시면 파릇파릇한 기운이 좀 돌 겁니다.
19. 자,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달걀 후라이를 만들어서 하나 올렸습니다.



* 제가 오늘 저녁으로 먹은 삼선짜장밥 사진입니다.

* 그리고 밑의 글은 제가 예전에 썼던 "짜장면에 얽힌 이야기 몇 가지"입니다.

자장면은 없고 짜장면은 있다.
우선 표기에 관한 것인데 우리 국어사전을 보면 '짜장면'이란 말은 없다. '자장면(酢醬麵)'이라 표기하고 말뜻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중국식 국수요리의 한 가지. 고기와 채소를 넣고 볶은 중국식 된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만화 <짜장면>(그림: 허영만, 글: 박하)도 그렇고, 안도현님의 <짜장면>(열림원)도 그냥 짜장면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왜 국어사전에 나오는 데로 쓰지 않고 굳이 짜장면이란 표기를 쓸까? 그건 '자장면'이란 단어가 국어학자들에 의해 인위적으로(그야말로 제정된) 정한 표준어인데 반해 '짜장면'이란 말은 우리들이 아주 오랫동안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사용해온 말이자 우리들 가슴속에 있는 추억의 뇌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어학자들은 어째서 우리가 편안하게 사용해온 이 말을 굳이 <자장면>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할까. 여기에는 약간의 오해가 그대로 자리잡은 탓이 크다. 그건 뭐냐하면 '짜장면은 중국 음식이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엔 짜장면이 원래부터 없었다.(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나?)

중국 대도시 음식점에 있는 짜장면은 원래부터 중국에 있던 짜장면이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것으로 한국에서 건너간 것들이다. 굳이 중국에서 짜장면 비슷한 것을 찾자면 '작장면(炸醬麵, 자쟝미엔)'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을 외래어로서 보고 표기하려 든다면 등소평을 '덩샤오핑'이라고 표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쟝미엔zhajiangmian'이라 표기해야 옳은 것이다.(물론 이 '작장면'이 '짜장면'의 먼 친척 뻘이긴 하지만 우리네 짜장면과는 사실상 다른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 짜장면(酢醬麵)은 초장(酢醬)으로 한자 표기도 다를 뿐만 아니라 중국식 '작장면'과도 상관없는 국적없는 말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 국어사전에 나오는 이 '자장면(酢醬麵)'이란 말은 '짜장면 혹은 자쟝면, 자장면(炸醬麵)'으로 바꿔 표기해야 옳은 것이다.(그런데도 왜 국어학자들은 '자장면'이란 표기를 고집할까? 그것은 우리 말의 된소리(쌍자음)현상이 국어순화에 반한다는 이유이다.)

짜장면을 우리 민족이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렇다면 우리 민족이 짜장면을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대개 학자들이 추정하기로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899년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인(그중에서도 산동지방 사람들이 특히 많았음)들이 우리나라로 대거 이주해 이른바 '화교'라는 특수한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한 때는 1882년 임오군란 후부터 였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임오군란은 구한말 훈련도감의 군인들에게 몇달치씩 봉급을 밀리고, 그나마 나눠준 봉급에 모래 등이 섞여 있는 데 격분하여 일어난 사건으로 결국 청나라와 일본의 군대가 각각 우리나라에 상륙하게 된 사건을 말한다. 이 시기에 청나라 병사 4,000여명과 함께 40여명의 군역상인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1883년 인천항이 서구에 의해 강제 개항되면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인천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짜장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인천에는 비록 쇠락하기는 했지만 '차이나타운'이 존재하고 있다.(인천 차이나 타운의 공화춘이 원조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먹는 짜장면은 왜 옛날 맛이 안날까?
(혹은 요새 아이들은 제대로 된 짜장 맛을 모른다.)

중국과 한국간의 퓨전 음식이 바로 짜장면이다. 세계 각국의 모든 음식이 사실상 퓨전 요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탈리아가 자국이 최초라고 자랑하는 음식인 파스타(혹은 스파게티)도 일설에는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가지고 간 국수가 원조라는 설이 있고 보면 실크로드는 비단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음식도 이어준 것이 된다. 1940년대에 이르러서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의 수는 6만명에 이를 정도로 융성했었다. 그러나 중국 본토가 공산화되고, 우리나라는 전쟁에 휘말리게 되어 화교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되고 곧이어 들어선 박정희 정권은 1976년 화교에 대한 교육권과 재산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정책을 취하며 화교들이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이때부터 화교가 직접 운영하던 중국집(흐흐, 우리는 '중국집'하면 당연히 음식점을 생각하게 되네요.)에서 조수나 배달원으로 일하던 한국인들이 직접 '중국집'을 차리게 된다.

거기다가 이 무렵 '양파값' 폭등이 일어나는 바람에 양파를 주된 재료로 사용하던 짜장면에 감자나 당근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짜장면은 검고, 달아야 한다는 인식 탓에 짜장에 캐러멜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또한 짜장면은 정부의 물가안정을 위한 기본 물품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그 값이 거의 고정되어 있다시피 하면서 고급 음식화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 거기에 기계식 면제조기가 나타나면서 예전의 화려한 손놀림 속에 '지압면출(제 마누라는 제 배를 움켜쥐며 이렇게 외칩니다. 만화보고 따라하기 없기)'의 수타식 면발이 사라진 것도 큰 이유가 된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아시고 싶은 분은 영화 <북경반점>을 보세요. 이 영화의 배경 역시 인천 선린동, 북성동 일대에 있는 차이나타운이다. 이 영화에 나왔던 북경반점 건물은 지금도 실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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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2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6-04-22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만 잘 쓰시는 줄 알았더니,,, 요리까지!!
늦은 밤에 여적 안자고 있는데, 이거 보니까 역쉬 뭘 좀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바람구두 2006-04-22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weet dream님! 나중에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풀코스로 대접하지요.
punk님... 흐흐, 고맙습니다. 다음번엔 탕수육을 한 번 해보려고요.

stonehead 2006-04-2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면 글, 음식이면 음식, 영화면 영화, 음악이면 음악...
바람구두님의 손은 '미다스의 손'인감?
에고, 부러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