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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로 서재를 공개하는 일은 하지 않겠노라 새삼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제 결혼 주례를 서주신 은사님은 제가 대학 다닐 때부터
거의 10여 년 넘게 해마다 한 두 번씩 인사를 드리러 갔었는데,
단 한 번도 당신의 서재에 발을 들여놓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셨더랬죠.
물론 나중에 당신 안 계실 때 한 두 차례 들어가본 기억이 있긴 한데요.
당신께서 말씀하시길....(그대로 옮길 수는 없겠으나)
책꽂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작가나 시인들은
일종의 산업기밀을 공개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씀을 듣고보니 참 일리있다 싶었습니다.
누군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친구를 보라는 오래된 격언도 있지만
친구보다 정확한 건 책인 듯 싶어서요.
처음 서재에 리뷰 올리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 중 하나가 이게 나의 알량한 밑천 드러내기가
되면 안 되겠단 경각심이었던 걸 보면, 당신의 가르침은 제게 참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