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이 켜켜이 쌓인 아침...
마이클 호페의 "Beloved"를 듣는다.
아침 나절, 점심 먹고 모두 인근에 새로 생긴 박물관에 나가려다
제 약속 때문에 빠지겠다는 후배를 다그치고 마음이 편치 않다.
아마도 서운했겠지.
공동체냐, 개인이냐는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갈등을 일으킨다.
아마도 내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책임 지는 자리에 없었다면
그것이 무에 그리 대수랴.
사람은 이름값하느라 죽는다고 누군가 외쳐대던 영화였던가?
드라마였던가가 떠오른다.
학자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대학원 원우가 사는 승리의 술잔을 나눠 마시며
씁쓸한 뒷맛이 남는건 왜 일까....
피곤이 켜켜이 쌓이는 동안엔 내 주변에 책도 켜켜이 쌓인다.
한 때는 나도 정리를 잘하고 살았는데,
내 주변 모든 것이 정리정돈되어 있어야 마음 놓이곤 했는데
이제 정말 사는 게 바빠서.... 정말은 잘 살고 있지도 못하면서
그 놈의 사는 게 뭔지....꼴값하면서 사는 게 뭔지....
이렇게 정신없다.
아침 커피 한 잔 느긋하게 마셔본 적 없다.
마음이 마음을 다그쳐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피곤이 켜켜이 쌓인 아침에 듣는 케빈 컨의 "Return to Love"
돌아오라! 사랑이여...
내 안의 열정이여... 라고 외치고 싶으나
나는 이미 그런 것을 담아낼 그릇이 아니다.
깨어지고, 헤지고, 나는 이제 금이 가서
그렇게 뜨거운 것은 담을 수가 없음을 안다.
산산조각 나 버릴 것을 알기에....

차갑게 식은 코코아 한 잔이라면 몰라도...
뻘처럼 찐득한 회한...
가을은 저리도 총천연색으로 빛나건만...
피곤이 켜켜이 쌓인 이 아침은 온통 잿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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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1-0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온통 잿빛입니다. ㅠ_ㅠ 차갑게 식은 코코아라..............
전 뜨겁고 뜨거운 초코아 한잔이 그리운 아침 입니다. 날이 너무 추워요.그쵸? ^-^

2005-11-0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5-11-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툭툭 털어내세요. '까짓' 피곤......
바람구두님은 '잘난척' 하셔야 바람구두님 답습니다.

참, 제가 '황해문화'하고 '황해문학'하고를 잠시 혼돈했다면 혈압이 올라 기운이 나시려나요?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