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문제지만 나는 선생님이 강의할 때 늘 딴청을 피우는 편이다.
딴청이라 말하니 좀 우습긴 하지만 그것이 내 나름으로는 선생님의 강의와
내 시각 사이에 거리를 두는 방식이라고 해두자.
그러니까 공상 내지는 망상을 하는 편이란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강의를 듣다가 문득
자유롭게 자리를 정하여 앉게 하면 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제 심리 상태를 드러낸다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강의실을 네모 반듯하게 생각해보자.
앞뒤 좌우로 모두 10열의 좌석이 배치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교수가 서 있는 곳을 정면으로 설정한다.

좌측(교수 입장에서 보자면 우측)에 앉는 학생들은 대개 모범생일 가능성이 높다.
강의에 집중하는 정도도 남다르고, 성적도 제법 나오지만...
이 가운데서 수석하는 학생들은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팍팍한 인생들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우측에 앉는 학생들은
나름대로 성적이 나오는 축에 들긴 하지만 제 고집이 있고, 돌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축이다.
범생과에 속하긴 하지만 제 생각, 제 고집이 강한 편이고, 그만큼 튀는 부류라 할 수 있다.

또, 교수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구제불능일 가능성이 높다.
우선 강의실은 대개 왼쪽 혹은 오른쪽 끝단과 정면 3-4열부터 차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정면 1열에 앉는 이들은 대개 상습적으로 지각하여
좌우측 뒷줄로 들어가고 싶지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거나
혹은 등잔 밑이 어둡다고 교수의 눈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서서 강의하는 경우엔 그렇다...)

이건 좌우측의 대비일 뿐이고,
대개 성적이 가장 좋은 축...교수를 긴장시키는 부류들은 앞줄 1~2열에 앉지 않는다.
그들은 대개 3~4열부터 채워나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교수와 시선이 마주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건 좌우를 막론하고 3~4열에 앉는 부류들의 공통된 심사다.
그러나 좌우에 따라 태도는 많이 달라진다.

우측 3-4열에 앉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편인데,
예를 들어 교수가 학생들에게 무엇인가 물었을 때...
참지 못하고 가장 먼저 무언가 답변하기 시작하는 경우는 대개 우측 3-4열에 앉은 이들이기 쉽다.
물론 그것이 교수가 원하는 정답은 아니지만, 용기는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제서야 좌측 3-4열에 앉은 이들에게선 약간 안도의 기운이 감돈다.
우측 3-4열에서 그야말로 소뒷걸음 치듯 정답(그야말로 본인들이 생각하는)이 나왔다면...
그들에겐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볼 기회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제 좌측 3-4열에 앉은 이들이 대답할 시간이 되었다.
이들은 좀더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나름대로는 필사적으로 궁리해낸 끝에 말한 것이지만 어쩐지 교수가 원한 정답은 아닌 듯 한 분위기다.
이유는 이들은 너무 모범적으로 궁리해냈기 때문에... 학생 다운 패기를 원한 교수의 정답은 아니다.

이럴 경우 ...
교수가 좀더 참을 성이 있는 이라면 좌측 1열부터 시선을 천천히 우측으로 훑어가야 마땅하다.
좌측으로부터 2-3열 사이에 그가 원하는 정답을 내줄 학생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좌측 2-3열에서 뒤쪽으로 3-5열 사이에 그가 앉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앞으로 그가 과수석을 할 거다....
시간이 흐를수록 좀더 많은 이야기를 교수와 나눌 것이며...
강의가 끝난 뒤 혼자 궁리해본 문제를 가지고 교수를 찾아갈 것이며
캠퍼스를 오가다 우연을 가장해 교수와 인사를 나눌 것이다.

진짜 무서운 애들은 늘 거기에 있다.

당신은 어디에 앉는가?

어제 사회학 강의를 들으며 혼자 궁리해본 거다. 흐흐...

이번 학기 지나서 성적표로 한 번 맞나 틀리나 확인해보리...
(이걸 연구 주제로 잡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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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5-09-1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학 강의를 들으며", 듣긴 들으셨나요?^^

바람구두 2005-09-15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에 대한 답 대신에 리뷰 하나 올리죠.

바람구두 2005-09-15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니는 걸 재미있어 할리가 있겠어.
사람들 만나서 놀고, 공부하고, 교수님들 이야기 듣는게 재미있지.
흐음, 이게 학교 다니는 거구나... 흐흐

클리오 2005-09-15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저도 주로 좌측 3-4열에 앉는 전형적인 학생이지요... ^^ 근데 과수석은 안해봤고, 때때로 공상을 많이 하지요. 어쩐지 저는 책 말고 귀로 듣는 강의에 너무 오래 집중하기는 힘들더라구요.... --;;

클리오 2005-09-15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늘 남들 눈에 모범생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온갖 공상의 나래를 펴고,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는 대충은 들어내기 때문에 아주 허접한 인생을 살진 않구... 어쩐지 바람구두님의 저 심리분석은 맞는듯한.. ㅎㅎ~ 추석 잘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