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리 달인들의 10가지 노하우
- 달인들의 방법을 읽고 스스로를 돌아보니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몇몇 사람들이 있다. 김윤식 선생도 그렇지만, 사실 예전에 김현 선생도 책 많이 읽는 걸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솔직히 말하면 책읽는 방법에 대한 건 이 분에게 배우지 못했어도, 그 자세만큼은 김현 선생이 내 마음의 스승인 측면이 있다. 김현 선생이 뭐라 했길래 그런가 하면... 그의 "행복한 책읽기" 가운데 한 토막이던가에 나오는데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세상에 책은 매일같이 쏟아지는데, 내가 읽을 수 있는 건 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어느 세월에 저 많은 책을 다 읽을 것인가? 한탄하다가 문득 그 시간도 아끼며 되는 대로 읽어가면 되겠구나 하는 식의 깨달음이었다. 참 평범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실천하기란 참 어렵다.

그건 그거고... 김윤식 선생의 방식이나 다른 달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내 노하우랄 건 없고, 그저 난 어떻게 책을 정리하던가? 생각해보았다.  

(1) 분류 공식의 노예가 되지 말라〓 음, 내 경우엔 이 자체가 즐거움인 적이 많았다. 소설과 시, 에세이, 비평서들, 이론서들로 구분해놓았다가 다음번엔 작가별로 구분했다가 다시 출판사별로 구분해두었다 하는 재미 말이다. 요새? 요새는 이런 재미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분류란 것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길 공간이 있을 때 하는 말이다.

(2) 모든 책은 3가지로 분류하라〓 아, 중요도에 따라란 말이 활용도의 측면이란 내 경우엔 이렇다. 지금 읽어야 하는 책들은 회사로 가지고 나온다. 그리고 내 책상 앞 책꽂이에 일렬로 비치해둔다. 예를 들어 지금 나의 회사 책상 책꽂이엔 "대중문화와 문화연구 미디어의 이해,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대중문화의 이해, 문화연구의 이론과 발법들, 문학과 문화이론, 문화연구입문, 스튜어트홀의 문화이론, 인간과 성, 문화사회를 위하여..." 등등이 주욱 꽂혀있다. 최근 읽어야 하는 책들이 주로 문화연구 파트의 것들이다. 이전의 것들은 죄다 대체되었다. 그리고 이 책상 하단 책꽂이엔 여러 책들을 읽는데 보탬이 되는 기본도서들이 꽂혀있다. 예를 들면 미술사전, 음악사전, 문화이론사전, 역사연표, 국어사전, 통사 같은 류의 책들.. 우측엔 위의 책들을 읽는 틈틈이 재미로 보는 책들이 있다.

(3) 책이 많을 땐 간단한 분류 코드를 만들라〓 내 나름대로의 분류는 늘 위의 방식과 흡사하다. 몇몇 역사서들, 연표들, 사전들 등 무슨 책을 읽더라도 참고하게 되는 책들은 기본적으로 꽂아두고, 최근 관심사의 책들은 책상 곁에 둔다. 나머지는 분류해서...

(4) 꺼낸 책을 다시 꽂을 때는 왼쪽부터 꽂아 나간다〓 특별히 이런 방식을 쓰진 않지만, 로테이션이란 측면에선 확실히... 하는 편이다.

(5) 서재 결혼시킬 땐= 아내와 겹치는 책들은 신혼초에 뽑아내서 집들이온 손님들에게 답례로 기증하거나 선물했다. 특정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상 거의 겹치치 않기 때문에 아내의 책꽂이는 별도로 관리하는 편이므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6)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의 구분〓 읽은 책(서평까지 올린 책)은 사무실 한 쪽 귀퉁이에 별도의 박스에 담아둔다. 나중에 박스째 포장해서 집 베란다에 가져다 둔다.

(7) 독서를 장려하려면 책을 한군데 모으지 말라〓어차피 우리 집은 반경 2-3m 안 어디에나 책이 있는 상황이다. 독서 절대로 장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피할 수 없는 구조...

(8) 책장은 비싼 걸로 충분히 준비한다〓절감한다. 책장이 슬슬 휘고 있어서 미칠 지경이다. 한줄로 꽂을 수가 없어 두 줄로 세워놓았더니 상당한 두께의 책장이 휘어가고 있다. 나중에 이사갈 때는 아예 좀더 튼튼한 구조로 맞출 계획이다.

(9) 책 잘 버리기〓줄 건 다 주었다. 최근에 새롭게 느낀 바이지만 책은 읽는 사람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사람 것이다. 재미로 보는 사람은 몰라도 공부하는 사람은 책을 버릴 수 없다.

(10) 정기 간행물은 목차만 떼낸 후 버린다〓흐흐... 찾을 때 그 책이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도서관은 특히 믿을 수 없다. 교수님들이나 조교 시켜서 가져와라 한다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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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토토 2005-03-2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번은 정말 못믿죠 :-)
9번은 실천해야되는데 마음만 그러네요. 안보던 책이다싶어 다른 사람한테 나눠주기전에 한번 펴보기 시작하면... (- -;;)

바람구두 2005-03-2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그렇죠. 책이란 게... 참, 거기에 종종 남주자니 민망시런 책들도 있어요. 너 이런 것도 읽냐? 싶은...

클리오 2005-03-2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까지 메이커없는 5만원짜리 싸구려 책장들을 쓰는데... 5년을 써도 안휘어집니다.. 비싼 거 한번에 사서 부담되느니, 그냥 싼 거 많이 사서 휘어질 때까지 쓸래요... ^^

바람구두 2005-03-22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클리오님! 누구 염장 지르십니까? 저도 맞췄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비싼 책장을 맞춘 건 아니었어요. 다만 휘어진다는 거죠.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