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는 공포영화의 도식을 따르지 말지?
영화 "스크림"는 공포영화에 대한 메타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크림은 "호러영화의 몇 가지 규칙"을 소개하면서 호러영화들의 규칙을 깨버리는 것으로 재미를 배가시켰다.
그 중 하나가 "처녀가 섹스하면 죽는다" 였던가?
그래서인지 어떤 공포영화는 이것을 다시 뒤틀어 이번엔 처녀면 죽는 공포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여태 처녀야? 냉큼 죽지 않고 뭐해?"
왜이리도 처녀의 유무 혹은 결혼의 유무에 집착하는가?
그건 우리 사회의 선정성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일일 것이다.
최근 MBC에서는 9시 뉴스의 주말 여성앵커 최윤영을 교체했다.
사실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여성 앵커들을 결혼과 함께 교체한 전례는 여러 차례 있어왔다.
시쳇말로 미스코리아는 몸짱이지만, 아나운서는 몸짱에 머리도 짱 혹은 거기에 덧붙여서
집안도 짱인 우리나라에서 제일 각광받는 결혼 상대로 취급받은 지 오래 되었다.
머리 좋은 여자들의 대표선수격이면서도 여성 방송인은 준연예인 취급을 받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이런 식의 구분법도 절라게 재수 없고,
피해자이자 어떤 의미에선 수혜자들인 이들 여성 방송인들이 번번이 맥없이 물러나
반려자와 함께 유학을 떠나거나, 내조자로 머무는 모습들도 결코 보기 좋은 건 아니다.
그 많던 싱아는 어디에 갔나가 아니라 그 많던 여학생은 죄다 어디로 갔나?
물론 그게 여성들의 직업관이 뚜렷하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관행이 작동하는 것이란 사실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누가 좀 피튀기게 싸워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참 그놈의 관행(남성중심의 질서)은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청률을 자산삼는 것이 방송 프로그램이라지만
방송사의 가장 대표적인 공영 프로그램인 뉴스에서조차 시청률에 급급하여
여성 방송인을 단순히 프로그램의 꽃 취급하는 건 이제 그만 지양되어야 할 관행이 아닐까?
결혼과 함께 뉴스 프로그램에서 사라지는 여성 방송인의 모습은
그야말로 B급 공포영화의 한 대목을 보는 것 같다.
여성 앵커의 결혼과 처녀성 그리고 시청률이란 이 공포의 도식을 깨뜨릴 때도 되지 않았나?
남성 앵커가 결혼했으니 시청률 떨어지니까 방송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그건 누가봐도 코미디로 여길 텐데
어째서 여성 방송인은 뉴스 방송에서 물러나야 하는가?
이게 공포영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평일 방송에서 김주하 앵커는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고 하지만
올해 인터넷을 둘러싸고 김주하 앵커에 대해 제법 반향이 컸던 탓에 잠시 보류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MBC는 제발 공포영화의 도식에서 좀 벗어나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을 자임하면서 아직도 처녀성에 연연하는 걸 보는 건 전혀 즐겁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