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계우계우 결정하고 검색해보니 세 권이나 품절이었다. 상심했다. 우선, 이 이벤트 덕에 최근의 방만한 나의 독서행태를 돌아볼 수 있었음을 밝힌다, 고맙게 생각한다. 품절된 책은 미셀 라공의 <패배자의 회고록>, 뚜생의 <욕조>, 토다 키요시의 <환경정의를 위하여>였다.

* 책 

1. <녹색희망(절판)> / <래디컬 에콜로지> /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 /  <굶주리는 세계>

 

 

허남혁 씨, 번역 좋다, 책 고르는 눈도 좋다. 이 사람 번역시리즈 추천. 좀 다른 얘기긴 하지만 이 꼼꼼한 학생(공부중이라고 들었다)의 행보를 개인적으로 주시하고 있다. 번역 말고 이 사람의 주장이 담긴 알찬 책이 곧 나오지 않을까 기대. 

2. <환경학과 평화학> 

 

 

 

김원식 선생이야 워낙 알아주는 양반이긴 하다. 평화와 폭력의 개념을 다시 세워야 하는 책.

3. 허만하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낙타는 십리 밖 물냄새를 맡는다>와 산문집 <길과 풍경과 시

 

 

산문집으로 <길 위에서 쓴 편지>와 <청마풍경>이 더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시인의 관찰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시와 길에 관한 사색들. 길 위에 선 자의 칼 같은 사색, 행간에 드리운 인생철학의 만만찮은 무게. 

4. 이 안 시집 <목마른 우물의 날들>

 

 

귀농한, 젊은, 김지하라고 나 혼자 정해보았다. 아마 아내여, / 꽃이 아니면/ 요절이다//라는 싯귀 탓이 클 거다. "삶도 시절이 깊으면/ 한 잎 두 잎 지지 않고/통으로 지리라//"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524037

 

5. 문태준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불교방송 피디래는데, 그의 마음은 시골 뒤뜰에서 노니는 오종종한 햇살이다. 체했을 때, 엄마가 넥타이처럼 매어주신 지푸라기 부적과 운동회 전날, 귀지를 더 많이 갖기 위해 다투었던 얼굴 까만 동무들이 생각난다.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519611

6.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 <물의 가족>

마냐님이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를 추천하신 걸 보고 내심 반가웠다. 겐지에게 반해서 그니의 소설은 다 읽었는데 산문집 <소설가의 각오>가 결정적으로 날 실망시켰다. 어쩔 수 없는 사무라이 기질이랄까. 소설을 향한 수도승 같은 비장함이 내겐 그렇게 읽혔나보다. 김중식의 시처럼 어느 한때만 좋은 문학작품들이 있는데 겐지의 것들도 내겐 그랬다. <물의 가족>은 그의 문체가---쉽게 말하면 언어로 영화를 찍는다--- 생략과 절제라는 시적인 요소와 가장 행복하게 결합한 예라고 생각한다. 

* 음악

다운받을 수 있으면 좌우간 우선은 받아놓는 욕심쟁이지만, '음원'이 뭔지(파일을 따로 갖고 있느냐는 말?), '링크'가 뭔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배우게 되면 제 서재에도 올릴 겁니다. 그 전에 들어보고 싶으면 글 남겨요.

1. Bratsch with Monica Mitsou - Ederlezi [앨범명-Gypsy]

영화 <집시의 시간>에서 흘러나오는 이 곡도 좋지만, 최근에 우연히 들은 모니카 미추의 에델레지도 좋았다. 어떤 땅에서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공중에는 물컹한 것들이 떠다니고 강물, 달빛, 영적인 것을 갈구하는 사람들. 바람소리에 휘청하는 빨래...집시 민족에 관한 장엄미사!  

2. Susanne Lundeng - Havella [Drag]

노르웨이 민요를 재해석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수산네 룬뎅의 곡. 나를 서서히 끌어올렸다가 불현듯 해체시키는 음악. 개인적으로 이런 곡은 야하다. 더 솔직하자면, 들판에서 하는 섹스 같은.

3. Missa Luba 中 - Kyrie [Missa]

한때 슬라이드 상연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어울릴 만한 음악을 왕창 사들였던 적이 있었다. 때마침 음반 가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이 음악을 듣고 다짜고짜 "이 음반, 주세요" 했었다. 음반 제목은 [Missa]고, 미사 크리올라-테너 호세 카레라스-, 미사 루바, 미사 플라멩카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은데 걔중 낫다.

본드 같은 음악, 밀교 의식이 생각나는 음악. 뭔가 초인적인 집중력이 필요할 때 사전에 보험 삼아 들어두는 곡. 듣고 나면 발이 공중에 붕 뜨고, 나는 쟁반이라도 두들기면서, 만트라처럼 똑같은 구절을 끝없이 외고 싶어진다.

4. Mavin Pontiac - Pancakes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언젠가 친구가 시디로 구워주어서 잘 듣고 있는데 아마도 존 루리랑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 알았다, 그냥 감점해라. 

5. 조공례 - 구음시나위

[대지의 창]-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인간문화재 할머니의 성함에서 풍기는 극진한 느낌도 좋았다, 그리고 구음시나위!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밭에 앉아 흥흥 김이라도 매고 싶다. 안다, 실제로 김매기는 너무 고된 노동이라는 거. 하지만 즉흥적인 가락에 실려 김대례 할머니와 주고받는 인생무상은, 종국에는 대부분의 것들을 긍정하게 만든다.  

6. DJ Magic Cool J - Gypsy Dog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음악가 중에 한 사람. 이 사람은 시디를 만들어서 개인적으로 판매하는데, 맘에 안 들면 그냥 갖고 맘에 들면 그에 합당한 값을 입금해주면 된다. 내겐 딱 하나의 씨디가 있을 뿐인데, 이 사람 홈페이지에 가면 들어보고 다운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시시껄렁한 척 말은 하지만, 그가 만든 음악은 죄다 진진하다. 나름대로 유명하다는 '단식예술가'보다는 내 취향인 사람. 이 음악은 집시 옆에서 촐랑대는 개의 명랑함을 닮았다. 퇴근하기 직전이나 기분 좋을 때 들어주는 음악.

7. Exuma - Happiness and Sunshine

여행중 오후의 국도를 달릴 때 틀어주면 나를 비롯한 동행자와 차 밖의 풍경이 단박에 돌변하는 음악. 구불텅한 길은 갑자기 온순해지고, 내 마음도 별안간 넉넉해져서 옆에 앉은 사람들과 낡은 사륜차가 사뭇 다정해진다. 늦은 오후에 다소 서정적이 되고 싶을 때도 좋다.  

* 서재에 대한 생각

바람구두의 홈페이지를 먼저 알았던 사람이라 특별히 길게 말할 건 없습니다. 글쎄, 풍소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은, 바람구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아닌가 해서 생각나는 대로 씁니다. 

전엔 그의 최대 장점은 부지런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의 의지의 문제라고 이제는 생각합니다. 물론 갈고닦은 그의 문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사람과 세상을 "공부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서재라고 생각해요. 형식적인 부분도 물론이거니와-저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구분, 정리, 서술하는 사람을 여태 보지 못했어요- 내용면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배움에 대한 자세가 워낙 바탕이 되어 있으니 그렇겠지만, 사람이 어떻게 넓어져야 하는지, 그래서 얼만큼 깊어졌는지 나로 하여금 생생하게 체득하게 해줍니다.

바람구두로서는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내 손에 들린 책입니다. 한 번에 해치우지 못하고, 읽다가 책장을 접어놓은 책. 낡고도 새로운 책. 지금은 오독으로 점철된 난해하기 짝이 없는 독서지만,  다잡고 정독하노라면 그 의미를 번연히 깨칠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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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08-3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흐, 샌드캣님이 막판에 합류해주었군요. 발표는 내일 하도록 하지요. 흐흐.

2004-08-30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