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점 불매운동에 대하여
- 알라딘서점 불매운동에 동참합니다.



지난 2009년 11월 2일 알라딘 해고자 김종호 씨는 인터넷 매체 '참세상'에 "인터넷서점 알라딘을 고발한다!"는 제목을 글을 기고했습니다. 11월 3일 정군님이 알라딘 서재에 참세상 기사를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4875 )에 퍼온 것을 계기로 몇몇 분들이 김종호 씨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제가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훨씬 뒤의 일이었지만 11월 중순께에는 이런 상황을 알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rosa님이 알라딘 측에 이런 사실에 대해 문의했고, 알라딘의 표종한 고객 팀장이 이에 대해 나름의 응답(http://blog.aladin.co.kr/petite/3188417 )을 했습니다.

문제는 알라딘 측의 응답에 대해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이용자들과 알라딘의 서재 커뮤니티(혹은 공동체)의 이용자들 중에서 매우 미흡하다 여겼고 이에 대해 김종호 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알라딘불매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는 사실입니다.

2009년 9월 28일, 해고 통지 이후 김종호 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계획이고, 이 자리에서 불법 파견 여부도 가려보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참세상>측에서 편집자 주 형태로 전하긴 했으나 이후 상황의 진전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출근 투쟁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도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해고는 10월 1일부터이고 어느덧 12월이므로 만 한 달여가 조금 경과되면서 이후 소식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까 싶어 파견회사로 알려진 인트잡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아래와 같은 모시는 글만 보였습니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물결"은 21세기를 맞이하여 기업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기업환경고 경제환경 속에서 기업의 인재관리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으며 전문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전문적이고 능률적인 운영체계를 마련하고 기업의 역량강화를 위해 "신뢰와 믿음" "기업이념"의 가치를 두고 인재개발 및 인재육성으로 전문화된 고객중심 서비스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새로운 인재육성의 소명의식으로 정진하고 있습니다.
"신뢰받는 기업" 이라는 사훈이 의미하듯이 진취적이고 패기넘치며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실현하는 기업으로 고객사와 WIN-WIN의 문화를 자라잡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http://www.intjob.co.kr/company/company01.asp


인력파견회사인 인트잡은 알라딘과는 2005년부터 협력관계에 있고, 알라딘 이외에도 KBS, MBC, KT, 네이버, 진로, 까르푸, 현대백화점, 두산중공업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해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에 나가서 번번이 마주치게 된 광경 중 하나는 시민들의 구호나 노동조합의 요구가 번번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촛불집회는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넘어 보다 폭넓고, 새롭게 진화해나가지 못하고, 문턱에서 스러졌던 사건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비정규직의 문제를 1950년대의 '부역자', 1960년대의 '농촌', 1970년대의 '전라도', 1980년대의 호황과 임금투쟁을 거치며(그리고 이 시기 대부분 항상 사회적 약자로 착취당하던 여성) 망각한 '우리 안의 식민지들'에 대한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구구절절 복잡한 이야기를 하며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런 만큼 마땅히 손쓸 방도를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선뜻 내 임금 깎아서 한 사람이라도 더 고용하도록 하자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기도 하니까요. 알라딘 내에서 일부 블로거들이 참여하고 있는 불매운동은 찻잔 속의 회오리로 조용해질 것 같다는 것이 저와 아마도 이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솔직한 예상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이면에는 알라딘 말고는 책 살 곳이 없으랴 싶기도 하고, 알라딘에서 만난 선량한 분들의 얼굴이 떠올라 선뜻 모든 걸 작파하고 떠나겠노라 말하기 어려운 것도 있을 겁니다.

제가 불매운동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는 과거 촛불집회에서도 넘어서지 못했던 문지방을 이번에는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꾸준히 내면화되어 왔던 신자유주의적 의식들이 우리 안에도 팽배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어느 칼럼니스트가 말하길 '우리 안의 MB'를 물리치지 못하고서는 그와 같은 대통령은 언제라도 다시 뽑힐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저는 이 말에 일정하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불매운동의 전망에 대해서도, 김종호 씨의 이후 행적이나 기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비교적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선뜻 무어라 말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분들이 불매운동에 나선 까닭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알라딘이 표방해왔던, 아니, 사실 우리들은 알라딘이 애초에 무엇을 표방했었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알라딘에 대해 그저 몇몇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을 뿐이니까요. 어쩌면 저를 포함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알라딘에 실망감을 표현한 분들 대부분은 알라딘의 이미지를 알라딘 서재를 통해 만들고, 인식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이러저러한 경로로 접하게 되는 알라딘 서점의 내용들, 예를 들어 노동조합 설립이 방해받았다던지 하는 풍설로 접한 이야기나 알라딘의 경영자인 조유식 사장이 전 말지 기자 출신이란 정도의 내용(저는 이 내용을 확인하진 못했습니다.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cool&id=7199 ) 등을 접하곤 했습니다. 어쨌든 위의 글이 알라딘노동조합의 활동 상황에 대해 제가 알고 접한 유일한 소식입니다.

사실 표면화되지만 않았을 뿐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문제이고, 단적으로 인트잡이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는 위의 협력업체들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일일 겁니다. 그런데 어째서 알라딘만을 문제삼아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들 역시 일리있는 생각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논리는 결국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어째서 해외원조에 나서야 하는가란 논리, 북한의 인권도 문제가 많은데 어째서 한국 사회의 인권만을 지적하는가란 논리와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원조의 문제와 북한 인권의 문제는 서로 정반대의 입장에 놓인 것 같지만 결국 같은 내용입니다. 

 "내 일도 바빠 죽겠는데 왜 남의 일에 신경쓰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남을 돕는 일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 같이 옳은 일이라서 하는 일이겠지요. 결국 남의 일에 왜 신경 쓰느냐고 한다는 논리라면 국내 사람이라고 해서 도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북한 인권보다 남한의 인권 문제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그건 남의 일이고, 이건 내 문제라서 그러는 것만은 아닙니다. 내가 서 있는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인 거죠. 물론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에 대해 모두가 동일하게 인식할리도 없고, 설령 동일하게 인식한다 할지라도 처한 여건이나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르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는 이것을 남에게 강요할 의사도,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요구하며 이 운동을 조직화해나갈 의사나 여력이 없습니다. 또 불매운동 방식의 의사표현이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효과적인 대응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서있는 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외면할 수도 없어서 일단 소박하게나마 알라딘 서점 불매운동에 동참합니다. 물론 애초의 예상대로 흐지부지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요. 많은 부분을 알지 못하고, 전망 또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온다면 그에 따라 함께 행동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과 이런 문제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탬이 되지 않겠습니까.

* 일단 하나의 입장을 선택해보자는 의미에서 '테마'를 개설해 보았습니다. 
* 정보가 너무나 태부족입니다. 도급이 무엇인지, 파견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해볼 분들이 많이 참여해주실수록 좋을 듯 합니다. 꼭 알라딘 불매운동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 불매운동의 정당성 유무부터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것인지 함께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 또 알라딘노조 측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공개질의를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형식은 다소 경직되었고, 분위기도 싸하긴 하지만 대화방을 개설했다고 생각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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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구두 2009-12-04 11:19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자주 비정규직 혹은 저임금 알바 직원을 뽑는 모양입니다.
최근 5개월 근무를 약속하고 채용했던 책소개 알바생들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정리하고, 일터를 충정로에서 일괄적으로 파주로 옮기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쉽게 바뀌지 않겠지요. 고생스러워도 서로 힘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