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이명박 정부 집권 600일의 성적표가 나온다. 호남지역을 제외하고, 경기 수원 장안, 안산 상록을, 강원 강릉,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경남 양산 등 모두 5곳이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되어 '미니 총선'의 형태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내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될 재보선의 결과는 자정무렵이 되어야 나올 텐데, 이명박 정부가 중간고사를 어떻게 치를지 자못 궁금하다.

투표란 것이 누구도 확언할 수 없는 것이지만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남 양산과 강원 강릉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당선된다고 해서 이것을 승리라고 생각하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보선이란 늘 그렇듯 투표권자들의 민심이 견제로 흐를 공산이 크기 때문에 집권당으로서는 절반만 해도 성공이라 말할 수 있다.

워낙 지난 대선 이후 치러진 선거들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했기 때문에 야당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꿈쩍도 않는 정부와 집권여당에 맞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일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상승은 이명박 정부 정책의 성공이기 보다는 민주당과 진보정치세력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재·보선인 만큼 야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국회의원 선거의 주요 이슈가 '지역'으로 내려가면 집권당이 유리한 편이긴 한데 이번 선거는 꼭 그렇게 보기도 어렵게 되었다. 일단은 야당의‘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워낙 거센 탓도 있지만 지역 현안으로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 등은 지역으로서도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 충청권 유권자들의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

거기에 정부 부채가 1,00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 또한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3:2로 선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내년도 예산안 등 당면한 주요 현안들과 정부의 국정운영은 물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의 역학구조에 적지 않은 파장과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정몽준,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 등 기존의 여야 지도부는 물론 지원유세에 나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의 지도력과 거물 정치인으로서의 정치적 미래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한나라당이 3:2로 승리할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MB의 지지도가 허수가 아니라고 인정받는 셈이 되므로 집권 후반기의 이명박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는 하늘을 찌르게 된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에 그나마 제동을 걸 수 있는 시점이다.

어찌 되었든 이번 재보선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역시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이다. 반MB전선의 구축에 절반의 성공만 거둔 상황에서 과연 승부는 어떻게 날 것인가? 어느 쪽이 3:2거나 4:1 혹은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물론 3:2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완패한 것은 아니므로 나름 선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애매한 포인트다. 문제는 어느 지역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도 있다.) 일단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서로 나눠갖는 경우는 포인트 수와 상관없이 또 애매해진다. 이래저래 내일은 차분해지기 어려운 하루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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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10-2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보선은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바람구두님 고맙습니다.^^

바람구두 2009-10-28 09:20   좋아요 0 | URL
그냥 정리 한 번 해본 거예요. 고맙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