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옛 사진첩을 들척이다가 당신이 산꾼이었다는 걸 발견한 뒤 나도 산꾼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당신과 나눌 수 있는 추억이 전무하다시피 한 아들이었으므로 산을 좋아한다는 공통된 감정만이라도 내것이게 하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참 오랫동안 그렇게 살지 못했다.
요즘은 운동삼아 매일 밤마다 뒷산에 오른다. 솔직히 산이라 부르기도 뭣한 높이(124m)다. 어릴 적 북한산(836m) 자락에서 태어나 남한산(606m) 자락에서 자란 탓도 있으나 매일 밤마다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곳을 오르니 좀 무서울 때가 있다. 날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이 도리어 내가 무섭겠지만 ...
어제는 눈비가 섞여 내린 탓에 정상 부근은 영하로 떨어졌고, 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마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 야트막한 산이라도 하나 있어줘서... 나중에 카메라 가지고 올라갈 일 있으면 하나 찍어서 남들에게도 야경을 보여주고 싶다. ^^
퇴근하고 밥 먹고, 배낭에 보온병 하나, 방석매트 하나 챙겨서 산까지 걸어서 갔다가 다른 코스로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돌아와서 샤워하고 잠을 자면 곧바로 잠든다. 전에는 집에 와서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했는데 요즘은 그러는 일이 거의 없다. 세상이 다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