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옛 사진첩을 들척이다가 당신이 산꾼이었다는 걸 발견한 뒤 나도 산꾼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당신과 나눌 수 있는 추억이 전무하다시피 한 아들이었으므로 산을 좋아한다는 공통된 감정만이라도 내것이게 하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참 오랫동안 그렇게 살지 못했다. 

요즘은 운동삼아 매일 밤마다 뒷산에 오른다. 솔직히 산이라 부르기도 뭣한 높이(124m)다. 어릴 적 북한산(836m) 자락에서 태어나 남한산(606m) 자락에서 자란 탓도 있으나 매일 밤마다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곳을 오르니 좀 무서울 때가 있다. 날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이 도리어 내가 무섭겠지만 ... 

어제는 눈비가 섞여 내린 탓에 정상 부근은 영하로 떨어졌고, 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마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 야트막한 산이라도 하나 있어줘서... 나중에 카메라 가지고 올라갈 일 있으면 하나 찍어서 남들에게도 야경을 보여주고 싶다. ^^  

퇴근하고 밥 먹고, 배낭에 보온병 하나, 방석매트 하나 챙겨서 산까지 걸어서 갔다가 다른 코스로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돌아와서 샤워하고 잠을 자면 곧바로 잠든다. 전에는 집에 와서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했는데 요즘은 그러는 일이 거의 없다. 세상이 다 편안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9-03-0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운동삼아 매일 밤마다 뒷산에 오른다."

이거 바싹 긴장해야 겠군요..내일부터 저는 걸어서 출퇴근입니다!

바람구두 2009-03-04 11:37   좋아요 0 | URL
수고하세요. ^^

무스탕 2009-03-0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메피님께 날리는 '선빵'이었던 건가요? ㅎㅎ
=3=3=3

Mephistopheles 2009-03-04 11:33   좋아요 0 | URL
이미 가드 올렸습니다.

마노아 2009-03-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매일 밤은 몇 시인가요? 그 시간에 올라가는 사람이 또 있나요? 밤 산이 무섭진 않나요???

바람구두 2009-03-04 12:37   좋아요 0 | URL
대략 9시 반 정도 되는데, 간혹 한두 사람 정도 마주칠 일이 있긴 해요. ^^
무섭죠. 사람들이 자연을 편하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자연만큼 무서운 것도 없고, 또 사람이 제일 무섭죠.

2009-03-04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구두 2009-03-04 16:50   좋아요 0 | URL
각방 쓰시면 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