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엔진 네이버(naver)에서 리움을 타이핑하면 백과사전에 이런 설명이 나온다.

삼성문화재단이 도시·건축·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예술·인간·문화가 서로 만나 대화하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지평을 제공할 목적으로 2004년 10월 19일 문을 열었다. 리움은 설립자의 성(姓)인 'Lee'와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의 어미 '-um'을 합성한 것이다.

^^;;; 오늘 그곳에 다녀왔다. 옛날에 광고 일할 때 호암미술관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곳은 그 차세대 버전쯤 되는 셈이다. 워낙 삼성가에서 모아둔 국보급 미술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 전시회에서 우연치 않게 마주치게 되곤 하여 몇몇 작품들은 낯이 익지만, 지난 2004년 건립된 이후 하루 관람 인원을 한정했다거나 미리 예약을 해야 가볼 수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어 '어허, 거참 사회공헌도 럭셔리하게 티내면서 한다'는 생각이 들어 내 돈내고는 절대로 가지 않겠노라 다짐한 적이 있다. 뭐, 공짜로 볼 수 있는 기회까지 피할 만큼의 각오는 아니었고, 일 때문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오늘 리움미술관을 관람하고 돌아왔는데...

참 알짜배기들을 잘 모아두었다는 것이 나의 감상평이다. 알프레드 쟈코메티, 한스 아르프, 뒤뷔페, 요셉 보이스, 박생광, 박수근, 장욱진, 이중섭, 권진규의 대표작들을 실물 그대로 볼 수 있는 경험이 어디 흔한가 말이다. 청전과 소정의 그림들, 장승업과 김홍도, 정선의 금강전도, 아름다운 백자호를 감상하는 건 문화적 사치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지만 하여간 눈요기는 실컷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요며칠동안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다.

다만, 오늘 동행한 일행 중에 시인 박형준 선생의 표현을 빌자면 리움은 설립자의 성(姓)인 'Lee'와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의 어미 '-um'을 합성한 것이 아니라 '이씨네 움막집' 의 약자란다. 그 말을 듣고나니 잘 차려입은 정복의 경비원들과 여기저기 안내 겸 감시원 겸 배치된, 머리를 단정히 묶었으나 그만큼 단호해 보이는 여직원들 틈바구니에서 관람하느라 쌓였던 체증이 확 내려간듯 약간 통쾌해졌다. 원래 전시회나 미술관 관람한 뒤엔 꼭 도록을 구입했는데, 이번엔 그냥 나왔다. 그나저나 벌써부터 그 작품들이 눈앞에 삼삼하니 미칠 지경이다. 누가 공짜로 또 안 보여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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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10-23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알짜배기들을 잘 모아두었다는 것, 잘 모르는 나도 어쩐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관람인원 한정, 예약해야만 관람, 그런 것 아니라던데? 한때 그렇게 했다가 제한을 없앴다고 들었는데 아닌감?
나는 거기서 청전 이상범 그림 넘넘 좋았는데... 돈 생기면 사고 싶어 ㅎㅎ

바람구두 2007-10-23 16:07   좋아요 0 | URL
그거 올해 3월부터는 폐지했다고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촌것에겐 붉은 담쟁이 담벽이 예뻐서 사진 좀 찍으려고 했더니 단박에 경비원이 달려들어서 여긴 사진 촬영하시면 안 됩니다. 일본식 정원도 아닌데 야외 나무 복도에서 자갈밭으로 한 발만 들어서도 거긴 들어가면 안 됩니다. 하며 쫓아다니며 제지하는 통에(뭐 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지만) 관람하는 내내 이상하게 사람들 주눅들게 하더군. ^^

하여간 '오호, 그대 꿈도 야무져!' 청전 그림을 넘보다니... 얼마면 되는데? 아하하....(게다가 그대 전공이 미술인 걸로 아는데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

딸기 2007-10-25 10:51   좋아요 0 | URL
청전 그림을 십수년전 호암아트홀에서 보고나서 그거언제 다시 볼 날이 올까, 했었는데 리움 가니깐 그게 딱 있는거야!!! 충격적으로 기분 좋았지.
얼마면 되려나... ^^;; 암튼 그건 내가 찜해놨으니깐 구두님은 다른거 사셔. 내가 보기에도 거기 백자들 이쁜거 많던데, 그런 걸루 잘 골라봐. 그리고 나 전공이 미술이라고 하지 마. 전공이랑 상관없는거 다 알면서... ㅋㅋㅋ

그런데 바람구두가 움막을 지으면 '바움'이 되겠다. 그것도 괜찮은데...

바람돌이 2007-10-24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립박물관 개장하고 갔다가 서화실과 도자기실 보고 실망했습니다. 국립박물관이라기엔 좀 많이 모자란 전시작품 수준이 안타까워서요. 그런데 다음날 이씨네 움막인지 리움인지 갔다가 정말 미치겠던데요. 서화와 도자기 중 국보급 걸작은 여기 다 모여있더만요.
호암도 그렇고 리움도 그렇고 삼성가의 사설 미술관이다보니 그런 미술품들의 입수경로가 대부분이 비정상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결국 그런 유물들의 학술적 연구를 제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구요. 실제로 전시물들에 대한 설명은 전혀 친절하지 못하구요. 삼성가에서 그걸 확 국립박물관에 기증하는 꿈을 가끔 꾸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안될까요? ㅎㅎ

바람구두 2007-10-24 08:21   좋아요 0 | URL
저처럼 이름없는 필부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
어제 다녀온 뒤 집사람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삼성그룹 좀더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희 씨 개인소유의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에는 그 흔한 국보 몇 호 표시가 없더라. 그게 없는 이유가 뭘까? 국보로 지정된 물품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나름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어찌되었거나 삼성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이 사유재산이냐? 사회적 공공재냐? 하는 논증이 필요한 부분이겠죠.
어차피 삼성문화재단의 이사장은 삼성이 망하더라도 영구만년 변하지 않을 테고, 리움은 문화예술공간으로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죠. 그래서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리움이 이건희 회장 바로 집 앞에 있다는 이유로 지하에 회장집과 연결되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요. 어찌보면 자기 집 미술품 수장고를 문화예술공간으로 등록시켜 세제혜택도 받고, 사람들에게 구경시키며 자랑도 하고, 그들에겐 푼돈이겠지만 돈도 받고...일석삼조쯤 되려나요. 거기에 순환전시니까. 앞으로 안 보이는 건 국보(급) 유물이라도 그저 순환전시 때문에 안 보이는 거려니 해야겠지요.
제가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아서 그러는 측면도 분명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국가가 문화유산을 모두 관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바람돌이님도 이미 잘아시겠지만, 국내유물이야 그렇다쳐도 국내의 근현대작가들이나 외국 작품들의 경우만 놓고 보자면 삼성이나 다른 재벌가 같은 예술계의 큰손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그들의 작품을 그나마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자본주의 국가에 살면서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일이겠지요. 흐흐, 다 아시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습니다, 그려...

땡땡 2007-10-2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씨네 움막집'이 더 예쁜데요 -.-;

바람구두 2007-10-28 23:56   좋아요 0 | URL
뭐 아무렴,,,어차피 내 집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