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구두를 칭찬하라는 이벤트 내용과는 별 관계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울 신랑도 이거 볼 텐데, 나 정말 이런 거 써도 되나 모르겠어요. 흠.

바람구두를 처음 알게 된 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아마 2004년 초였지 싶군요. 바로 즐겨찾기를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구두는 즐겨찾는 사람이 200명이 되었다고, 누군지 자수하라는 페이퍼를 썼어요.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죠. 근데 뭐, 별로 아는 척도 안 하더라구요. 조금만 더 그렇게 튕겼으면 바로 즐찾에서 빼려고 했는데, 슬슬 저한테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엔 그냥 아는 거 많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잘난 척도 좀 하지만, 나보다 아는 거 많으니까 내가 참는다, 이랬죠. 그런데 페이퍼와 리뷰를 하나하나 보면서, 감동했어요. 어떤 글을 보다가는 울컥 눈물이 날 뻔하거나 가슴이 엄청 아프기도 했구요. 그러고보니까 이 사람, 굉장히 매력적인 거예요. 책 많이 읽지, 글 잘 쓰지, 감성 풍부하지, 여성적이지, 게다가 요리까지 잘 한다지. 결정적으로 그즈음 올린 사진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는 겁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글을 쓰는 모습이었나, 완전히 제 이상형인거지요.

"저 좀 만나실래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이런 남자랑 연애를 하고 싶었거든요. (아, 그땐 바람구두가 유부남인 거 몰랐습니다.) 한동안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했어요.

그 해 가을인가 겨울인가, 마태우스님이 번개를 소집하셨습니다. 대학로 낙산가든(맞나?..)에서였지요. 그날 대학로에 있었어요. 번개에 갈까말까 고민했지만 누가 나오는지 몰라서 일단 안 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번개 후기가 떴잖아요. 사진도 올라왔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바람구두... 세상에... 서재 대문에 있던 사진이랑 완전 딴판이잖아! 속았어, 속았어! 데이트 신청했으면 어쩔 뻔 했어! (제가 남자 얼굴 좀 봐요.)

그 후로 바람구두에 대한 이성적 관심은 깨끗하게 접었습니다. 유부남인 것도 알게 되었구요.

하지만 여전히 좋아하긴 합니다. 책 많이 읽지, 글 잘 쓰지, 감성 풍부하지, 여성적이지, 게다가 요리까지 잘 한다지, 가끔 귀여운 짓도 하지.

그해 크리스마스에 남편을 소개받았습니다. 제 진짜 이상형을 만난거지요. 그리고 제 결혼식에서 바람구두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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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4-1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온라인이라 가끔 유부남인지 유부녀인지 모르시는 분들 많은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7-04-13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그때 제가 우연히 봤던 허리에 손! 인 사진이..바람구두님이 맞나 보군요..
아니라고 우기시던데...??ㅋㅋㅋㅋㅋ

홍수맘 2007-04-1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랬군요. 소문은 저도 알라딘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전 아직 감히 바람구두님께 '즐찾'을 못하고 있답니다. 제가 많이 소심하거든요.^ ^;;;

마냐 2007-04-1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ㅎㅎ
이보다 더 근사한 고백은 엄슴다!!

마노아 2007-04-1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격 고백이에요. 느무 찐하고 또 쿨한 고백이라지요.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