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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출고시간 :2007-02-25 오후 7: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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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의제 기획 11년째 ... "문화연구 숨돌릴 틈 없죠"
김진국차장
freebird@
"인천문제 타지역과 연계 논의하는 게 바람직"
'글쟁이'들의 일반적 타입이 있다. 넉넉한 몸집, 안경 너머로 빛나는 날카로운 눈.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니 살집이 붙을 수밖에 없다. 반면, 지식을 발산하거나 흡수하는 눈은 쉴틈이 없으므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전성원(38) '황해문화' 편집장이 바로 그 스타일이다. 2007년 봄호 '54호'를 이제 막 발간했다면 한시름 돌릴만도 한데, 20일 만난 전 편집장의 표정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54호는 내일 발행이 되지만, 여름에 발행할 55호의 원고청탁까지 다 끝난 상황입니다. 56호는 기획안을 잡고 계속 수정하는 중이지요."

말하자면, 새얼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종합인문계간지 황해문화의 편집시스템은 세 권을 한꺼번에 만드는 식으로 돌아간다. 이번 호를 제작하면서 다음 호 원고청탁을 하고, 다른 한편 그 다음 호를 기획하는 것이다. 계간지라고 하지만 매 주 편집회의를 거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54호의 중점 기획은 '87년 '혁명', 그 후 20년'이다. 53호에서 처음 시작한 이 기획에선 87년 이후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떤 의제를 설정해 갈 것인가를 논한다. 이 작업을 해온 게 벌써 11년 째다.

"서울 광고사에 있던 96년에 대학교 선배이자 시인인 장석남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당시 장 선배가 황해문화 편집장을 맡고 있었는데 저를 부르더니 자신은 금세 그만두더라구요."

이후 혼자서 편집책임을 맡으면서 곤혹스러웠던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원고청탁을 하면 '뭐하는 잡지냐' '황해도민회가 만드는 잡지냐' '그럼 보수반공잡지 아니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거예요. 백기완 선생에게 원고청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보기좋게 거절당한적도 있었지요."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려울 때마다 전 편집장은 새얼의 창립정신인 '노인 우공이 꾸준히 노력해 마침내 산을 옮겼다'를 되새김질 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 대표적 진보지식인이자 언론인인 리영희 선생으로부터 "이렇듯 훌륭한 잡지가 나오는 지 몰랐다"라는 내용이 담긴 친필 편지를 받기도 했다.

황해문화가 '제2의 도약'을 맞은 시기는 인하대 김명인 교수가 편집주간을 맡은 98년 부터다.
"그 때까지 운동차원에서 무가지로 발행해 회원들을 중심으로 배포를 했어요. 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정가를 8천 원으로 정한 뒤 시장에 진입한 것입니다."
정기구독자만 2천여 명에다 회원에게 가는 책, 전국 서점에서 팔리는 양까지 합하면 그 부수는 상당하다. '중도진보'를 표방하는 황해문화가 상대적으로 '지역성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있다.

"저희가 말하는 지역성은 인천지역성을 우선적으로 의미하지만, 강원도, 부산, 서울 등 모든 지역의 정체성을 뜻하기도 합니다. 인천지역의 문제는 다른 지역의 문제와도 상통할 수 있고, 지역의 문제는 다른 지역과 연계해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지역의 문화를 기름지게 일구는 방안과 '문화운동'이란 화두를 놓고도 그는 늘 진지하게 고민한다.
"문화운동, 시민·사회운동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상당히 권력화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관과 공생관계를 맺은 경우도 있지요. 운동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운동을 지나치게 거대담론화 하기 보다 풀뿌리 운동을 지향하는 것이 시민들의 피부에 더 많이 와 닿을 것이라 믿습니다."

2년 전부터 그는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문화연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수없이 벤치마킹 요구를 해오고 있는 황해문화 편집제작과 새얼문화재단의 주요 사업을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그래서 전국 최고의 문화재단을 만들려면 더 많이 연구하고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를 포함해 남자 직원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어요. 재단에서 적극 지원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지요."

전 편집장은 '바람구두연방에 문화망명지'란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전국에 문화운동의 꽃씨를 퍼뜨리고 있기도 하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제 젊은 날들의 열정과 노력을 온통 쏟아부은 인천에서, 새얼문화재단에서 뼈를 묻을 것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진국기자 blog.itimes.co.kr/free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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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7-03-2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왜 저 위에만 코멘트를 다나 궁금해했더니, 댓글을 확 먹어버리고 으흑... 길게 썼었는뎅. 엉엉...

살이 좀 빠지신 것 같구요, 글쟁이 표준이시라는 걸 확인했구요, 여태까지 노력하신 많은 일들이 조금이나마 결실을 맺으신 것 같아 기쁘고 축하드려요... (그리고 다른 말들은 뭐썼더라. 엥...)

 


진/우맘 2007-03-2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왜 댓글이 쬠인가 했더니만 댓글 잡아먹는 페이퍼 였어요? ㅎㅎㅎ

바람구두님, 오프모임때 조용한 모습에서는 볼 수 없는 그 무엇, 강력한 뽀스가 느껴집니다요.^^


바람구두 2007-03-2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 : 잉, 왜 이제야 코멘트 다는 거야.... 궁금했잖우. 글쟁이 표준은 아니죠. 사실 자기 관리 잘 해서 멋지고 핸섬한 글쟁이들도 많아요. 기자 분이 맘이 좋아서 그리 써준 거겠죠. 그나저나 날아간 글이 궁금하다는....

진/우맘 : 사실 오프 때 진/우맘은 나 쳐다도 안 봤다구~ 흐흐
 

이거 증말로 잡아먹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