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제11차 망명자대회 및 2월 독서클럽 특강 3차 후기

1년만에 개최된 제11차 망명자대회였습니다.  망명자대회를 한 차례 치르고나면 홍역을 앓는 듯 진액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기획자, 조정 및 통합, 진행자, 엔터테이너의 역할까지 요구받는 탓이겠지요. 그럼에도 이번 대회는 역대 대회 중 가장 보람이 컸고, 내실있는 대회였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어느 한 편으론 욕심을 부렸고, 다른 한 편으론 욕심을 버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1부 행사는 망명자독서클럽 주최로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의 평화운동가 미니 씨와 평화연대 회원 여러분들과 함께 이음(夷音)아트서점에서 지난 24일 토요일 오후 4시 55분부터 "팔레스타인에 자유, 평등, 평화를"이란 주제로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특강 행사는 문화망명지의 명확한 지향성과 목적의식을 보여준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망명자대회는 내부의 결속을 중심으로 꾸려져나갔으나 앞으로는 외부를 향해서도 시선을 돌리고자 합니다.

문화망명이란 외부와 내부의 구분이 사라진 세계체제 속에서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주체를 설정하여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실천적 행위를 의미합니다. 문화란 우리는 우리의 외부(세계)와 내부(의식)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게 만드는 지식일 수도 있고, 우리들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성처럼 여기는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은 기존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해 주어진 문화에서 벗어나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그와 같은 점에서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운동가들과 함께 한 이번 특강 행사는 문화망명지의 역할이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문화망명지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움직임들과 연대를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문화망명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해나갈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활동가 여러분들과 망명자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미스터톤, 유리눈고양이, 라메르, 구두한켤레, 꽁꽁, 뜰에나무, 시소, uddenyag, 겨울수정, 초여름, 외우중, 날개, 하하서, 팀벅투, 녹색, 안티무심,  썸, 검은잉어, 조나단, 하얀나무, 청동하늘, 자파, 쇼팽, 외우중님 등이 예정대로 참가해주셨고,(혹시 제가 기억못하여 포함 못시킨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참가신청하셨으나 불참하신 분들은 지노, 난이, 보람, 칼잡이, 지와사랑, 어라연님 등이셨습니다. 아쉽게도 이번엔 함께 하시지 못했지만 다음 번에는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음아트서점에서 있었던 특강 행사에는 강사 미니 씨가 준비해온 파워포인트 자료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날 대형스크린과 좌석은 이음아트서점의 한상준 사장님께서 준비해주셨고, 프로젝터와 노트북은 독서클럽의 꽁꽁 간사님이 준비해주셨습니다.(프로젝터를 대여해주신 평화박물관준비위원회 측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강사 미니 님은 30대 중반의 젊은 활동가셨는데, 진지함과 유머를 겸비한 말쏨씨로 복잡다단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역사로부터 시작해서 피로 얼룩진 이스라엘 건국과정, 본인 자신이 직접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 등 여러 곳을 방문하고, 경험했던 팔레스타인 현지의 비인권적 상황에 대해 자세하고 실감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많은 망명자분들이 강연에 공감하고, 열심히 노트 필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간단히 자리를 정리하고, 예정된 2부 행사를 위해 자리를 명륜동 '민들레처럼'으로 옮겼습니다.

사실 이번 망명자대회는 공지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는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점차 참가인원이 늘어나 원래 예정되었던 대학로의 "민들레처럼"을 사용하지 않고, 명륜동으로 급하게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1부 행사에 참가하여 함께 이동했던 분들은 문제가 없었겠지만, 2부 행사부터 참가하신 뜰에나무, 날개, 유리눈고양이, 썸, 조나단, 어떤약, 외우중님 등은 찾아오시기가 좀 어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미리 확정지어 공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득불 자리를 옮기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2부 행사는 성균관대 정문 인근에 위치한 '민들레처럼'에서 제공해주신 독방을 이용했습니다. 민들레처럼의 사장님께서 특별히 배려해주셔서 아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음아트서점과 민들레처럼의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식사부터 안주 일체, 과일 샐러드 디저트까지 제공 받았고, 민들레처럼에서 직접 담근 오미자주와 소주를 곁들인 자리였습니다. 음식이 모두 깔끔하고, 정갈하게 차려져 망명자 여러분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혹시 사진 촬영하신 것 있으면 올려주시길...)

이전부터 대회를 치르며 아신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 낯선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는 스티커 형태의 이름표를 만들어 제공해드렸습니다. 서로의 닉네임을 충분히 익히시고, 자유롭게 정담을 나누실 수 있도록 일정한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하시게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정담을 나누시는 동안 운영자인 저, 바람구두를 비롯해 독서클럽장 구두한켤레님, 부운영자이자 독서클럽 총무이신 라메르님, 부운영자 미스터톤, 유리눈고양이님, 날개(윙스필드)님과 함께 유리눈고양이님이 제안한 문망 운영 계획에 대한 회의를 나눴습니다.

이 회의에서 결정된 몇 가지 사항은
1. 문망운영위원회를 신설하며 기존의 부운영자, 독서클럽 운영진을 문망운영위원회 임원으로 승격하고, 향후 몇몇 분의 의사를 물어 정식으로 운영위원회를 결성한다.(지금까지는 바람구두의 무한책임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향후 운영위원회 여러분들과 상의하여 문망의 미래와 운영에 대한 중요한 사항들을 결정하고, 책임의 일부를 나누려고 합니다.)
-> 문화망명지의 운영위원으로 책임의 일부를 나눠질 의사가 있으신 회원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당부드립니다.
-> 운영위원들의 주요 업무 : 문망 사이트 관리 및 운영과 행사 진행에 대한 협조와 책임 분담, 향후 소요될 비용 및 기술 제공,

2. 2008년까지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는 별도의 URL을 갖는 사이트로 독립한다.(현재는 new21측이 제공해주는 무료계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 운영위원님들과 기타 방식을 이용하여 기금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3. 블로그 체제를 대신하여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되 저작권 문제가 발생(최근 음원저작권에 대한 고발, 음파라치 등이 빈발)할 소지가 있는 "세이렌의 섬"을 3월 안으로 폐지하고, 대신하여 사회적 이슈 및 진지한 논의들을 중심 콘텐츠로 삼는 게시판을 신설한다.
-> 그간 여러분과 함께 음악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던 '세이렌의 섬'은 3월 안으로 폐지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사라지지만 게시물들을 더이상 보실 수 없는 것이지 삭제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4. web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제공 페이지들은 그대로 유지하되 게시판들을 리뉴얼하고, 인덱스 페이지 다음에 사이트맵이 오도록 하여 게시판 각각에 오르는 신규 페이퍼들의 검색을 손쉽게 한다.
-> 이에 대해 유료 혹은 무료로 기술력을 제공해주실 수 있는 망명자를 찾습니다.

5. 그외 기타사항들을 논의하였습니다.
-> 문망사진가클럽 신설의 건 등...

어느 정도 중요한 사안들이 결정된 뒤 망명자대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벼룩시장"이 개최되었습니다. 망명자대회 참가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과 뜨거운 물욕이 충돌하는 자리인 '벼룩시장'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게 되는 자리로 각자가 준비해온 물품을 제시하고, 그 물건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어떤 뜻에서 들고 온 것인지를 말하면 물품에 대해 뜻이 있는 망명자가 손을 들고 자신은 어째서 그 물품을 꼭 가져야만 하는지 의견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의견을 들은 망명자여러분들이 손을 들어 거수로 어떤 망명자에게 그 물품이 가도록 할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문망벼룩시장은 소유자가 물품에 대한 모든 권리(기득권)를 포기하고, 필요한 자에게 사회가 물품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시험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와 같은 심오한 뜻 보다는 일단 재미가 있어서 초창기 대회부터 지금까지 여러 변천과정을 거치면서도 없어지지 않고 망명자대회의 전통행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내 은조가 제공한 일러스트집과 제가 준비해간 엄마찾아 삼만리 3종 세트를 내놓았는데, 일러스트집은 이번에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는 구두한켤레님의 따님에게 엄마찾아 삼만리 피규어 3종 세트는 아픈 딸을 걱정하는 라메르님에게 갔습니다. 이외에도 여러분들이 많은 물품을 내놓으셨지만 그 중 최대 압권은 라메르님이 내놓은 코카차를 가져간 하하서님이셨습니다. 음, 자세한 사항을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 이야기를 했다간 실정법 위반으로 망명자가 체포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영원히 침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역시 우리 문망의 단연 최고의 미녀(?) 중 한 분인 어떤약님이 내놓은 시체애호가를 다룬 야동 비디오 테입이 나왔는데요. 제가 잠시 딴청 피우는 동안 어느 분이 가져가셨더라???

그러나 이번 벼룩시장 최고의 물건은 팀벅투님이 가져오신 국악CD 타이틀 2장이었던 듯 합니다. 라메르님과 뜰에나무님의 격렬한 쟁탈전으로 말미암아 문망 최초로 파당이 생길 뻔 하기까지 했습니다. 뜰에나무님의 열띤 발언에 기름을 끼얹은 듯 뜨겁게 달아오른 라메르님의 발언이 있었고, 더욱 핸섬해지신 청동하늘님이 뜰에나무님의 의견에 대한 지지발언을 해주셨습니다. 이에 질세라 라메르님의 흑기사를 자처한 zappa님의 지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그때 '민들레처럼'의 사장님이 갑자기 나서며 그 음반을 '민들레처럼'에 기증해달라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국악과 민중가요를 중심 BGM으로 삼기에 '민들레처럼'에 기증해주시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음, 맛좋은 안주와 최고의 서비스에 보답하고자 바람구두가 직권을 발휘하여 민들레처럼에 대한 지지 발언을 했고, 여러분의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국악음반은 '민처'로 기증되었습니다.(혹시 여러분이 망명자대회 막판에 드신 푸짐한 과일샐러드가 이 음반 덕이란 사실을 꼬옥 알아주셔야만 합니다. 흐흐...)

하여간 격렬한 쟁탈전이 벌어진 뒤 끝에 공식적인 망명자대회가 종료되었습니다. 사실 이 날 행사에 참가하기전에 제가 망명자대회의 끝은 무한대다. 오늘 집사람에게 외박을 허락받고 나왔다고는 했지만 사실 망명자대회가 예정된 어제와 오늘은 제가 다니는 대학원의 신입생 OT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원래는 망명자대회가 끝나고 대학원 OT에 달려갈 생각이었는데, 청동하늘님이 바람구두는 언제나 망명자대회의 공식적인 행사에만 참가하고, 행사가 끝난 뒤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기 마련인 뒷풀이엔 참가하지 않는다며 이번엔 외박까지 승낙받았으니 뒷풀이까지 참가하라는 압력을 행사하셔서 저도 뒷풀이 자리에 참가했습니다. 뒷풀이는 라이브와 올드뮤직이 잘 어우러지는 대학로의 틈에서 거행되었습니다.

맛난 계란찜과 뜰에나무님이 이곳의 별미라고 추천해주신 시원한 냉국수를 먹으며 재미난 대화들을 나눴습니다. 라메르님과 외우중님의 진주난봉가를 시작으로, 사랑가가 연이어 울려퍼졌고, 숨어있는 명카수 zappa님의 노래가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아, zappa님의 노래는 정말 소름이 쫘악 끼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곡목이 기억나질 않네요.) 하여간 그렇게 재미난 시간을 갖던 중 저는 어떤약님과 청동하늘님의 급작스러운 의견을 받아 "흐흐, 한참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그 내용은 역시 저만의 비밀입니다. 하여간 3시쯤 더이상 늦어져선 안 될 것 같아서 저는 먼저 도망치듯 나와 대기해둔 운전기사와 함께 대학원 OT에 참가했습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4시가 되었네요. 대학원 OT는 장흥에서 있었는데, 오늘 오전에 대학원 OT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월드뮤직 음악감상과 더불어 장흥아트파크에 전시된 앤디 워홀과 제니 홀저, 앙뜨완느 부르델의 조각과 미술작품을 보고 귀환했음을 보고 드립니다. 흠, 정말 엄청난 강행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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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2-2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광고하셨던 그 모임인가 보군요. 우리 알라딘 회원분은 참가하신 분이 아직 없으셨나 보죠? 글치 않아도 어떻게 되셨나 궁금했는디...보람있으셨겠습니다.^^

나비80 2007-02-2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일을 뺄 수가 없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바람구두 님을 뵙는 건 다음 번으로 미뤄야겠군요. 참고로 아카이브 투표는 일찌감치 해놨습니다.ㅋㅋ^^

바람구두 2007-02-2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 친구가 많이 칭찬하더군요. 직접 뵐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좀 아쉽습니다. 나중에라도 만날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소이부답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