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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양 딜라일라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8
존 베멀먼즈 마르시아노 글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들 송년회 등으로 바쁜데, 여러가지 회사 일로 정말 정신없이 연말을 보냈다. 바쁘다는 핑계로 딸아이와 책을 읽는 잠자리 시간도 부쩍 소홀해 졌다. 그렇지 않아도 한해를 돌아보며 우울한 데다가 사람관계로 힘든 일이 있어서 더욱 힘든 어제, 딸아이는 참 오래간만에 이 책을 꺼내들었다.
"親舊 :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 벗"
몇년 전에 이런 카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있었다. '딜라일라'를 읽고는 바로 이 영화의 이 광고 카피가 떠올랐다.
농장에서 혼자 외롭게 생활하는 레드에게 아기양 딜라일라가 배달되어 온다. 딜라일라는 레드에게서 외로움을 쫓아내고, 레드는 딜라일라를 가족처럼 대해준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딜라일라의 양털을 팔아 새로 사들인 12마리의 양은 딜라일라에게 '양답지 않다'고 '양처럼 행동하라'고 한다. 레드에게 선물받은 방울을 목에서 떼어내고 양 무리로 섞이는 딜라일라. 하지만 양들과도 친구가 되지 못하고, 레드도 딜라일라도 모두 외롭다.
방울을 떼어내고 무리에 섞여 있는 양들 중에서 딜라일라가 누군지 찾아보자고 했더니 참 잘 찾아낸다. 레드를 바라보면서 눈물짓고, 레드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딜라일라의 모습이 딸아이의 눈에도 선명히 보이는가 보다. 다시 새 봄이 오고 양털을 깍던 날.... 딜라일라는 레드를 핥아주고, 레드와 딜라일라는 다시 친구(가족)가 된다.
같은 무리라고 해서, 같은 입장에 있다고 해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딜라일라는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말한다. 친구는 이해한다. 친구는 다르다고 멀리하지 않는다. 친구는 다른 것 때문에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는지, 또 나는 누구에게 이런 친구인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사람관계로 힘들어 하는 요사이의 내 모습도 내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딸아이에게 딜라일라와 레드같은 친구가 생기길 간절히 빌어본다. 딸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친구를 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정말 진심으로 빌어본다.
책을 다 읽고 '딜라일라'의 작가가 '마들린느'의 작가인 루드비히 베멀먼즈의 손자라고 이야기 해줬더니, 신기해 한다. 마들린느는 딸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