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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개 ㅣ 파랑새 그림책 17
나자 글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1998년 12월
평점 :
유화로 무겁게 그려진 그림과 무뚝뚝하고 불친절하게 끝나는 문장으로 딸하고 같이 책을 읽기가 정말 힘들었다. 진한 원색의 파란 몸뚱이와 초록빛 눈알을 번뜩이고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표지의 파란 개에게서 딸아이는 웬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천천히 여러 번 같이 읽으면서 참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딸아이도 이제는 종종 다시 읽는 책이 되었다. 푸른 개와 샤를르트라는 예쁜 여자아이가 주인공이 아니라면 이 이야기는 정말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외로운 남자...... 이 남자에게 어느덧 마음을 뺏긴 아가씨는 매일 밤 그 남자를 찾고, 이를 알게 된 아가씨의 부모는 근본도 모르는 남자와의 교제를 반대한다. 찢어지는 가슴을 달랠 길 없는 아가씨는 위험에 빠지고, 홀연듯 나타난 그 남자는 아가씨를 구하게 되고 결국 사랑을 이룬다.' 이 얼마나 통속적인 연애담인가?
"어린아이의 사랑과 어른들의 사랑은 무엇이 다를까? "
"내가 아닌 존재에 대한 한 없는 믿음과 애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
"내가 만들고 지켜가고 싶은 사랑은 어떤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딸아이 보다는 내가 훨씬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했다"로 끝나는 딱딱한 말투도 반복해서 읽으니 입에 붙은 듯 자연스러워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