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 대선 누가 이겨도 변화 없다”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노엄 촘스키 MIT 교수(사진)가 현재의 금융위기와 관련해 미국의 ‘소비주의’를 그 근본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음달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미국과 세계에는 큰 변화가 올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촘스키는 10일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이윤이 지배하는 미국 사회의 소비주의가 월가발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사회는 “모두가 소비해야 한다”는 정치적 선동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소비야말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본으로, 그것은 정치적 토대 형성에도 마찬가지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은 대부분의 금융 기관들이 그동안 위험은 과소평가하고 손실을 제때 흡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탈규제 정책과 금융 자유주의의 (규제주의에 대한) 승리가 위험 요소를 급격히 키웠다”고 말했다.

위험을 과소평가한 채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 쓴 미국 중산층의 개인적 책임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촘스키의 답은 간명했다. 소비주의가 정치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떤 개인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력으로 당신의 마음을 조종하기는 어렵지만 소비로는 얼마든지 당신을 미혹시킬 수 있다”면서 “산업계는 노골적으로 이 목적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에서 양당 후보 모두의 슬로건이 된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보수적인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물론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까지 한 묶음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번 선거 대결은 모두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근본적으로 이윤이 지배하는 일당 체제일 뿐”이라며 “이라크전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차도 결국은 이익에 대한 사소한 관점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960년대의 참여운동이 더욱 문명화된 미국 사회를 만들었다”면서 미국의 현 위기에 대해 “체제 순응적으로 전락한 지성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환보기자 >

입력: 2008년 10월 12일 18:33:29 - 경향신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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